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영업이익 4174억원에서 2016년 3조8472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던 한국수력원자력이 올해 적자로 전환될 위기에 내몰렸다.
원전의 계획예방정비가 길어지면서 원전가동률이 크게 떨어진데다 정부의 탈원전정책도 한 몫 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초우량기업인 한수원이 올해 사상 최대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주지역 발전을 위한 각종 지원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한수원의 이익구조는 원전을 가동해 만들어낸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것으로 ‘원전가동률’과 직결된다. 원전을 가동해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수록 매출, 영업이익 등이 높아지는 구조다.
한수원 원전운영정보공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원전가동률은 71.3%.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가 적발 논란으로 10기의 원전을 중단시켰던 2013년 75.7%보다 낮게 나타났다.
또 2016년 9.12지진으로 인한 안전점검으로 원전 가동이 일시 중단됐던 시기에도 원전가동률은 79.9%였다. 또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85.4%와 85.9%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분기별 원전가동률은 1분기 74.2%, 2분기 75.2%, 3분기 70.5%로 70%대를 상회하다 4분기에는 65.2%로 뚝 떨어졌다.
원전가동률이 떨어지는 것과 비례해 매출과 영업이익도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 경영공시에 따르면 2016년 연매출액은 11조2771억원, 3조8472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7년 한수원의 9월까지(3/4분기) 매출은 7조1658억원, 영업이익은 1조4070억원에 그쳤다. 2016년 같은 기간에 대비해 실적이 크게 떨어진 것. 2016년 9월까지 매출 8조3215억원, 영업이익 3조446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1조1530억원, 1조6376억원 감소했다.
원전가동률이 8.6%p 떨어지면서 영업이익은 무려 54%가 떨어진 셈이다. 게다가 작년 4분기 원전가동률이 65.2%로 내려가 전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더욱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의 2017년 4분기 경영공시는 오는 3월 공개된다.
-한수원 올해 적자운영 가능성 나와
문제는 올해. 한수원 내·외부에서 올해 적자 사태를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이는 정부의 탈원전정책 공식화와 함께 원전 계획예방정비 기간도 길어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전가동률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
한수원에 따르면 2월 현재 국내 원전 24기 중 10기가 계획예방정비 중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2000년대 90%를 상회하던 원전가동률이 올해 들어 58.3%까지 하락했다.
현재 예방정비 중인 원전은 월성 1·4호기, 신월성 2호기, 고리 3·4호기, 신고리 1·3호기, 한빛 4호기, 한울 2·3호기 등 10기다. 지난 7일 기준 고리 3호기(385일), 신고리 1호기(381일), 고리 4호기(309일) 등은 계획예방정비를 시작한지 300일이 넘었으며, 한빛 4호기(266일), 월성1호기(256일) 등은 200일이 넘었다.
계획예방정비 기간도 이전에 비해 장기화되고 있다. 바로 앞선 예방정비에서 고리 3호기는 68일, 신고리1호기는 45일, 고리4호기·월성1호기 43일, 한빛 4호기는 131일 동안 예방정비를 진행했다.
계획예방정비가 길어지는데는 일부 원전에서 발생한 문제를 확대 점검한 결과 정비 중인 원전에서도 발견되거나 갑작스러운 고장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전점검을 위해 가동중단 중인 원전을 재가동하려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추가 정비항목이 발생하면서 재가동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
이처럼 원전가동률이 감소하면서 올해 한수원은 연매출과 영업이익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이 같은 우려는 한수원이 올해 수립한 예산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수원의 2018년 예산안에 따르면 손익예산에서 수익 10조7981억원, 비용 10조7856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125억원에 머물렀다. 이는 2017년 예산안의 당기순이익 9726억원에 비해 무려 9601억원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향후 원전가동률 추가 감소 등 변수가 발생하게 되면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역의 한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원전에 대한 계획예방정비 기일이 길어질수록 원전가동률은 더욱 떨어지고, 한수원의 경영실적은 곤두박질 칠 것”이라며 “정부의 대안 없는 탈원전정책으로 인해 한수원뿐만아니라 관련 업계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지역 지원 사업 차질 예상
지난 2016년 3월 경주로 완전 이전한 한수원이 올해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할 위기에 처하면서 각종 지역 지원사업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원전 발전량에 따라 해당 지자체에 지원되는 지역자원시설세와 사업자지원사업 등 법정지원금이 대폭 감소된다.
또 한수원이 경주이전과 함께 공표해 시행 중인 경주종합발전계획 5대 프로젝트 및 10대 체감형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경주시와 원전인근지역에서 추진하려는 각종 사업에 대한 지원도 끊기거나 약화될 전망이다.
특히 지역 기업으로 자리매김 중인 한수원이 2년 만에 경영악화 위기에 놓이면서 지역발전을 기대했던 대다수의 시민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 2005년 방폐장 유치에 따른 한수원 본사 경주이전을 통해 지역발전을 기대했던 시민들이 오히려 한수원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며 “안전을 위한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도 나쁘다고만 할 수 없지만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도 고려해 대안을 먼저 마련한 뒤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