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진 작가의 ‘해바라기와 작은 소품전’이 내년 1월 15일까지 신원 갤러리(관장 김승유)에서 열린다. 이번전시에는 해바라기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비롯해 누드, 풍경화, 인물화, 삽화 등 42점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최미진 서양화가는 정통 사실주의 유화부터 따뜻하고 서정적인 삽화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장르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는 여성작가다.
“호암 아트홀에서 레핀의 그림을 보고 ‘신이 그린 건지, 인간이 그린 건지’하며 정말 감동을 받았어요. 레핀을 능가하는 작품을 그리려면 그 나라에 가서 그렇게 배워야 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러시아행 비행기에 탔죠”
러시아에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이동파 화가 일리야 레핀(1844~1930년)의 이름을 딴 레핀 미술 아카데미(국립 레핀 미술대학교)가 있다. 원래 전공을 뒤로하고 27세의 나이에 유학길에 오른 최 작가.
“마침 레핀에 선배가 있어서 학교에 대한 많은 정보를 들을 수 있었어요. 차별화되고 전문적인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었고,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그림이라 생각해서 유학을 선택했죠. 러시아에서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3년 정도는 한국인 친구도 안 사귀며 정말 열심히 했어요. 저에게 그림은 새로운 도전이었기 때문에 미술에 대한 열정도 강했고 애착도 많아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어요”
유학 중에 결혼을 하게 된 최 작가는 “육아와 살림, 공부를 동시에 해야 했어요.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왔지만 저에게는 아이들과 가정이 우선이었기에 현실이 바뀌지 않았어요. 이후 미술학원을 운영했어요. 아무래도 학원을 운영하면서 작품을 여유롭게 그리기는 힘들었죠. 그래도 매년 협회 정기전만이라도 참여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가면서 꾸준히 준비했어요. 작가로서 붓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죠. 아마 결혼하신 여성 작가들은 대부분 공감할 거예요”
작년 협회 정기전에서 그는 200호 해바라기 작품을 선보이며 갤러리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아트 페어에 참여 할 기회도 얻었다. 주부로서 작품과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데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무리가 있어 그는 잠시 학원 운영을 중단하고 작업에 매진했다.
해바라기는 부를 상징하고 집안의 기운을 밝게 바꾼다는 관점에서 많이 사랑받고 있고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천재화가 고흐는 열정적인 자신의 삶을 해바라기에 비유해 강렬한 색채와 격렬한 붓 터치로 표현했다. 반면 최 작가는 이국적이면서도 동양적인 해바라기를 재해석해 표현했다. 특히 구름을 실은 바람의 힘을 해바라기에 직접적인 표현해 줌으로서 열정적인 삶과 자유를 그림에 담았고, 노란색 밝은 기운으로 감성을 자극했다.
“그림 그린다고 아이들을 희생시킬 수는 없잖아요. 하루 10시간씩 그림을 그렸어요. 타이머를 맞춰가며 잠을 줄이면서 해바라기에 내 마음을 집중하고 포기할 수 없는 비상들을 담아 정말 열심히 그렸어요. 하지만 아트 페어를 통해 대중들의 시선과 한국미술의 흐름이 현대적으로 많이 변화하는 것에 대해 매우 혼란스러워졌고, 제 그림에는 허점만 보이게 되면서 더 고독해지더라고요. 마음에 변동이 일어난 이후로는 그림 그리기가 두려워 잠시 멈추기도 했어요. 8년이라는 유학생활에 대한 허무감도 들었어요”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혼자서 그림 그리는 것이 외로워서 늘 협회 생활을 하고 있어요. 같이 그림 그리는 사람 한두 명만 있어도 다시 붓을 놓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지금껏 했던 것을 이제 놓지 않으려는 마지막 끄나풀로 내년에 대학교 미술학부를 다시 들어가게 됐어요. 남편을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이 모두 반대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전 정신적으로 건강한 작가가 되고 싶어요. 명예보다는 덕후를 선택하고 싶고요”라며 최 작가는 그림이 성공의 목표가 아닌 행복의 목표임을 강조했다.
“저는 한 가지를 구체화시키는 마니아 화가가 아니에요. 다양한 장르와 주제로 우리의 삶과 우리의 이야기를 그림에 담아내고 싶어요. 누구나 제 그림을 보고 같이 공감하고 힐링이 될 수 있는 그림을 찾는 것이 늘 숙제에요”라는 최 미진 작가.
그의 작품 속에 추가로 채워질 열정과 에너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최미진 작가는 1969년 서울 출신으로 러시아 국립 레핀 미술대학교 서양화과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개인전 3회를 배롯해 다수의 단체전 및 아트 페어에 참여했으며, 현재 대한민국 현대 인물화가회, 여류100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