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한수원 이관섭 사장이 임기 1년 10개월여를 남겨두고 사임했다. 경주와도 인연이 깊은 이 사장은 취임 후 원자력산업의 확장과 한수원을 경주사회에 연착륙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이 사장은 지난 19일 한수원을 떠나는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원자력 안전에 대한 과학적 믿음에서 벗어나 근거 없이 부풀려지고 과장된 것을 해소해 줄 것’과 ‘원전의 해외 수출 당위성’ ‘향후 한수원이 지향해야 할 사업’에 대해 조목조목 당부한 것만 보아도 현재 우리나라 원전산업의 어려운 현실을 대변한 것 같아 떠나는 뒷모습이 씁쓸해 보인다. 사실 이 사장의 퇴진은 탈원전 정책을 기조로 삼고 있는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미 예견된 일로 지역사회에서 회자되고 있었다. 정부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탈원전 정책을 차근차근 진행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경주사회도 적잖은 논란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한수원과 원전의 역할이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여 진다. 월성1호기 폐쇄로 인한 세수 감소와 한수원과 협력업체에서 생기는 일자리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월성1호기 폐쇄로 인한 잉여인력,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추진과 원전해체 등에 따라 향후 경주 본사에 근무 중인 한수원 직원들의 재개편이 불가피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4월 한수원 본사 이전 기념행사에서 발표한 경주종합발전계획 5대 프로젝트 및 10대 체감형 사업 이외의 지역발전 지원 사업도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한수원은 당시 5대 프로젝트로 협력기업 100개 경주 유치, 원전현장인력양성원 설립, 지역주민 자녀 대상 재경장학관 설립, 경주 연고 여자축구단 창단, 경주화백컨벤션센터를 거점으로 한 MICE 산업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들 사업 중 여자축구단 창단은 이미 완료했고, 이외 사업도 꾸준히 추진하면서 상당한 진척을 보여 왔다. 또 1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협력대출기금, 안심가로등 설치 등 10대 체감형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그동안 한수원이 경주에 적잖은 역할을 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 같은 계획은 더 이상 진척이 쉽지 않아 보이며, 앞으로 정부와 한수원, 지역주민 간 갈등만 커지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지난 24일에는 원전소재 시·군의회(경주, 기장, 영광, 울주, 울진) 공동발전협의회가 경주에 모여 정부가 수립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원전수재 지역 주민들의 동의하에 재수립 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수십 년 간 정부의 에너지수급정책에 따라 정부를 비롯한 원전책임기관과 환경단체, 원전지역 주민들은 대립을 계속해 왔다. 따라서 정부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추진에 앞서 정책추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원전지역의 화합과 지역발전계획을 명확히 수립해 내놓아야 한다고 본다. 경주시로서도 올 상반기가 상당히 중요하다. 먼저 정부의 본격적인 정책추진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지역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경주시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정하는데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와 용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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