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와 더불어 살아온 동물이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무슨 뚜렷한 이유 없이 사람도 아닌 다른 종과 그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 해왔다는 사실이 진화론적 측면에서 볼 때 일종의 ‘부적응’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무색할 정도로 개나 고양이는 인간에게, 또한 인간은 그들에게 서로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 보다 일반적인 관점이다. 개나 고양이에서 반려견, 반려묘가 된 것이다. 반려(伴侶)동물은 사람의 보살핌 안에서 먹이와 안식을 쉽게 구하며, 사람도 자신에 대한 한결같은 친밀감 표시로 인해 개나 고양이를 가족과 같은 깊은 관계로 받아들인다. 사람들에게 있어 친밀한 인간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주지의 사실이다. 따뜻하고 안전한 인간관계의 부재는 우울한 기분과 자살 사고율을 높이고, 혈압과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도 올라가며, 심지어 흡연의 경우처럼 질병과 사망에 매우 취약해진다. 그래서 자식의 도움 없이 홀로 사는 노년층, 핵가족이나 개인주의가 일상인 서구사회에서는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있어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혹자는 아무리 반려동물이라지만 어떻게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겠냐고 의심한다. 개는 개일 뿐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고립되지 않게 평소에도 타인과 적극적으로 접촉을 시도하는 인간의 본능으로 볼 때, 사회적 관계가 충분치 않아 만약 외롭다고 느낀다면 동물이라는 대체재를 통해서라도 사람과 유사한 인지와 정서를 부여하고 그러한 의인화(擬人化)를 통해 사람이 느끼는 외로움의 상당 부분이 극복 된다는 점에서 반려동물이라고 부르는 건 당연한 측면이 있다. 반려동물에 관련된 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 소유자는 비소유자에 비해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더 건강하다고 한다. 고양이보다 특히 개가 그렇다고 한다. 반려동물 효과(companion animal effect)라고도 하는 이 현상을 일반화시키는 건 매우 위험하겠지만, 그만큼 개나 고양이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음을 반증하는 바로미터임에는 이견이 없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집단과 키우지 않는 집단을 나누어 하루 동안 웃는 횟수와 이유를 기록해 보았더니,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고양이를 키우거나 아무런 동물도 안 키우는 사람들에 비해 훨씬 많이 웃는다고 한다. 또한 개를 키우는 사람의 60%는 건강관리를 위해 권장하는 정도의 걷기 운동(1주일에 7회, 30분 이상)을 한다고 응답했다. 한국문화에서 개에 대한 정서는 상대적이다. 한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개는 식용(食用)이 주를 이루었었다. 그러다가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1980년 이후 반려동물로 키우는 가정이 많아졌다.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 1000만 명이 넘은 지금도 개에 대한 정서는 실용적인 이유와 정서적인 이유가 공존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어느 야산에서 노인 몇 분이 개를 어떻게 하려 하자 여학생이 신고를 한 사건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개에 대한 노인과 여학생의 인식의 차이는 선명했던 모양이다. 다가오는 2018년 새해는 무술년[戊戌年], 곧 개띠 해다. 개띠는 12지(支) 가운데 11번째 띠로 술년생을 가리킨다. 시(時)는 오후 7~9시이고 방위는 서북서, 달은 가을 9월 한로에서 10월 입동까지이며, 오행은 금, 음양은 양에 해당된다고 한다. 흔히 개띠들이 인간관계가 좋다고 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여자들에게 매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귀여운 강아지나 개를 데리고 다니면 여자들의 관심(개에게 쏠린 관심을 견주로 옮겨오는 것은 능력이다)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개띠들은 솔직하고 명랑하며 책임감이 강하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섬세한 사랑과 배려심을 발휘하여 인기가 많다고 한다.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신중치 못한다거나 도통 진득하지 못한 약점도 있긴 하지만, 힘든 일이 생겨도 굳건하게 버티고 앞으로 나아가는 저돌적인 성격으로 2018년 새해에도 열심히 달리시기 바란다. 독자여러분,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福) 많이 지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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