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강동면 국당마을에 소박한 예술인 마을이 자연스레 형성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금 없이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공동체이기에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경주 형산 산자락 아래에 있는 국당마을은 경주와 포항의 경계에 위치한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15년 전, 백암 서각촌이 이곳에 처음 자리 잡았고, 3~4년 전부터 생태공예, 민화, 서양화, 사진, 천연염색, 불화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창작공간으로 하나 둘씩 국당마을에 모이게 됐다. 기자는 국당마을의 예술인들을 만났다. #예술인들이 모여 아담하고 소박하게 예술촌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는 촌장 이영백 씨 이영백 씨는 서각작가이며, 공구나 전기 등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만능 재주꾼이다. 늘 주변에선 그를 찾는다. 그날도 이 씨의 손에는 공구 통이 들려 있었고, 그는 이장님 댁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가 국당마을로 오고 마을 어르신들은 “마을 일에 늘 솔선수범이다”며 “이 씨가 오고 나서 마을도 깨끗해지고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영백 씨는 “15년 전 공기 맑고 물 좋고 한적한 시골마을을 찾아다니다 정착한 곳이 바로 국당마을입니다. 당시에는 수도도 안 들어왔고, 비포장 도로라 산 꼴짜기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예전부터 산속에서 아담하게 몇몇 예술인들이 모여 예술촌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꿈을 조금씩 이뤄가고 있네요. 마을 안쪽으로는 천연염색하는 작업장도 있고 차로 5분 거리에는 불화작가의 작업공간도 있어요” “저는 화려하고 인위적인 것 보다는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멋이 좋습니다. 국당마을에서 예술인들과 자연을 벗 삼아 서로 격려하며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그 자체가 좋은거죠”라고 순수한 면모를 보였다. #도심과 가까우면서 전원생활의 멋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이라는 서양화가 박경희 지난 6월, 입촌한 서양화가 박경희 씨는 “이곳은 싱그러운 새소리와 맑은 공기의 흐름이 나를 반겨주며, 자연의 진솔함과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좋아요. 좋은 환경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들의 모습 또한 자유롭고 풍요로워 보였고, 도심과 가까우면서 전원생활의 멋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아늑하고 평화로운 국당마을의 자연 속에 파묻혀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국당마을로 오게 됐습니다” “예술인들만이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 기존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동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르신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은 젊은 작가들이 도움을 드릴 수 있고, 어르신들이 지금껏 살아온 삶의 지혜를 작가들이 배울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지역민들에게 사진 체험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사진작가 이다나 씨 올해 11월,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사진작가 이다나 씨는 앞으로 음악, 시, 민요 등 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함께 했으면 좋을거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국당마을의 유래는 옛날 이곳에 신당이 있었고, 국화재배가 잘 돼 국당마을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지금도 국당마을에는 야생국화가 온 마을을 덮고 있구요.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에 백암서각촌이 있고, 백광자 서양화가, 박경희 서양화가 인근에 김락현 전통미술작가 등 많은 예술가들이 터를 잡고 있어요. 여러 작가들과 어울려 작품 활동을 하게 되면 창작에 대한 도움과 작업열정에도 많은 힘이 될 거라 생각해 이곳에 오게 됐어요. 지역민들과 관광객들도 편하게 국당마을에 찾아와 예술인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됐으면 좋겠네요” #미술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서양화가 백광자 씨 “작가라면 한번쯤 늘 마음 속 전원 속 화실을 꿈꿔봤을 것입니다. 자연을 벗 삼아 소재를 찾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으로 삶의 여유를 즐기면서 창작그림을 맘껏 발휘할 수 있을꺼라 믿었기에 국당마을에 자리하게 됐어요.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어렵게만 생각되는 사람들을 위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미술대중화를 위해 노력할거에요” #편히 산책 나왔다 들릴 수 있는 예술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민화작가 조순미 씨 “산속에 둘러싸인 따뜻한 자연경관과 사람들이 너무 좋아 이곳에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산책을 하시거나 자전거 등을 타고 지나가시다가 예쁘게 꾸며진 정원을 보면서 구경을 많이 하러 오시는데 그럴 때 마다 곳곳을 안내해드려요. 앞으로도 마음 편히 산책 나왔다가 예술작품을 구경 할 수 있는 따뜻하고 편안한 예술 공간이 되길 바래봅니다. 이곳에 공간이 허락된다면 작은 미술관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생태공예작가 김영미 씨 나뭇가지, 씨앗, 솔방울 등 자연 속 부산물들이 그의 상상력과 손끝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숲 해설가로도 활동 중인 김영미 씨는 쥐방울덩굴 씨앗으로 얼굴을 만들고 연밥으로 치마를 만든다. 17시간정도가 걸려 인형 하나가 탄생된다며 행복한 목소리로 설명한다. “숲에 가면 사람들에게 관심 없는 이름도 모르는 열매, 씨앗 등이 많아요. 너무 예쁘고 아까워서 모으기 시작했고, 너무 많아지다 보니 인형을 만들게 됐어요. 이쁜 재료를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 시간이 흐를수록 양이 많아지다 보니 집에 벌레들이 나오기 시작 하더라구요.(웃음)그래서 작업공간이 있었으면 했는데 그때 이영백 작가를 알게 됐고, 덕분에 국당마을에 오게 됐어요” 국당마을에 모인 예술인들은 각자의 창작활동은 물론 마을의 소소한 일과 지역 행사 등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지역민들과도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 이 곳은 처음부터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기획된 것은 아니다. 소박한 예술인들 하나하나 모여 자체적으로 이뤄진 자생된 예술인 마을인 만큼, 이곳을 찾는 지역민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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