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란 지구상의 인류사회 전체를 뜻한다. 이렇게도 넓은 세상에서 경주란 어떠한 위치에서 있으며, 또한 어떤 존재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지구본을 보면, 세계를 동과 서로 나누어 두고 있다. 동양과 서양을 나누는 기준이 영국의 런던 그리니치 천문대를 통과하는 선을 영(零)도(度)로 하여, 이 선을 본초자오선(本初子午線)이라고 하는데, 이 선이 동과 서로 나누어지는 기준선이 된다. 그리고 이 선을 기준으로 가까운 동쪽을 근동(Nest East), 그 다음을 중동(Middle East), 한국이나 일본과 같이 동쪽의 먼 지방을 원동(Far East) 혹은 극동(極東)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이름 지어진 것은 지난날 해가지지 않는 나라로 알려졌던 영국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던 시대에 생겨난 호칭들이므로 오늘날은 별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영어가 전 세계의 통용어로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인도같이 영국의 지배에서 독립한 나라들도 있지만, 캐나다(Canada)나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와 같은 큰 땅덩어리들이 아직도 영국의 영향 하에 있는 것을 볼 때, 영국의 영향력을 결코 외면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중동전(中東戰)’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통해 볼 때, 한국은 지구에서도 가장 동쪽에 있는 나라요, 거기에서도 경주는 서역으로 가는 길의 시발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날 신라가 서라벌에서 빛을 발하던 시절, 일본은 여러면에서 한반도로부터 문물을 받아들이는 형편에 있었던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신라의 천년 사직이 남가일몽(南柯一夢)으로 된 후, 고려 왕조가 들어서면서 한반도는 팔도강산(八道江山)으로 나누어져서 각기 그 특성을 잘 나타내 주었다.
조선 팔도란 경상도, 전라도, 충성도, 강원도,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 경기도를 말한다. 팔도를 정할 때, 각 도마다 그 도에 있는 가장 중요한 고을의 이름 첫 글자를 따서 만들다 보니, 경상도(慶尙道)는 경주(慶州)와 상주(尙州), 전라도(全羅道)는 전주(全州)와 나주(羅州), 충청도(忠淸道)는 충주(忠州)와 청주(淸州), 강원도(江原道)는 강릉(江陵)과 원주(原州), 황해도(黃海道)는 황주(黃州)와 해주(海州), 평안도(平安道)는 평양(平壤)과 안주(安州), 함경도(咸鏡道)는 함흥(咸興)과 경성(鏡城)의 앞 글자를 취해서 만들어진 이름들이다. 함경도는 한때 경성 대신 길주(吉州)를 취해 함길도(咸吉道)라고 한 적도 있다.
경기도(京畿道) 역시 수도 서울(京)을 끼고(畿) 있는 도(道)라고 해서 경기도가 되었지만, 원래는 양주(楊州)와 광주(廣州)의 고을 이름을 따서 양광도(楊廣道)라고 했는데, 조선 태조 이성계가 양주 고을의 漢水(한강)의 양지(陽地) 즉 북쪽편을 도읍지로 하여 한양(漢陽)을 수도로 정함에 따라 이름이 바뀌게 된 것이다.
또한 이렇게 팔도로 나누어져 많은 세월을 지나는 동안 각 도마다 특색이 나타나게 되어 다음과 같은 사자성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경기도-경중미인(鏡中美人), 함경도-이전투구(泥田鬪狗), 평안도-맹호출림(猛虎出林), 황해도-석전경우(石田耕牛), 강원도-암하노불(巖下老佛), 충청도-청풍명월(淸風明月), 전라도-풍전세류(風前細柳), 경상도-태산준령(泰山峻嶺)이 그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경상도는 경주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경주가 살아야 경상도가 살고 나라가 사는 길이다.
경주가 함께 유명한 고을이었던 상주가 발전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고집 센 선비정신으로 철도와 신작로가 지나가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은 데서 현대화와 발전에 지장을 가져 왔다면 생각할 문제다.
상주는 그 옆에 있는 김천(金泉)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경주 시민 역시 변화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군자도 종시속(從時俗) 해야 한다는 성현의 말씀을 깨닫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다.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