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자리에 누울 때도 공부 생각밖에 안났어요. 공부가 너무 하고 싶었습니다. 책을 옆에 끼고 다니는 대학생들을 보면서 더더욱 꼭 공부를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공부가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그래서 더 공부에 미련이 남았던 김윤란(64)씨. 4남매를 키우고 늦었다고 생각했던 때 시작한 공부.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했고, 초·중·고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국보문학 시 부문 신인상 수상에 오는 3월부터는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대학생이 된다.
“대학생이 되기까지 많이 노력했어요. 저 어릴 적에는 ‘여자는 그저 시집만 잘 가면된다’는 말만 들으며 자랐어요. 7남매 중 장녀인데 집안 형편이 어려운 편은 아니었는데 분위기가 공부를 할 수 있었던 분위기는 아니었죠. 일찌감치 일하러 다니고 그랬죠. 버스를 타고 일을 하러 갈 때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부러웠습니다. 그럴 때 마다 마음속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공부 할 거다’라고 생각했죠”
공부에 미련을 가진 채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잠들기 전 스스로 공부를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알려주는 사람 없이 혼자 공부하는 것은 윤란 씨의 생각보다 어려웠고, 높은 벽을 마주한 것처럼 막막했고 조금씩 공부와는 멀어져 갔다. 대신 자녀들이 공부하는 것에는 힘든 줄 모르고 지원했고, 4남매 모두 대학공부까지 마쳤다.
“‘시골에서 그 시대에 엄마처럼 자식들 공부시키는 사람이 드문데 대단하다’고 애들이 한 번씩 그래요. 제가 공부에 미련이 남는 것처럼 자식들도 공부에 미련이 생길까봐 그랬던 것 같아요”
자녀들을 대학졸업까지 시키고, 이제는 없을 줄 알았던 공부에 대한 미련이 아직도 남아있었던지 지인의 권유로 한림학교에 따라가게 됐다. 늦었지만 공부할 기회가 온 것.
“한림학교란 곳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됐고, 괜히 욕심이 생겼어요. ‘아직 공부할 기회가 있구나.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죠. 하지만 농사일 때문에 일주일에 1-2회 정도도 겨우 나올 수 있었어요”
집안일에 농사, 없는 시간을 겨우 만들어 주 1-2회 정도 한림학교를 다니며 공부했고, 몇 번의 시도에 고등학교 검정고시 까지 패스했다.
“학교에 나갈 시간이 없다보니 머릿속으로 계속 배운 걸 생각하고 외우고 했어요. 집안일 할 때, 농사일 할 때도 영어단어 하나 더 외우려고 노력했죠”
누구보다 열심히, 간절하게 공부했다는 윤란 씨. 그의 노력에 검정고시 패스는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본인도 놀랐던 것은 ‘글 솜씨’였다. 잘 쓰는 건지, 못 쓰는 건지도 모르고 그냥 생각나는 걸 썼다는 윤란 씨의 시는 교사들도 놀랄 정도였고, 윤란 씨가 쓴 글은 ‘월간 국보문학 시 부문 신인상’에 수상하게 된다.
“저도 놀랐습니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쓴 것인데 주위에서 잘 썼다고 칭찬해주니 저도 더 욕심이 나고, 이제는 개인 시집을 내는 것이 목표가 됐습니다. 글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낼 수 있겠죠”
자신이 쓴 글로 상까지 받게 되면서 더 이상 공부에 미련이 없을 줄 알았지만 공부에 대한 미련은 욕심으로 바뀌었고, 윤란 씨는 이제 오는 3월부터 지역 전문대의 대학생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예전부터 대학생들을 보면 부러웠습니다. 저도 이제부터는 그 부러웠던 대학생이네요. 남편도 자식들도 응원해주고, 남은 것은 대학교 졸업장이겠죠. 공부는 늦었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공부에 대한 미련이 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만들었고, 이제는 미련이 아니고 욕심인 것 같아요. 대학 졸업장을 따는 날까지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