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貢欲去告朔之餼羊 子曰 賜也爾愛其羊我愛其禮 자공이 욕거곡삭지희양하니 자왈 사야 이애기양가? 아애기례니라 <주석> 告朔 : 朔은 매월의 첫 날 곧 초하루이다. 옛날 천자가 매년 겨울에 오는 해의 매월 초하루를 제후에게 반포하면 제후는 이를 받아 조상의 묘실에 보관하였다가 매월 초하루가 되면 양을 잡아 묘실에 고하고 이를 반포 시행한다. 餼羊 : 죽였으나 아직 삶지는 아니한 양을 가리킨다. 餼는 산 놈이다. <해석> 자공이 매월 행하는 곡삭의 의례에서 바쳐지는 희양을 없애고자 하였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야, 너는 그 양을 아끼느냐? 나는 그 예식을 아낀다. <묵상> 묵상하기에 앞서 곡삭의 예에 대하여 좀더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다. 먼저 告라는 글자는 거성으로서 “곡”으로 읽어야 함을 말하고자 한다. 논어집주에 “告古篤反”이라고 하였다. 이런 말은 읽는 방법을 말하는데 이는 고의 “ㄱ”과 독의 “ㅗㄱ”의 반절이란 것이다. 그러면 곡이된다. 우리가 흔히 쓰는 “出必告하고 反必面하라”는 말에서도 출필곡하고 라고 읽는 것이다. 다음 곡삭이란 옛날 역법이 부정확하였을 때 천자가 매월의 초하루를 반포하면 제후들이 이를 받아 자기들의 종묘에 나아가 이를 아뢰었다고 한다. 초하루를 반포한다고 하는 것은 곧 월력을 반포하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를 아뢰는 행사에서 양을 잡았는데 여기 자공이 이를 없애고자 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이 행사는 그 근본정신은 희석되고 형식만 남아 제후들이 직접 참여도 하지 않고 그저 형식으로 고착되어 무의미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자공의 말은 상당한 근거가 있었다. 형식화된 제도는 혁파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흔히 있는 주장이다. 그리고 아주 혁신적인 발상인 것이다. 그런데 공자는 반대하였다. 그것을 형식화되게 한 현실이 잘못된 것이지 그 근본 취지는 옳은 것이므로 이를 복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오늘의 기준으로 판단하여 제거하면 그 근본취지마저 희석되어버린다고 보았을 것이다. 근본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지 근본을 뒤집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늘 이 시점에서 이 사회의 기준에 의하여 없애버리면 고귀한 정신은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의 원형을 본다고 할까? 오늘에도 이어지는 문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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