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라우(관장 송휘)에서는 무술년 새해를 맞아 오는 1월 3일부터 31일까지 김판준 도예가의 초대전을 개최한다. 경주 보문호와 남산에서 자연을 벗 삼았던 소박한 옛 시절의 감성을 담은 김판준 작가의 현대 도예 작품 25점을 선보이는 것. 이번 전시는 경주출신 김판준 도예가의 유년의 기억을 고향 경주에서 지역민들과 함께 추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작업세계를 일관성 있게 이어온 도예가다. 또한 전통성을 준수하면서도 독창적인 예술관을 지켜오던 김 작가는 그동안 삼족항아리와 수반 표면에 새겨진 다양한 빗살무늬, 투각한 한문 판본체, 운문, 산화동을 입힌 붓 자국에서부터 스테인드글라스용 유리사용 등 다양한 실험정신으로 도예의 표현영역을 확장시켜 온 도예가로도 인정받고 있다. 김 작가의 도예작품은 크고 튼튼하지만 화려하거나 사치스럽지는 않다. 그의 도예는 실용적 가치나 경제적인 가치보다 먼저 작품의 미적가치를 기준으로 삼는다. 현대기술에 의해 대량생산되고 있는 생활 도자기와 사뭇 다른 크기와 무게감, 그리고 흔하지 않은 색감에서 그의 작품이 실용성 보다는 장식을 목적으로 하는 관상용 도예작품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일찍이 실용적인 도예작업을 다른 도예가들의 몫으로 남겼다. 녹록지 않은 도예의 길을 함께 가고자 함이라 했다. 어디까지나 자신과의 약속이지만 세상에 대한 작은 배려에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김 작가는 유년의 대부분을 경주에서 보냈다. 그의 작업 전반의 모티브로 작용할 만큼 그는 유년시절에 대한 추억, 애잔함과 향수에 대한 그리움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각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유년시절의 추억은 잠시나마 위안과 평안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산과 강을 따라 바람이 흐른다. 솟구친 해 사이로 물고기가 노닐고 있으며 그 위로는 꽃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때로는 파란 하늘 위로 물고기가 날기도 하고 꽃들이 헤엄을 치기도 한다. 가늘고 긴 수양버들 잔가지가 바람에 흩날리고, 아득하고 푸른 개울물에 오리 떼가 떠다닌다. 김 작가가 도예작품에 표현한 경주 남산과 보문호의 풍경이다. 도자기 표면에는 모두 그의 내면에 잠식 되어있던 고향이 단면들이 투각과 안료로 표현돼 있다. 서영옥 평론가는 “김판준 작가의 도예작품 속 그가 간직한 크고 작은 위안의 잔상들은 팍팍한 현실에서 안식처로 자리한다. 그의 풍경은 하나같이 여일하다. 거기에 어울림이 서려있다. 풍경은 곧 그의 염원이기도 하다. 상생에의 염원, 그것을 기호로 도식화한 것이다. 다소 복잡한 감이 없지 않은 도식화된 기호가 가끔은 장식적으로 변모해 관자들의 시각에 즐거움을 더한다. 거기엔 숨 가쁜 현실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야 볼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이 있다”고 평한 바 있다. 김 작가는 여러 번의 습작을 통해 작품의 미적 가치를 승화시킨다. 또한 완성작이 원만치 않으면 파기도 서슴지 않는다.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얻게 되는 완성작이라 하더라도 미적 가치의 객관적인 척도를 계량화 할 수 없는 한계점에 다만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흙에 매료돼 흙과 함께한지 40여 년, 질팍한 토기를 닮은 김 작가의 진솔한 마음이 그의 도예 작품 속에 배어 있는 듯하다. 그의 색다른 도예 세계와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전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전시이자, 관람자들의 유년시절도 함께 추억할 수 있는 뜻깊은 전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 휘 관장은 전시에 앞서 “2018년 새해를 맞아 전국을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는 경주출신의 김판준 작가의 작품을 경주에서 선보이게 돼서 더욱 뜻있고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김 작가가 경주에서도 더욱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우리 지역의 문화예술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도록 2018년에도 지역민들의 꾸준한 관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판준 작가는 지금까지 개인전 16회를 비롯해 300여 회의 초대전 및 국제교류전, 기획전 등을 가졌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공예분과 심사위원, 대구공예대전 운영위원과 심사위원, 경북미술대전 운영위원과 심사위원, 신라미술대전 운영위원과 심사위원 외 전국공모전 미술대전 운영위원과 심사위원 30여 회를 역임했다. 수상경력으로는 대구공예대전 초대작가상, 신라미술대전 대상, 경북미술대전 금상 등이 있다. 대구공예대전, 경북미술대전, 신라미술대전 초대작가이며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국공예학회, 대구도예가회, 계명도예가회 등의 회원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실험과 노력으로 터득한 도예의 가능성과 기법을 보여주며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후학들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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