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오늘과 같이 강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 즉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존 아담스, 벤자민 프랜클린, 제임스 메디슨, 조지 메이슨 등 그야말로 기라성 같은 이들이 나라의 기틀을 잘 잡아두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신라는 화백제도에 입각하여 박(朴), 석(昔), 김(金) 3성이 왕위에 바뀌어가며 등극했을 뿐만 아니라, 그 시대에 여왕이 세 명이나 나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거기다가 선덕여왕은 많은 치적들을 남겼으니 그 어느 왕에 비겨 손색이 없다고 하겠다.
특히 진흥왕 때부터 싹 트기 시작한 화랑도를 차차 제도화 하여 심신이 단련된 인재를 양성하여 나라의 일꾼으로 삼았던 것은 삼국통일의 기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두 화랑 귀산(貴山)과 추항이 원광법사에게서 받은 세속오계(世俗五戒)는 교훈 중에서도 교훈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사군이충(事君以忠), 사친이효(事親以孝), 교우이신(交友以信), 임전무퇴(臨戰無退), 살생유택(殺生有擇)은 꼭 필요한 가르침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중에서도 살생을 금하는 불교 승려로서 ‘생물을 죽이되 가려서 죽이라’는 말은 결국 ‘죽일 것은 죽여야 한다’는 사실인데 한국 불교가 호국불교로서 특별한 의미를 지닐 뿐만 아니라, 조선 선조 때 임진왜란을 만난 승병들의 활약이며 사명당, 서산대사 등이 몸소 난리를 만난 나라와 백성을 위해 큰 활약을 했던 것은 다 이와 연관되며 청사(靑史)에 길이 남을 일이다.
그리고 지난날을 돌아볼 때, 오늘의 대한민국이 이만큼 민주화와 산업화를 빨리 소화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가 미국에 유학하여 선진 문문을 접했고, 또 4·19 학생혁명 후 내각제 시절의 윤보선 대통령은 영국에서 대학을 나온 분이고, 장면 총리는 미국에서 공부했다.
또한 이어서 군사혁명 후 권력을 잡게 된 박정희 대통령 역시 만주와 일본에서 교육 훈련을 받은 인물이고 보면 한국의 변화와 발전이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고 여겨진다.
고 박 전 대통령은 서울 광화문을 복원하고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웠다. 아산 현충사를 정비하는가 하면, 경주에는 불국사를 중건하고 통일전과 화랑교육원을 새로 지어 학생들의 교육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신라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대능원의 98호 고분과 천마총을 발굴하였을 뿐만 아니라, 보문관광단지를 개발하여 경주를 역사 문화 관광 도시로 만드는데 힘을 다하다가 뜻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불행한 최후를 마치고 말았다. 경주는 박대통령이 서거한 후 모든 계획이 중지되었으며 오늘의 모습 그대로 남게 되었다.
경주에 있는 역사적 중심지는 봉황대다. 우리 민족은 용봉문화(龍鳳文化)에서 중국의 용문화와는 달리 봉문화를 더 중히 여긴다. 서울의 경복궁 안의 여러 궁전에서도 천정에 용이 그러져 있는 곳보다는 봉황이 그려진 곳이 많다. 우선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 휘장을 보면 알 수 있다. 봉황새 두 마리가 마주보고 있으며 그 밑에 무궁화가 한 송이 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봉황은 상서스러운 새로 오동나무에만 앉고 죽실(竹實)만 먹는다고 한다.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려느냐’는 노래도 이래서 생겼나 보다.
또한 경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재가 바로 첨성대다. 천문관측소로서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 된 천문대다. 첨성대가 지닌 과학적인 면은 놀라울 정도다. 동서남북의 방위는 말할 것도 없고, 일 년 열두 달, 이십 사 절기, 삼백 육십 여일을 나타낸 하나하나는 농경시대의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데 너무나 중요하다. 수많은 풍상풍우를 거치고 지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보수한 일이 없이 그대로 유지되어 오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세계 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경주의 중요성은 봉황대와 첨성대와 같은 현재 남아 있는 유적과 유물이 대변해 주고 있다. 비단길(Silk Road)을 오가면서 남긴 고분 속의 유물들은 지금 박물관에서 무언의 답을 주고 있다.
동방의 등불이 다시 켜지는 곳은 바로 경주다. 그날을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시대의 대세와 조류를 따라 보조를 맞추어 나가야 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 물이 너무 맑아도 고기가 살지 않는다. 물은 물길을 열어 주는 대로 흐른다. 경주가 세계 속에 빛을 발할 그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