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주) 사장의 전격사임 뒤 후임 사장으로 정부 탈원전 정책을 이행할 ‘코드 인사’ 선임설이 나오면서 지역 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탈원전 정책이 속도를 내면서 발전량에 따라 원전소재 지역으로 지원하는 지역자원시설세와 사업자지원사업 등 법정지원금도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 때문.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와 원전해체 등의 분야로 인력 재배치가 이뤄지면 경주에서 근무 중인 한수원 본사 직원 수도 감소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또 지역과 상생발전 차원의 지원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적으로는 지난해 12월 수주한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이후,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은 방향성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처럼 다양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는 가장 먼저 지역자원시설세 등의 감소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관섭 사장 사임 후 ‘코드인사’가 현실화되면 정부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당장 올해 월성1호기 조기 폐쇄가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2022년 11월까지 운영허가가 연장된 월성1호기가 중단될 경우 지역자원시설세와 사업자지원사업 등 법정지원금 380억원 지원이 중단된다.
또 한수원과 협력업체에서 매년 300명씩 5년간 1500명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피해가 예상되면서 원전 인근지역 주민단체인 감포읍·양북면지역발전협의회 등은 지난해 11월 정부의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반대하는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둘러싸고 정부, 한수원과 지역주민 간 갈등은 점점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주시에 따르면 2017년 한수원 및 월성원자력으로부터 받은 지역자원시설세, 지방세 등 수입규모는 총 660억 여원이다. 이중 원전 발전량에 따른 지원금은 지역자원시설세 312억여 원(도 35%, 시 65%) 중 202억 여원, 사업자지원사업 55억원 등 257억 여원으로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 지방세로 재산세 70억 여원, 주민세 14억 여원, 지방소득세 190억 여원 등이며, 세외수입으로 월성1호기 재가동에 따른 지원금 116억원 등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과 지방세법 등에 따라 법정지원금은 지속되지만 월성1호기 조기폐쇄 추진 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지원금도 빨리 중단돼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법정지원금 피해와 함께 향후 한수원 본사 직원도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는 월성1호기 조기 폐쇄로 인한 잉여인력,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추진과 원전해체 등에 따라 향후 경주 본사에 근무 중인 한수원 직원들의 재개편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또 지난 2016년 4월 한수원 본사 이전 기념행사에서 발표한 경주종합발전계획 5대 프로젝트 및 10대 체감형 사업 이외의 지역발전 지원 사업은 약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수원은 당시 5대 프로젝트로 협력기업 100개 경주 유치, 원전현장인력양성원 설립, 지역주민 자녀 대상 재경장학관 설립, 경주 연고 여자축구단 창단, 경주화백컨벤션센터를 거점으로 한 MICE 산업 활성화를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들 사업 중 여자축구단 창단은 이미 완료했고, 이외 사업은 지속 추진하면서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또 1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협력대출기금, 안심가로등 설치 등 10대 체감형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조석 사장을 거쳐 경주와 인연이 깊은 이관섭 사장이 사임하면서 그동안 경주시가 한수원에 요청해오던 교량건설 사업 등의 지역현안사업에 대한 지원은 앞으로 성사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원전 건설과 관리 등이 주요사업인 한수원 사장을 탈원전 인사로 선임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일”이라며 “한수원 본사가 경주로 이전한 뒤 더욱 성장하는 기업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오히려 위축시킨다면 결국 지역경제에도 큰 손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