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문화관광해설사 윤영희 씨가 10여 년간 경주에서 해설사로 활동하면서 오랜 경험으로 펴낸 책 ‘경주로 떠나는 천년여행’이 지난해 7월 출간해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다음 달 ‘재판’을 앞두고 초판 후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교정 작업이 한창인 윤영희 씨를 지난 19일 포석정에서 만났다.
-문화관광해설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포항에 살면서 친구들과 자주 경주를 찾았어요. 2001년 경주에 정착한 후에도 문화유산답사며, 박물관이며, 남산이며 열심히 다녔죠. 그러던 중 우연히 문화관광해설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고 2004년부터 문화관광해설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경주를 좋아하다보니 제가 경주를 많이 알 것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막상 문화관광해설사를 시작하고 나니 머리로 아는 것을 말로 설명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문화재에 대한 공부를 했죠. 경주가 불교문화의 중심지로 각인돼 있다 보니 불교공부도 소홀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발간하게 된 계기는
문화관광해설사를 시작한 후 5년 정도가 지나니 어느 정도 해설에 자신감이 생기더라구요. 그리고 10년이 지났을 때는 경주의 문화관광 유적지를 많은 관광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문자화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죠. 말로 설명하던 것을 글로 정리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다시 열심히 경주를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3년의 과정을 거쳐 이 책이 나왔습니다.
-출판사와의 인연은 어떻게
작년 유럽여행을 가면서 이곳 출판사에서 출간한 로마이야기라는 책을 가져갔었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때 이 출판사에서 제 책이 만들어지길 바랬죠. 여행 후 출판사와 연락을 취했고 다행히 출판사도 흔쾌히 출간을 결정해줬어요. 게다가 ‘경주로 떠나는 천년여행’이 2017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돼 출판사와 저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집필 중 가장 공 들인 파트는
경주는 천년 국가 신라를 품어낸 천년 수도의 명성에 걸맞게 유적들이 발길 닿는 곳마다 널려 있습니다. 곳곳마다 저마다의 역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어느 파트 하나 소홀할 수 없었어요. ‘불국사는 우리나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것에 대해 아는 것도 없다’라는 얼마 전 타지에 있는 친구가 한말이 생각납니다.
불국사는 석굴암, 양동마을 등과 함께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경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곳임은 물론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국제적인 관광명소 중 하나 입니다. 불국사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 만큼 보다 자세한 이해를 돕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쓴 파트 중 하나에요. 하지만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 대부분이 피상적인 관점으로 이곳을 찾는 분들이 많아 아쉽습니다.
-문화관광해설사를 하면서 보람 있었던 점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보다 쉽고 정확하게 우리지역의 관광명소를 이해 할 수 있도록 문화관광해설사를 하면서도 꾸준히 책을 읽으며 지식을 보충하고 있어요. 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인 가족들이 몇 해 전 불국사에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절 곳곳의 해설을 귀담아 들으며 ‘우리나라 문화가 참 인간적이고 좋네요’라며 제 설명에 적극적으로 공감 하더라구요. 관광객들의 적극적인 반응과 공감표현이 저에게는 큰 보람으로 돌아옵니다.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은
제가 문화관광해설사로 10여 년 동안 경주를 답사하고 해설한 경험을 이 책에 오롯이 담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작은 신라가 어떻게 천년국가가 됐는지 경주의 유적들을 통해 그것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책 한 권 들고 버스 타고 걸으면서 경주를 둘러보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경주를 답사하며 배움의 장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반면, 피상적인 관점으로 경주를 찾는 관광객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사진 한 장의 추억도 물론 소중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서 경주 곳곳에 대한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먼저 이해하고 방문하신다면 경주문화유적에 대한 안목을 제대로 갖출 수 있는 보다 뜻깊은 여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앞으로의 계획
주위에서 이 책에 대한 영역본을 만들었으면 하는 권유로 현재 불국사, 석굴암, 양동마을 등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파트를 중심으로 영역작업을 하고 있어요. 많이 알려져 있는 명소이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 수가 경주의 다른 명소에 비해 많죠. 영역본이 언제 출간될지는 미정이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주의 멋과 미를 보다 쉽고 정확하게 알릴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경주로 떠나는 천년여행’은 현장에서 해설을 듣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문화관광해설사가 직접 경험을 담아 출간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생생하게 해설을 듣는 기분으로 흥미롭게 읽힌다는 평을 받으며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저자 윤영희 씨는 대구출신으로 경북대 농과대학을 졸업했다. 경주가 좋아서, 옛사람의 삶과 정신에 매료됐다는 윤 씨. 그의 경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경주를 사랑하는 사람들, 혹은 아이들이 있는 부모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이번 주말은 사랑하는 우리가족을 위해 일일 문화관광해설사가 되어보는 것은 어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