거칠 것 없는 감포항의 푸른 파도만큼이나 명쾌한 상징성을 지닌 곳이 있습니다. 조업중 충돌 등의 사고로 인한 선박 수리를 말끔하게 전담하는 ‘어선수리소’가 그것입니다.
감포항 ‘어선수리소’는 감포읍 오류리에 위치하며 2002년 2월 개소했다고 합니다. 수리할 선박을 끌어 올리는 승가대 레일이 바닷속 55m까지 연결되어있는 감포어선수리소(현재 동성조선소)는 경주의 또 다른 이색 명소입니다. 이번주 김 화백님의 그림에는 수리를 막 끝낸 선박이 출항 대기중에 있는 모습이네요.
감포에서 나고 자란 노련한 어부들이 크고 작은 풍파를 견뎌내며 만선의 기쁨과 풍요로움을 안고 입항하는 기쁨을 우리가 알 수 있을까요? 만선기를 나부끼며 항구로 돌아오는 기분은 누려보지 않은 이들은 짐작조차 할 수 없을테지요. 이 수리소는 그런 어부들의 자부심을 든든하게 지탱해주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선박수리소가 생기기 전에는 오류 1리, 일명 ‘선창’이라는 곳에 조선소가 한 군데 있었고 감포 1리 남방파제 바로 옆에 한 군데 있었다고 합니다. 이 두 곳에서 주로 당시 선박의 90%이상이었던 목선을 건조하기도 하고 수리 일체를 했다고 하는데요. 당시는 어선의 규모가 지금처럼 크지 않아서 소형배들을 수리했다고 전합니다. 이후 선박이 대형화 되면서 지역에는 대형 어선 수리소가 없어서 주로 포항에 수리를 맡겼다고 합니다.
어민들이 포항의 조선소까지 오가는 시간과 어업경비의 절감이나 추후 서비스까지 감안해 숙원사업의 일환으로 2002년 지금의 조선소가 형성됐다고 하니 결국, 어업인의 실질적인 필요에 의해 어선 수리소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감포의 조선소는 1920년대 개항과 함께 존재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지역민들의 전언입니다.
현재 이 조선소 부지면적은 3967㎡이며 공유수면은 4277㎡로 꽤나 넓습니다. 이곳은 어선 상가(승가대에 배를 끌어 올려 수리하는 일), 레일 2기(100톤, 150톤), 분진막 등을 갖추고 있는데요. 어업인을 위한 복합적인 시스템인 기본시설을 갖춰야 한다는군요. 어선상가의 기본적인 작업으로는 세척과 도장이며 기관수리와 선체 보수를 주로 합니다.
일반 차량처럼 승가대에 배를 끌어 올려 임시, 중간, 정기적으로 선박을 검사한다고 합니다. 선박을 수리하는 작업이 어찌 고단하지 않을까요? ‘힘은 들지만 몸에 배여서 참을 수 있다. 작업을 마친 뒤의 성취감도 있다’고 그들이 말합니다.
지난달, 조선소를 찾았던 날은 봄날같이 쾌청한 날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수리가 한창이던 수리공들의 밝은 얼굴은 감포 어선과 어민이 있는 한 언제나 감포와 함께 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간단치않은 수리를 끝낸 선박들은 다시 날렵한 새가 물위를 날아가듯 미끌어지며 조업에 한창일 것입니다. 다시 봄, 그들의 ‘滿船’, ‘Full Ship’을 기원해 봅니다.그림=김호연 화백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