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전을 통해 본 한국의 현대미술전’이 내년 1월 31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갤러리해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1949년부터 1981년까지 30회에 걸쳐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이하 국전)’에 참여했던 작가들 중 20세기 한국미술 전반에 걸친 서구미술의 영향을 ‘문화 혼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며 시대적 고민을 안고 대안을 모색했던 작가들의 성취를 구체적으로 밝혀가기 위해 기획됐다.
또한 경주에서 개최하는 전시인 만큼 1979년부터 지속되어온 공모전 ‘신라미술대전’대상작품전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영남 지역미술의 축적된 역량을 펼치게 된다. 전시는 20세기 한국미술의 역사적 맥락과 동시대 미술 속에서의 좌표를 구해가기 위한 여섯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진행된다.
첫 번째 파트는 ‘한국의 전통회화, 풍경 속 사의성(寫意性)’이라는 주제로 겸재 정선부터 단원 김홍도,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 남농 허건 등에 이르는 우리전통회화의 높은 품격과 회화적 완성도를 갖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두 번째 파트 ‘전통회화와 서구미술의 문화혼성’에서는 서구추상미술의 영향에 맞서 전통회화의 현대화라는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추상작가들의 다양한 모색을 찾아 볼 수 있다.
세 번째 파트 ‘제3의 실경-전통회화의 현대화’에서는 전통회화가 서구추상미술의 영향에 경도돼 가는 현상을 경계하며 제3의 실경(삶의 현장)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던 일군의 작가들의 작품을 엿볼 수 있다.
네 번째 파트 ‘재현의 variation-회화적 다양성’에서는 현대화가 곧 서구화라는 분위기 속에서 소위 구상 또는 좌상파 아카데미 미술 등의 분류가 저열하게 느껴질 만큼 개성적인 예술적 성취를 남기고 있는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다섯 번째 파트 ‘서사narrative와 회화’에서는 초기 국전부터 내밀한 사적 경험과 기억들을 마띠에르 효과에 담아 이야기 구조로 서술해 내고 있던 작가들의 독자적인 양식으로 자리잡아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서구 모더니즘 미술은 순수적 지향-비상대적, 비재현적, 비구상적 추상을 활발히 전개했다.
마지막 여섯 번째 파트 ‘문화적 후위·한국추상미술의 스펙트럼’에서는 1960년대 집단적으로 등장했던 유사 앵포르멜과 차별화된 추상의 전개과정을 보여준 작가들의 독특한 추상작업들을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오상길 큐레이터는 “이번전시는 국전을 이끌었던 주역들의 대표작품들을 직접 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신라미술대전 수상작을 초청해 지역과 중앙의 관점을 교차시켜 본다는 점에서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서구미술의 영향이 20세기 한국 미술계와 작가들을 어떻게 변화시켰고 그 결과로 얼마나 다양한 미술이 생산됐는지 살펴보는 일이 매우 흥미로운 비평적, 미술사적 후위활동이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또 “이 전시가 20세기 한국미술을 새롭게 바라보는 연구 활동의 시작이자 21세기 한국미술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본격적인 실천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이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보다 높일 수 있도록 전시기간 중 매일 11시, 2시에는 전시설명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 오는 27일에는 ‘전시기획자 오상길에게 듣는 전시이야기’라는 큐레이터 토크가 진행 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내년 1월 31일 오후 2시에는 ‘국전과 신라미술대전으로 읽는 한국 현대미술’을 주제로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소장 양정무 교수)와 함께 학술 심포지움이 경주예술의 전당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다양한 연계행사를 통해 시민들은 친숙하게 미술품의 이해도를 높이며 미술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며, 미술인들은 이번전시를 통해 평소 지역에서 접할 수 없었던 한국 미술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전망이다.
앞선 시대를 살던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미술인이라면 전통, 창작, 구상, 추상 등 앞으로의 자신이 나아가야 할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누구나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역작가들의 다양한 작품 활동과 지역미술의 발전을 위해 이번전시가 촉매제 역할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한편 이번전시는 ‘2017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우수전시 순회사업’에 선정돼 문예진흥기금보조금을 지원받아 진행됐으며 (재)경주문화재단과 (주)서울현대미술연구소가 공동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