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는 언제나 옳다’..., 동쪽으로 망망대해 바다를 접하고 있는 감포항의 존재는 경주에서 축복과도 같습니다. 경주 동해권의 문화재와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거니와, 계절을 달리하며 아름다운 풍경과 신비로운 자연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말 그대로 천혜의 자산이 넘치는 아름다운 항구인 거죠. 게다가 조용한 어촌마을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압권이고요. 이 곳 감포에는 맑은 바닷길, 어촌의 수선스러운 활기와 함께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살았던 적산가옥이 식민지 역사적 교훈을 고스란히 전하면서 근대 건축적 아름다움을 지금껏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적산 가옥이란 광복을 맞이하면서, 일본인에 의해 지어져 이 땅에 남겨진 재산을 일컫는 말입니다. 감포항은 1937년 인천항(당시 제물포항)과 같이 읍으로 승격될 만큼 동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항구였다고도 합니다. 당시 감포는 황금어장이었고 경상북도에서는 감포가 최고부자 도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감포읍내에는 아직 그 흔한 커피 전문점 하나 없을만큼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드라마 세트장 같은 풍광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짭쪼롬한 바다냄새와 함께 어디선가 비릿한 생선냄새가 뒤엉켜 이곳이 ‘항구’ 임을 금세 인지시켜 줍니다. 감포에는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시가지 좁은 도로 양쪽으로 2층 적산가옥들이 아직도 듬성듬성 남아있습니다. 이들 적산가옥이 모여 있는 감포 안길 가운데, 콘크리트로 견고하게 지어진 창고가 우리들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마치 철옹성 같이 단단하고 완강해 보이는군요. 이 창고는 일제강점기 정치망 어선과 저인망 어선 등을 소유하면서 대규모 사업을 하던 ‘주조’라는 부유한 일본인 사업가가 별장으로 사용하던 집 아래에 지어져 있습니다. 부속건물로 집 아래 지어진 콘크리트 창고지만 매우 ‘정직’하게 이 집을 떠받치고 있는데요, 서늘한 1층 공간에 과일이나 생선, 가공된 통조림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감포의 까만돌인 ‘오석돌’을 지게에 지고 와서 지었다고 전해지는 이 창고는 75년은 족히 넘은 건축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유사시 방공호로 사용할만큼 튼튼하게 지어졌다고 하는데다, 마당 한 귀퉁이에서 창고로 바로 내려가는 공간이 있다고 하니 제법 이야기 거리가 풍성한 집인듯 합니다. 지금도 창고 안으로 들어가보면 높고 둥근 천장과 나무로 지어진 아치형태의 저장 공간이 생경하고도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일명 석빙고라 불리고 있다죠? 한편, 감포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이 집 안에서 바라보면 뜨겁게 떠오르는 일출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경주에서 별장을 가진다면 동해 붉디붉은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이곳 감포에 멋들어진 별장 하나 가지고 싶네요. 그림=김호연 화백 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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