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주최하고 신라문학대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9회 신라문학대상이 지난 23일 The-K경주호텔에서 열렸다.
신라문학대상은 신라 천년의 찬란한 문화예술의 전통을 계승하고 역량 있는 신진작가를 발굴해 민족문학의 진로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수있도록 1989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올해 시 부문에는 남시우(안양)의 「순장의 얼굴」이, 시조 부문에는 최예환(봉화)의 「소녀상을 그리다」가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소설 부문에는 이인록(경주)의 「배웅」이, 수필 부문에는 최경숙(부산)의 「작살고래」가 각각 당선됐다.
이번 수상작과 관련해 시 부문 심사평을 맡은 문효치, 장승재, 임병호 심사위원은 “특출한 이미지는 읽는 사람들의 공감을 받는다”며 “당선작 「순장(殉葬)의 얼굴」은 상상을 초월한 상상력을 시로 승화시켜 호평을 받았다”면서 “향가문학의 본향인 경주시에서 주최하는 신라문학대상이 문학의 꽃을 오래 오래 피워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남시우 당선자는 “시와 나의 진정한 연애는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남 당선자는 “공무원으로 사회 첫 걸음을 시작할 때부터 글쓰기는 늘 하고 싶은 일이었다. 소설 등을 읽기만 하다가 12년 전 팜플렛 하나로 시작된 시창작, 심혈을 기울였음에도 졸작으로 판단되는 순간에 오는 회의감, 시적 소재를 제대로 붙잡았다는 느낌에서 오는 희열감, 쓰다가 버리고, 생각하다 버리기를 수없이 반복했다”며 “나무들은 꽃을 피우기 위해 꽃샘 봄바람과 여름 소나기를 다 맞아가며 기다리듯 나의 시 쓰기도 그러했다”고 전했다. 또 “수없이 등단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시인 지망생들은 용기와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시조 부문 심사평을 맡은 정해송, 권갑하 심사위원은 “당선작 「소녀를 그리다」는 호골산 정상에서 만난 때이른 진달래를 통해 일제에 끌려간 어린 소녀 위안부의 아픔을 그린 작품이다”이라며 “진달래의 붉은 이미지는 위안부의 아픔을 상징하면서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까지도 껴안고 있다”고 평을 했다.
최예환 당선자는 “까치발로 기다리던 당선소식을 4번째 도전에야 듣고 나니 넘치는 기쁨 뒤에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다가온다”라며 “이제 펜을 더 예리하게 갈아 체계적이고 단단해져야겠다는 기분 좋은 부담감이 든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소설 부문 심사평을 맡은 김지연, 이광복, 김봉환 심사위원은 “당선작 「배웅」은 기회주의적이고 출세지향주의 신봉자인 현대인의 정곡을 찌르면서 인성의 원천적인 선함이 결국 양심을 찾게 하는 주제의 수작이다”며 “현대와 과거, 토속이 어우러진 배경과 천륜을 넘는 참 우정, 신령재에서 맞는 혼령의 ‘배웅’설정 등이 이채로웠다. 단편소설의 정형을 보듯 빈틈없는 구성과 깔끔한 문장도 돋보였다”고 평했다.
이인록 당선자는 “아침저녁 출퇴근 때 마다 만나는 애기청소와 금장대가 나에게 큰 자극제가 된다. ‘무녀도’ 무대인 그곳을 이젠 살가운 눈길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신라문학대상의 권위에 한 점 흐트러짐 없는 글을 쓰겠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수필 부문 심사평을 맡은 오양호, 박양근 심사위원은 “당선작「작살고래」는 한국 수필의 상투성을 벗어나 전통 수필의 한 축을 잇고 있다. 작은 작살고래 암각화를 보고 인류문명과 인간의 시원을 유추하고 거기에 아버지의 삶을 포갠 상상력이 신선하고 깊다. 그리고 감상을 절제하면서 필자의 사유를 이성적으로 전개하는 글쓰기는 수필이 연파문학 쪽으로만 기운 장르가 아닌 이성적 사유의 결과물이기도 하다는 것을 드물게 보여주는 사례다”고 평했다.
최경숙 당선자는 “결혼 후 장사만 해 오다 38년 만에 해방을 맞았다. 자유의 몸이 되니 남은 시간이 서툴고 어색해 ‘수필’이란 친구를 만나 외도를 시작했다”며 “수필과 사랑한지 일 년이 넘으니 수필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2년이 채 못 돼 부족하지만 구애를 신청했고, 첫 번째 시도한 프로포즈가 당선돼 낭보를 받았다”다며 수필가다운 소감을 전했다. 이어 “자랑스럽고 행복한 순간이다. 앞으로 더욱더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문학의 길을 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선자에게는 시 부문 600만원, 시조 부문 500만원, 소설 부문 1000만원, 수필 부문 500만원의 시상금과 상패가 각각 수여 됐으며 당선작은 『월간문학』 1월호나 2월호에 발표되고 당선자는 한국문인협회가 인정하는 기성문인으로 대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