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하면 나라는 태평하리다” 지금부터 1253년 전, 8세기 중반에 충담스님이 경덕왕에게 지어 올린 안민가(安民歌)의 끝 소절이다. 이를 지금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지도자(시장,시·도의원)답게, 공무원답게, 시민답게 임하면 경주시는 살기 좋은 도시가 된다’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명언은 이미 오래전에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후 제자들과 나눈 문답에서도 볼 수 있다. “만일 임금이 정치와 교화를 바른 도리로서 하지 않으면 대신들도 법답지 않은 행동을 할 것이요, 대신들이 법답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면 왕의 태자도 법답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될 것이며, 태자가 법답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면 신하와 관리들도 법답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된다. 또한 신하와 관리들이 법답지 않게 행동하면 백성들도 법답지 않게 행동하며, 백성들이 법답지 않게 행동하면 군인들도 법답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된다. 군인들이 법답지 않게 행동하면 그때에는 해와 달의 운행이 혼란해져서 시절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임금이 법으로서 바르게 하면 온 나라 백성이 법답게 행동하게 되고 시절도 좋아지느니라”-증일아함경 제8안품방 오는 6월이면 시장을 비롯한 도의원, 시의원 등을 뽑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최초의 지방선거는 1952년에 시행됐다가 1961년에 중단된 후 1991년 재개됐으며, 1995년부터 주민투표로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기 시작했다. 1998년부터 지방선거는 4년 간격으로 치러지니 이번이 7회째를 맞는다. 경주도 벌써부터 선거판은 달아올라 지난해 추석 즈음부터 아예 공개적인 얼굴 알리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출마희망자들은 온갖 모임마다 참석하여 연신 허리를 굽히며 손을 맞잡는다. 모두 자기가 제일 적임자임을 자신 있게 내 세우는 것이다. 사실 시켜주면 못할 위인이 한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시·도의원은 직업일까? 통계청의 한국표준직업분류(KSCO)에 의하면 지방의회 의원 및 교육 의원은 엄연히 분류코드 11102로 분류된 직업이다. 설명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의회를 주재하거나 그에 참여하며, 헌법과 법령의 수권범위 내에서 조례와 규칙을 제정·개정 및 폐지하고 그들이 대표하는 선거구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를 말한다’로 되어 있다. 시장은 지방정부 고위 공무원(분류코드 11104. 시장, 부시장, 도지사, 부지사 등 지자체장)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선출한 시민 입장에서는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선거 운동하는 동안에는 입을 뗄 때마다 머슴이네, 일꾼이네 하지만 막상 당선되고 나면 제 잘난 면에 당선된 줄 알고 겸손과는 동떨어진 행동을 한다. 시민과 국민의 세금으로 보수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출해 준 시민을 주인처럼 섬기지 않는다. 당당히 쟁취한 직업이라 생각해서 그런 것일까?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있다면 시간과 선거권일 것이다. 남녀노소, 빈부격차, 권력명예를 떠나 어느 누구에게나 꼭 같이 주어진 것이 선거권이다. 지방선거 역사도 오래되어 겪을 만큼 경험을 하였으니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는 이런 사람들은 뽑지 말자. 첫째, 직업처럼 장기적으로 시·도의원직을 유지하는 인물은 배제하자. 의원보수 의존형이거나 특출한 업적이 없는데도 시·도의원을 갈아타며 장기집권 하는 이들은 과욕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시·도의원을 합해 3선 정도 하고 나면 스스로 박수칠 때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자. 둘째, 능력이 없는 이들은 철저히 배제하자. IQ가 높아 머리가 좋다거나 똑똑한 학벌로 내 세우자면 아예 임용고시처럼 시험 쳐서 지도자를 뽑아야 할 판이다. 스스로 생각하여 조례제정이나 주민의 편의에 앞장서지 않고 공무원 후려치기에 맛 들여 놓았다면 더 욕먹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자. 셋째, 사욕이 가득 찬 거짓말쟁이는 배제하자. 진정한 리더는 시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 소통해야 하고 사사로운 욕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개인의 부나 명예를 위해서 물심으로 욕심을 챙긴 사람과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가식적인 이들은 조용히 수양센터로 가자. 넷째, 전시형, 의식형 시·도의원은 배제하자. 당초의 시·도 사업을 자기의 공치사로 둔갑시키거나 각종 행사에 내빈소개형 즉흥 참석자나 주민의 눈을 의식한 얼굴 비추기형 참석자, 그리고 의원인지 자유분방자인지 구분이 모호한 행태를 보이는 자는 시민에게 스트레스만 준다. 평소에 스스로 의원은 의원으로서, 시민은 시민으로서 지역 지도자의 자질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인기부합형은 그냥 소시민으로 자리를 지키자. 다섯째, 밝은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 인물은 배제하자. 경주의 어려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토대로 더욱 발전적인 미래의 모습을 그려 내고 약속할 수 없다면 자질이 없다. 그동안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며 받아든 성적표가 형편없다거나, 왜 자기가 출마해야 하는지 뚜렷한 소신도 없는 이들은 아예 불출마를 선언하자. 다시 선인의 말씀을 빌리자면 석가모니는 반니원경 상권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일곱 가지 방법을 설파했다. 현대적으로 요약해 우리 실정에 비추어 몇 개만 가려보면 이러하다. 시민들이 자주 모여 정사(政事)를 토론하고 대책을 세워 스스로 지키며, 지도자와 공무원 및 시민이 늘 화합하고 책임맡은 이가 충성스럽고 어질어 서로 도와주고, 법규정을 받들어 서로 따르며 남의 것을 갖지 않고 욕심을 내지 않고 허물이 별로 없으며, 예의와 교화로 삼가하고 공경하여 남녀가 분별이 있고 어른과 아이가 질서가 있으며,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이나 어른들께 공손하여 교훈을 받아 안다는 것이다. 한 나라와 지역을 다스리는 리더의 덕목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세상살이는 결코 녹녹하지 않으니 시민들의 한 표 한 표가 제대로 투표되는 지방선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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