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진, 태풍 등 재해발생 시 시정촌(우리나라 기초지자체)이 판단해 피난소 설치, 이재민 구출, 응급가설주택 공여, 주택 응급수리 등 대부분의 응급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15일 경주를 찾은 일본 방재담당 장관출신 나카가와 마사하루(中川 正春) 중의원은 일본의 재해 방재와 관련한 재해대책기본법과 재해구조법은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경주시청 대회의실에서 ‘방재에 관한 일본정부시스템과 대처’를 주제로 지진 방재 특별 강연을 가진 나카가와 중의원은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재해대책기본법과 재해구조법 등을 개정했다”면서 “이전 법령은 재해 발생 시 재해구조 등과 관련해 시가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구조로 당연히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어 법 개정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또 “재해 구조에 따른 비용도 광역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초과되는 비용은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전환했다”며 “이는 응급대책에 대해 정부의 지원과 책임을 명확하게 명시한 법”이라고 밝혔다. 나카가와 중의원은 이날 재해 대비 단계부터 피난 경보, 응급활동, 복구·부흥활동, 이재민 지원 및 재난담당 인재 육성 등 지진 방재 선진국 일본의 총체적인 시스템과 함께 지진 발생 시 대처 요령에 대해 강의했다. 이날 강연은 지난 2016년 발생한 9.12 강진 이후 늦은 긴급재난문자, 지지부진한 복구 등으로 논란을 겪었던 경주시와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나카가와 중의원은 “재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구해나가는 등 경험 속에서 정책을 완성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본의 지진정책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지진의 경우 전국 주요 활성단층에서 발생하는 지진과 바다의 판 경계에서 일어나는 해구형지진으로 나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30년 안에 70% 확률로 발생 예측되는 ‘난카이트로프(南海 trough) 거대지진’(시코쿠(四國)지역 해구에서 발생하는 해구형지진, 시즈오카~큐슈까지의 피해가 예상)과 수도직하지진(수도권 내륙의 얕은 곳을 진원지로 하는 수직형지진), 그리고 30년 이내 발생할 확률이 7~40%로 예측되는 일본 홋카이도 동쪽 치시마 해구 등 3개 지역 지진 활동의 장기적인 평가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지진 예측 지역에서 최대 피해를 가정한 구조·구급, 의료, 재해물자, 연료 공급 등 응급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피해 예방과 재난 복구대책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해대응의 원칙으로는 방재대책 등 사전 준비된 것이 아니면 비상 시 기능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 준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난 발생 시 피난권고 등 발령은 ‘헛스윙’은 용납되지만 ‘루킹’(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재해 시 피난권고·피난지시 발령은 주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시장의 최대 사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 재해발생 후 일본의 응급구조시스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먼저 ‘경찰재해파견대’로 재해 발생 시 즉시 출동하는 1만 여명 규모의 대응부대와 일반부대로 편성돼 있다. 이들은 재해 발생 시 경비, 교통, 형사부대와 항공, 통신, 재해경비 등의 임무를 맡고 있다. 또 ‘긴급소방구조대’는 대규모·특수재해 발생 시 전국에서 이재지로 출동해 인명구조활동 등을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실시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공공성, 긴급성, 비대체성 등 3대 원칙에 해당될 경우에는 자위대를 파견해 응급 구호활동을 펼치는 구조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재해발생 시 의료시스템은 광역재해긴급의료정보시스템, 재해파견의료팀, 광역의료수송, 재해거점병원을 갖춰 부상자 구명과 이송, 진료 등 인명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해복구와 관련해서는 TEC-FORCE(긴급재해대책파견대)를 구성해 재해 발생지의 신속한 현황파악과 더불어 피해 확대방지, 조기복구 등에 대한 기술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주택, 공공건물 등의 내진화는 2020년 95% 달성을 목표로 정부차원의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나카가와 중의원은 이날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일본은 자연재해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 발생 예상되는 지진에 대한 장기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대규모 지진 피해를 가정한 구체적 대책 및 대응 활동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해 발생 시 지자체의 신속한 초동대응과 군·경·소방 등 유관기관 협력체계가 매우 중요하다”며 “평상시 시장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스스로 위기관리능력을 습득하고, 재난별 응급발령 판단기준 마련, 긴급 피난 등 안전 확보 행동요령, 재해정보 수집 및 관계기관 지원과 2차 피해 방지 등 재난대책 기본체제 및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카가와 중의원은 이날 강연에 이어 16일에는 국회 재난안전대책 특별위원회(위원장 변재일 의원) 위원들과 함께 포항을 방문해 피해현장을 둘러보고 방재 대책에 관한 간담회를 가졌다. 한편 이날 강연에는 김석기 국회의원과 최양식 시장,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한 양 도시 방재관련 공무원, 재난관련 단체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석기 의원 “재해 대응능력 강화 계기될 것” 나카가와 중의원은 우리나라 교육부에 해당하는 문부과학성 장관 및 방재담당 장관, 일본민주당 재해대책조사회 회장을 역임한 재난관리 및 방재교육의 권위자다. 특히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 이후 지진재난 피해 수습을 총괄한 담당 장관이었다. 현재는 8선 중진의원으로 한일의원연맹 운영위원장을 맡아 한일의원연맹 한국측 상임간사인 김석기 국회의원과 인연을 맺고 있다. 이 같은 인연으로 경주에서 특별강연을 하게 된 것. 나카가와 중의원은 이날 강연에 들어가면서 한국말로 “김석기 국회의원과의 인연으로 경주로 오게 됐다. 지진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주시와 포항시에 진심으로 위로드린다”며 “지진이 많은 일본도 모두 힘을 모아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일본의 경험이 한국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를 주선한 김석기 의원에 따르면 이번 강연은 경주시와 포항시 공무원들의 지진에 대한 전문지식 습득과 지진 피해 예방 및 복구에 대한 이해를 돕고, 지진발생 시 무의식적으로 대피행동이 가능한 시민대응능력 향상을 위해 마련됐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는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에도 정부는 지진 방재대책에 관한 로드맵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강연을 통해 지진의 아픔을 몸소 겪은 경주와 포항시가 모범적으로 지진 대응체제를 개선하고 피해예방과 대응능력을 강화해 나가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