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정부 예산안 중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이하 신라왕경 사업) 관련 국비가 올해 대비 무려 201억여 원 감소한 것으로 확인돼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경주시가 경주시의회에 제출한 2018년도 세입·세출 예산안 등을 분석한 결과 이처럼 나타났다. 올해 연말 사업이 완료되는 월정교 복원·정비 사업을 제외한 월성 복원·정비 등 7대 신라왕경 사업 중 내년 국비 편성액은 총 103억여 원. 올해 8대 사업에 확보한 국비 316억원 중 월정교 복원 사업 국비 12억원을 뺀 304억원과 대비해 201억여 원이나 감액됐다. 이에 따라 국비에 맞춰 도·시비 등 지방비 대응투자 예산도 감액되면서 내년 총사업비 규모 역시 148억 여원에 그쳤다. 이는 올해 총사업비 452억원 대비 304억 여원 감소된 규모다. 특히 신라왕경 사업 중 핵심인 월성 복원·정비 사업에 대한 국비 편성액이 가장 많이 삭감돼 사업 추진이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월성발굴조사 등을 포함한 사업비로 올해는 국비 105억원을 확보해 사업을 추진했지만, 내년 국비 편성액은 11억 여원으로 94억 여원 감액됐기 때문이다. 또 동궁과 월지 복원·정비사업도 국비 25억원으로 올해 49억원 대비 24억원 감소했고, 금관총 등 대형고분 복원·정비 사업비 역시 올해 대비 15억원 감소했다. 황룡사 복원·정비를 위한 심화연구 및 정비사업비도 국비 14억 여원으로 올해 24억원 대비 9억8000여 만원 줄었고, 쪽샘지구 복원·정비도 33억 여원으로 5억3000여 만원 감소했다. 또한 신라방리제 복원·정비, 첨성대 주변 발굴·정비 사업은 토지매입 문제 등으로 사업 추진이 되지 않아 내년도 국비가 전액 감액됐다. 올해 국비 확보액은 각각 49억원, 3억원이었다. 신라왕경 사업은 2006년부터 2025년까지 국비 6615억원, 지방비 2835억원 등 총 9450억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4년부터 국비지원이 확대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지만 내년도 7개 사업 국비 지원이 대폭 감소되면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업에 대한 국비지원은 2006년부터 2013년까지 774억원을 비롯해 2014년 181억원, 2015년 400억원, 2016년 453억원, 2017년 316억원 등 총 2124억원의 국비를 확보했었다. -신라왕경 사업 대폭 감소 원인은? 이처럼 신라왕경 사업 관련 내년 국비 감액은 문화재 정비 사업 특성상 예산 실집행률이 저조한데다 정부의 사업추진 의지가 약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4년간 전국 문화재 보수정비 사업의 실집행률이 60.7%, 당해 연도에 집행되지 못한 예산이 총 4180억여 원 규모라는 것. 그 이유로는 문화재보수정비사업은 일반 건축·토목공사와는 달리 단계적 절차가 복잡한 특수성을 들었다. 문화재 보수정비를 위해 발굴조사, 원형고증, 전문가 현지자문 및 기술지도, 설계변경 등 복잡한 절차로 인해 사업이 지연돼 실집행률이 저조하다는 것. 또 매칭 지방비 확보 지연과 토지소유자와의 토지보상협의 지연 등도 한 몫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실집행률 고려해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도록 규정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편성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예년에 비해 사업 예산이 대폭 감소돼 정부의 신라왕경 사업에 대한 추진의지가 불투명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2018년도 주요 계속사업 중 증액된 사업은 총 37개 사업으로, 2017년 대비 354억6700만원 증액했다. 문화유산관광자원개발 82억8600만원, 대학원시설운영및기반구축 55억4500만원, 조선왕릉보존관리 48억5300만원, 수중문화재발굴및보존처리 19억1100만원, 궁능방재시스템구축 14억5500만원, 경복궁종합정비 14억5200만원 등의 순으로 증액됐다. 증액 사업 중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가야 문화권 조사·연구 사업’으로 국비 22억 여원도 포함됐다. 반면 감액된 사업은 총 26개 사업으로 2017년 대비 377억9600만원을 감액했다. 이중 신라왕경 사업 관련 예산인 문화재 보수정비 사업 감액규모가 10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도보존 및 육성 40억1300만원, 세계유산등재 및 보존관리 39억5700만원 등의 순으로 감액했다. 문화재청 예산안에 따르면 결국 국내 문화재 보수정비 사업에 101억원이 감액된데 비해 신라왕경 사업 예산은 그 2배인 201억 여원을 감액했다. 이는 신라왕경 사업예산을 줄여 타 사업에 투입한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어서 정부의 사업 추진의지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국비확보를 통해 월성 발굴 등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정부가 발굴과 함께 신라왕경 중 일부 복원을 바라고 있는 경주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내년 사업 추진 문제없나? 경주시는 신라왕경 사업 관련 국비가 대폭 감액됐지만 내년 사업 추진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이 분석한 것처럼 문화재보수 정비사업의 특성상 실집행률이 낮아 올해 역시 국비 반납규모가 상당하다는 것. 이는 대다수 사업들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에 따라 보완조치 또는 보류·부결되면서 연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성, 동궁과월지 정비·복원 사업 등은 현재 발굴에만 치중되고 있을 뿐, 경주시가 추진하려는 신라왕궁 등에 대한 일부 복원 사업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올해 계획했던 동궁과 월지 서편 건물 복원 착수가 문화재위원회의 재발굴 결정에 따라 지연되는 등 신라왕경 사업 관련 확보된 국비를 40억원 이상 반납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복원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면 많은 예산을 확보해야 하지만, 내년 사업도 대부분 발굴조사 및 복원·정비 연구에만 집중돼 있어 예년과 같은 수준의 사업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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