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먹색의 윤곽 속에 생동감 있게 자리 잡은 오방색의 조화. 김호연 화백의 장생도展이 오는 31일까지 아트센터 갤러리 봉봉(관장 최홍석)에서 열린다. 새해를 축하하며 조선시대 왕이 신하에게 나눠주던 그림이 있다. 바로 세화歲畫이다. 새해가 되면 도화서 화원들은 세화를 그려 왕에게 바치고, 각 관아에서는 그 세화를 문에 붙이거나 서로 선물, 교환하며 벽사진경을 기원하는 풍속이 있다. 십장생도는 조선후기까지 지속적으로 사랑 받았던 대표적인 세화이다. 화폭 요소요소에 등장하는 불로초와 불사수인 영지버섯과 소나무, 장생조수長生鳥獸인 학과 사슴, 영물인 거북이, 물, 구름 등은 불로장생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위의 소재들은 김 화백의 작품에서도 절대 빠질 수 없다. 불로초를 양손에 들고 있는 관세음보살과 장생을 상징하는 여러 요소들이 어우러졌다. 마치 고구려 고분벽화를 연상케 하는 구도와 민화적인 요소가 가미된 색감으로 화려하고 경쾌하게 표현된 그의 작품에서 가슴 벅찬 감동이 전해진다. 김 화백은 일찍이 동양화와 서양화의 장르의 경계를 허물었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는 전통과 현대의 기법이 조화를 이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그의 작품세계를 생동감 있게 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불로장생을 추구하는 도교의 신선사상에 관세음보살 등장 등 불교적 요소가 가미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작품 전반적으로 바탕의 색을 비움으로써 작품의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평도 곳곳에서 들린다. 관세음보살은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중생을 구제하고 제도하는 보살이다. 예로부터 관세음보살을 염원하고 발원하면 현재의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어왔다. 화폭에 담긴 관세음보살은 그의 간절한 염원일지도.... 김 화백은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작품 활동을 쉬었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오랜만에 작품 활동에 몰두 하며 지냈다”며 “사람이 살아가는데 제일 중요한 것이 건강이다. 무술년 새해를 맞아 주위 모든 이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화폭에 장생도를 담았다”고 밝혔다. 김 화백은 동국대학교 서양화과 교수다. 유화로 작업했던 김 화백은 1991년 초빙교수로 뉴욕 주립대에 가게 되면서 작품 활동에 큰 전환점을 맞았다. 그 곳 작가들과의 교류가 잦아지며 김 화백의 작업에는 다양성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4년 간 뉴욕에 머물며 다채로운 시도와 노력으로 작업의 구도와 구상이 바뀌고, 재료에도 변화가 생겼다. 캔버스 바탕에 유화 작업을 했던 그는 한지나 패턴지 등의 바탕에 먹, 안료, 토채 등을 택하게 된 것이다. 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정병모 교수는 “김호연 화백의 작품에서는 서양화가임에도 민화적인 미감이 잘 드러난다. 오방색을 주로 사용하는 그의 작품은 밝고, 명량하고, 유쾌하다”며 “그의 작품은 평면적이고 구성적이다. 또 해학적으로 변형시킨 김 화백만의 독특한 조형감각은 그의 작품세계를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최홍석 관장은 “김호연 화백의 장생도 작품은 신년과 잘 어울린다. 또한 작품에 표현된 해학적인 요소들이 재미와 감동을 더해 어린아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새해를 맞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함께 감상하며 서로의 진심어린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김호연 화백은 동국대학교 회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개인전 60회(뉴욕11회, L.A4회, 독일, 일본, 중국, 서울 등), 선재미술관 초대전(1997), 스페이스 월드 갤러리(뉴욕, 2006) 등 단체전 및 해외 교류전을 다수 가졌다. 뉴욕 주립대(1991~1994)초청교수, 동학 예술제 총 기획 및 기록화와 영정 제작, 국립경주박물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등 기획 및 전시에 다수 참여했다. 현재 본지 ‘경주의 풍광, 우리의 기억들’에서 경주 곳곳의 거리와 풍광들을 그림으로 정감 있게 담아내고 있다. -전시문의 010-9474-7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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