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1232호 ‘행복한만학도’로 소개된 이명희(64) 씨가 지난달 13일 경주여자정보고(교장 최성식) 제41회 졸업식에서 3년의 고교과정을 무사히 마치며 학교를 졸업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만학도 이명희 씨가 동도교육재단이사장상을 수상했으며 식장을 가득 메운 내·외빈들과 재학생, 교직원들의 부러움을 샀다. 졸업식 말미에 특별히 주어진 인사말 시간에서는 3년 동안의 추억담과 선생님께는 감사의 말씀, 재학생들에게는 당부의 말 등을 전해 보기 드문 준엄하고 교훈이 있는 졸업식장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명희 씨는 “3학년 체육대회에서 여러 선생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라톤 종목에 학급 대표로 출전해서 상위권으로 완주를 하는 장면에서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성취한 것이기에 학창시절의 큰 추억거리로 남고, 재학생들에게는 도전의식을 키워 준 계기가 됐다는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많은 나이 차이와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왕따가 될까봐 무척 걱정을 했었는데 동급생들과 선생님들의 협조와 배려로 무사히 잘 마치게 됐으며 이런 상까지 받으며 영광스런 자리에 서게 된 것이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라며 회고 했다.
이 씨는 가정형편상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해오다 배움의 한을 풀고자 예순이 넘은 나이에 야간학교인 한림학교에서 주경야독하며 중학 검정고시에 합격해 경주여자정보고에 입학했다. 설레는 마음과 단정한 교복차림으로 정규 학교의 여고생이 됐지만 1학년 첫 중간고사를 치루고는 자퇴를 할까하는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수학과목과 영어과목에서 너무 생소한 지식을 접할 때마다 이해가 힘들었고, 도저히 동급생들을 따라 갈 수 없었으며 그 결과는 점수에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당시 김영숙 교장의 매일 이어진 위로와 면담 그리고 많은 선생님들의 열렬한 덕담과 격려로 마음을 다잡고 학교생활에 적응해 나갈 수 있었다.
성적도 점차 향상되어 갔고 특히 인문과목 수업 중에는 실제 경험담을 소개하는 등 수업도우미 역할을 해주어 급우들이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권미경 담임교사는 “나이 차이가 워낙 많이 나는 만학도라 학급 분위기에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결과는 그 반대였습니다. 동급생들과 아주 좋은 교우관계를 유지했고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생활 형편이 어려운 급우를 몰래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으며 갈등 관계에 있는 급우들은 엉킨 실타래를 풀 듯 그들의 관계를 원만하게 해결해주어 담임으로서 고마움을 느꼈습니다”라며 나이 많은 제자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만학도 이명희 씨는 고교 졸업에 만족하지 않고 새학기부터는 그 동안 남몰래 꿈꾸어 왔던 신학대학생이 되어 진리탐구의 폭을 넓혀 나갈 또 하나의 도전에 희망이 부풀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