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주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있다. 지난 날 찬란했던 서라벌의 영화(英華) ‘동방의 등불’이 다시 켜지는 그날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만 해도, 아침이면 경주역에서 포항, 울산, 영천 방면에서 통학차를 타고 온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만큼 경주는 교육의 도시였고 문화를 비롯한 여러 면에서 주위 여타 도시에 비해 앞서 있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상황이 너무나 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인근 포항, 영천, 울산은 각각 시 혹은 광역시로 성장하여 경주의 발전에 오히려 어려움을 주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어느새 경주의 동남쪽에 있는 입실 이남은 울산광역시에, 동북쪽에 있는 안강 이북은 포항에, 서북쪽에 있는 아화를 지나면 영천권의 영향에 있게 됐다. 그로 인해 경주의 인구는 점점 줄어들었다. 거기에다 경주시는 이상하게 뻗어나가 수천 년을 통해서도 처음 듣는 동경주, 서경주, 남경주, 신경주 등의 명칭이 생겼는가 하면, 이것이 지역 이기주의로 이어지는 있다.
그러나 이렇게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 무언가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천마총 속에서 나온 계란처럼 부활(부화)해야 한다. 서라벌 경주는 천년 문화 고적지로, 과거(침묵)의 도시로만 남을 것이 아니라, 21세기를 맞은 오늘도 사람이 살아 숨 쉬는 첨단과학기술도시로 다시 태어나서 계속 새 빛을 발해야 한다. 한수원, 양성자가속기 등의 기관과 시설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따라 경주의 도시계획을 재검토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먼저 선거 때마다 이슈로 등장했던 것과 같이, 앞으로 경주 역사 부지를 행정복합타운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거기에 기와집 몇 채 지어서 해결될 일도 아니고, 또한 그 넓은 역사부지를 다 발굴한다고 역사문화도시계획에서처럼 30년 이상의 시간을 보내어서도 곤란하다.
경주역사부지 중 이미 발굴이 끝난 부분을 포함해 필요한 일부분만 부지정리 해서 내부를 현대식으로 한 고색창연(古色蒼然)한 고층건물을 뽑아 올려야 한다. 건물의 규모는 지하 6층(신라 6부 촌장)과 지상 56층(신라 56왕)으로 한다. 그리고 건물의 이름은 옛 황금의 도시 서라벌을 의미하는 ‘Golden City(皇金城)’의 ‘Golden Tower’라고 이름 붙이고, 거기에 시청, 경찰서, 법원, 검찰청, 세무서, 우체국 등등 모든 관공서를 한데 모은다.
그리고 나머지 역사부지는 주차장과 공원으로 꾸민다. 언제든지 이곳에 오면, 부담감 없이 주차할 수 있고, 모든 관공서의 일을 한꺼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휴식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경주의 전역에서 찾아오기 쉬운 중심지에 있어서 공평하고 찾기에도 편리한 점이 있다. 또한 북천, 서천, 남천을 거쳐 동쪽으로 연계되는 환상도로(belt-way)를 만들어 어디에서나 행정중심건물인 Golden Tower에 접근하는데 편리하게 한다. 경주역 부지에 세워질 Golden Tower는 경주의 상징적 랜드마크가 된다. 이 Golden Tower를 중심으로 Golden City 경주의 동서남북에 있는 동리들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다. 보문단지와 구 시가지며, 동천, 용강, 황성 등도 모두 하나로 연결될 수 있다. 그리하여 경주가 새로운 면모로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
어떤 이는 고도보존법으로 인해 고층건물을 지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고층건물을 무질서하게 짓게 되면 봉황대를 비롯한 왕릉이 가려지고, 경주 주위의 산의 능선들이 건물로 인해 사라진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Golden Tower와 같이 단일 건물이 도시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경우, 이 건물 하나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꼭대기에 설치한 전망대를 통해 왕경(王京)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관광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또 재정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도 할 것이다. 이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관공서 건물을 매각하는 데서 얻을 수 있는 재원도 필요한 기금으로 충당하거나 연구와 논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 본다.
다시 말하지만, 경주에 고층건물을 짓지 말라는 것은 능묘나 산을 가로 막아 경관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로 볼 것이요, Golden Tower와 같이 독립적으로 우뚝 솟은 것은 전체 경관을 보기 위한 전망대일 뿐만 아니라, 경주와 같이 역사 고적과 동시에 첨단과학을 함께 하는 도시에 있어서는 동서고금을 조화롭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건물 디자인을 잘 해야 한다. 고층건물을 짓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행정복합타운이 단층 기와집 몇 채 지어서 될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찰서는 이 동리에 시청은 저 산 밑에 자리하게 하는 일로는 도시가 제대로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대에 동방의 등불이 되어 찬연하게 빛을 발하던 신라 왕경, Golden City가 다시금 ‘동방의 등불’로서 빛을 발할 그날이 반드시 올 것을 기대하며, 오로지 그 날이 빨리 오도록 힘차게 나아가야 하는 것이 경주인의 사명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