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는 집에 도착하자 그리스 캐럴을 듣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그리스 말과 쉰 듯 울림 깊은 소년의 목소리는 대번 비나의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소년의 노래는 꿋꿋한 어린 나무의 기도 같아서 하늘에 닿을 듯합니다. 만약 하느님이 계신다면 소년의 노래에 빛처럼 내려와 두 손을 내밀 것만 같습니다.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북 치는 소리가 비나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선녀와 나무꾼의 가슴에도 울립니다. 비나의 기도도 사방에 닿도록 북을 치고 싶군요’ -본문 中에서 ‘능으로 가는 길’, ‘이 고도를 사랑한다’ 등을 펴낸 경주를 사랑하는 강석경 작가의 신작 동화 ‘북 치는 소녀’(그림 선수아, 도서출판 물망초)가 지난 10월 출간 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동화는 북쪽 하늘나라에서 온 선녀 엄마와 남쪽 나라 나무꾼 아빠, 그리고 똑똑한 소녀 비나의 이야기로 새터민 가족의 삶을 동화로 아름답게 그려 내고 있다. 새터민은 ‘새로운 터전에서 삶을 시작하는 사람’으로 기존의 탈북자를 대신해 쓰는 순 우리말 용어다. 동화에 등장하는 비나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책을 읽으면 아프리카, 알래스카, 우주 등 가고 싶은 곳에 모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비나는 선녀가 태어난 북쪽 나라에 가고 싶다. 알라딘처럼 마법 양탄자를 타고 날아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만나고 싶어 하는 비나에게서 선녀의 슬픔이 묻어 나온다. 이 동화에 등장하는 비나 가족은 허구 속 인물이다. 하지만 우리지역의 반가운 명소들이 동화속 곳곳에 등장해 마치 우리 주변의 실제 이야기처럼 느껴져 지역민들에게는 더 공감을 사고 있다. 또한 선수아 작가의 어린아이 눈높이에서 표현한 장난기 가득한 그림도 주인공 비나의 심리를 한층 더 살려준다. 강석경 작가는 “서정적 아름다움을 지닌 경주를 배경으로 다소 어둡고 무거운 소재를 친근하고 밝게 표현하려 했다”며 “선녀엄마의 슬픔을 통해 남북이 하나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석경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다.《문학사상》제1회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오늘의 작가상, 21세기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받았다. 소설집《밤과 요람》《숲속의 방》과 장편소설 《가까운 골짜기》《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미불》《내 안의 깊은 계단》《신성한 봄》등이 있으며, 기행문《인도기행》과 장편동화《인도로 간 또또》, 경주에 관한 산문집《능으로 가는 길》《이 고도를 사랑한다》등을 펴냈다. 한편 이번 책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선수아 그림작가는 1989년 서울에서 태어나 현재 양평에 거주하며 동화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 한국 안데르센상 동상을 받았으며, 2013년 프랑스 ESAL을 졸업했다. 《희망의 비밀》《색과 무늬의 비밀》《감자 오그랑죽》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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