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경주남산 창림사지 삼층석탑. 석탑 쪽으로 들어서는 순간 석탑 보호책인 철제 구조물은 녹슨 채로 방치돼 있고, 일부 철제물이 파손된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석탑 가장 아래 부분인 북편 기단은 2곳이 크게 파손됐고, 기단 대부분이 훼손된 상태였다. 또 기단부 면석과 갑석 일부 역시 파손된 채 방치돼 있었고, 1층~3층 옥개석 역시 모두 일부 파손 또는 금이 간 상태로 놓여 있었다. 국가지정문화재인 삼층석탑을 제대로 관리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태로 방치돼 있어 왠지 씁쓸한 기분마저 들었다. 게다가 석탑 서편 바로 앞에는 언제부터 놓여 있었는지 모르는 무덤이 있었고, 무덤 위에는 분묘이장을 안내하는 안내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지난 2015년 3월 보물로 지정된 경주남산 창림사지 삼층석탑이 기단과 탑신 등 일부가 파손된 채 방치되다시피 해 국가지정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석탑 동·서편 인접한 무덤도 이장되지 않고 있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보물 지정 이후 3년 동안 아무런 조치 없이 실질적인 석탑 보수·정비보다 설계승인과 지침변경 등 관련 절차에만 치중한 것으로 나타나 관리주체인 문화재청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또한 보물 지정 당시 문화재청 일부 문화재위원들은 “기단부가 일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향후 이에 대한 보강 및 보수가 필요하다”며 석탑 보수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파손된 채 방치되고 있어 보물 관리에 허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문화재청은 오는 3월부터 보수공사를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늑장행정에 대해 비판이 따르고 있는 것. 문화재청과 경주시의 창림사지 삼층석탑 보수공사 추진현황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업 내용은 석탑보수 및 진입로 정비와 보호책 정비 및 안내판 설치다. 이를 위해 2016년 3월 28일 경주시가 실시설계용역에 착수했다. 보물 지정 1년이 지나서다. 이어 그해 4월 문화재위원의 공사 관련 자문회의를 거쳐 경주시가 6월 지침변경 승인을 신청했고, 10월 문화재청은 이를 승인했다. 12월엔 공사 관련 자문회의가 한 차례 더 진행됐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1월 설계승인신청에 들어갔지만 2월 이를 보완해야 했고, 보완내용과 관련해 6월 다시 지침변경승인을 신청해 10월에서야 승인받았다. 그리고 11월 설계승인을 받고, 11월 사업을 시행하라는 공문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시는 2억300여 만원의 예산으로 오는 3월 공사를 시작해 6월 석탑 보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경주시가 보수공사와 관련해 지침변경승인과 설계승인을 각각 2차례씩 받아야만 한 것이다. 이 같은 절차에 따라 석탑 보수를 시작하는데만 3년이 걸린 셈이다. 그동안 석탑 훼손은 더욱 진행됐고, 보물로 지정된 석탑을 찾은 이들에게는 실망감만 안겨줬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가지정문화재에 대한 신중하고 철저한 고증과 관리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훼손된 문화재의 경우는 보다 신속하게 조치해야 한다”면서 “창림사지 삼층석탑 보수와 관련해서는 문화재청의 늑장행정이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문화재 보수뿐만 아니라 복원, 정비 등도 관련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까다로워 소위 말하는 ‘갑질’ 논란도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소중한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철저한 고증과 논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라며 “모든 문화유산에 대한 보수, 정비 등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고 원칙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한편 보물 제1867호 창림사지 삼층석탑은 이층기단 위에 삼층 탑신을 이룬 전형적인 신라의 탑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상층기단면석에 유려한 솜씨로 조각된 팔부중상이 독특하다. 상륜부를 제외한 높이 6.98m로 남산에 보존되고 있는 석탑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하다. 특히 탑에 양각된 팔부신중(불법을 수호하는 여덟 수호신) 조각은 규모와 기법에서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석탑은 그간 파괴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가 1976년 결실된 부재를 보강해 복원됐다. 이 과정에서 2, 3층 탑신과 상층기단의 팔부신중상 4매, 기단 석재 일부가 신재로 교체되는 등 탑의 원형이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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