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를 시작하며...,
우리가 살고있는 아름다운 경주에서 잊혀질, 혹은 사라지고 있지만 기억하고 간직해야 할 경주 곳곳의 거리와 풍광들을 찾아 소개할 예정입니다. 경주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마도 자연스레 레코드 판, 종이 수첩, 작은 책방 등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주의 역사와 문화재, 많은 설화들과 경주의 사소한 일상 속 사람들의 모습까지 아끼고 작품으로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동국대 김호연 교수님의 그림과 함께 기자가 작은 단상을 곁들입니다.
역시 믿고 보는 김호연 교수님의 경주 풍경입니다. 경주에 대한 사랑으로 급수탑에도 따스한 온기를 불어 넣어 주셨네요. 잎이 다 지고 난 감나무의 이채로움이 더욱 눈길을 끄는군요. 김 교수님께서 즐겨 표현하는 오방색 중 파랑과 검정, 빨강의 대비도 감상의 포인트입니다. 성동동에 위치하고 있는 근대 건축물인 경주역의 급수탑은 철도 부설 건축물로, 증기기관차 운행도중 증기발생용 용수를 급수하고 보충했다고 합니다. 이 급수탑은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킨 시간이 90여 년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1927년(일제강점기)에 경주기관구 건립과 함께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니까요.
많은 이들이 이 급수탑 앞을 무심히 지나다녔을 겁니다. 이 현란한 기술 과잉 시대 디지털 사회에서 이토록 아날로그적인 신호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건축물이 흔히 있을까요? 군산이나 포항의 구룡포, 목포, 대구, 대전의 근대 건축물로 표상되는 원도심 회복의 열기를 굳이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시대의 산물이었던 이 급수탑을 따스한 눈맞춤으로 기억해주고 한 번 찾아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가 꼭 챙겨야 할 귀한 유산 중 하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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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연 작가는 동국대와 동국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욕, 독일, 도쿄, 베이징 등에서 59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91년부터 94년까지 뉴욕 주립대(Stony Brook) 초청교수로 재직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기도 했다. 프랑스 SALON COMPARAION, 미국 PETERSON MUSEUM, 독일 KAMEKE, 예술의 전당 등에서 수 백회의 초대전을 가졌다. 뉴욕 주립대 중앙도서관 벽화 ‘굿’ 제작, 전남대학교 벽화 ‘황천무가’ 제작, 동국대학교 벽화 ‘대왕암’ 등을 제작했다. 현재 경주 동극대학교에서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림=김호연 화백
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