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국가 형성기인 조기(3C 후반∼4C 전반)와 신라 전기, 후기 연구를 위해서는 황오리고분군, 서악리고분군, 금척리고분군 등의 발굴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지난 22일 쪽샘지구 신라고분유적 발굴조사 10주년을 기념해 ‘신라고분 조사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에서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는 이같이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이날 ‘경주지역 신라고분 조사·연구의 현황과 방향’이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경주에서 고분을 중심으로 이뤄진 고고학적 조사와 그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도 신라 고고학 전체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왔다”면서도 “지금 단계에서 돌아보면 신라고분의 연구·조사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부분들이 공백상태로 남아있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고학은 발굴에서 얻어진 물질자료를 통해 연구된다”면서 “현재까지 발굴된 것은 대릉원 등 중심고분군 수장급 목곽묘 발굴 자료들이고, 다른 곳(쪽샘지구 등)은 중심고분군 세력에게 통합된 주변부 하위세력의 목곽묘 발굴 자료들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최 교수는 “경주 월성북고분군 동편부(황오리고분군)의 원삼국 후기 목곽묘, 신라 조기 주부곽식 목곽묘 발굴이 속히 이뤄져야 신라국가 성립과정의 고고학 자료가 드러날 것”이라며 “그때서야 다른 지역과도 상호 균형있는 비교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신라 후기 중심고분군에 대해 그는 “서악리고분군이 분명하지만 지금까지 왕릉군 북쪽 구릉 1기, 남쪽 장산고분군에서 서악리 석침총 1기가 조사됐을 뿐”이라며 “경주지역 신라고분의 균형 있는 연구를 위해서나 전국의 신라 후기 고분 연구를 위해서도 발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릉원 남쪽 교동, 황남동 고분과 금척리고분군에 대한 발굴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들 신라 전기고분에 대해서도 보완적인 발굴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쪽샘지구 조사 방향에 대해서는 최소한 하나의 집단복합묘군에 대한 발굴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는 쪽샘지구에서 드러나고 있는 고분들의 분포양상이 주변보다 약간 높은 미고지를 따라 적석목곽분이 군집하고 있고, 그 사이나 저지대에서는 다른 소형고분이나 묘곽들이 수없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고지에 적석목곽분의 군집이 단순한 고분들의 집합이라기보다는 어떤 세력에 의한 질서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라 조기로부터 전기로의 전환과정을 밝혀줄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아 발굴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형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은 ‘경주 쪽샘유적 적석목곽분의 특징과 과제’라는 주제 발표에서 쪽샘유적 내 적석목곽분의 형성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쪽샘고분군 내 군집분이 이뤄지는 과정에 대해 먼저 미고지에 일정간격을 두고 단독분이 조영되기 시작하고, 연이어 추가분이 연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분과 고분 사이 공간에 단독분이 조영되고, 연접된 군집분 상부에 중복해 단독분이 축조됨과 함께 고분에는 추가로 연접이 이뤄졌고, 끝으로 고분과 고분 사이 공간에 단독분이 조영되며 공간이 포화상태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쪽샘유적 분포구조 조사를 통해 그는 “각 군집분의 첫 번째 고분과 단독분의 축조 시기를 파악하게 되면 전체 고분의 순서와 형성과정 등을 알 수 있게 된다”며 “추후 발굴에서는 군집분의 단위를 보다 명확히 파악하고, 그 첫 번째 고분과 단독분을 선택적으로 기획 발굴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크게 두 가지 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첫 번째 주제는 ‘경주 지역 일대에서의 신라고분 발굴조사의 흐름’으로 △경주 지역 신라고분 발굴조사와 연구사 검토(차순철, 서라벌문화재연구원) △경주 지역 목관묘와 목곽묘의 조사와 연구(윤온식, 국립중앙박물관) △경주 지역 적석목곽묘의 조사연구성과(심현철, 우리문화재연구원)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두 번째 주제는 ‘쪽샘지구 신라고분유적에서의 발굴조사 성과’로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분포현황조사와 목곽묘 출토양상(윤형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경주 쪽샘유적 적석목곽분의 특징과 과제(박형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발표가 이뤄졌다. 주제발표에 이어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해 주제발표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편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유적은 경주 시내 대릉원 일원(사적 제512호)에 속하는 4~6세기 신라 귀족들의 집단 무덤으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유적 정비를 위해 경주시로부터 의뢰를 받아 발굴조사를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을 비롯한 700여 기 이상의 고분들을 새로 확인하고 신라 장군과 말이 착용한 갑옷을 최초로 발굴하는 등 중요한 학술성과를 꾸준히 내고 있다. 이종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소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신라고분 발굴조사·연구 성과와 과제를 점검한 후 이를 체계화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신라 왕경의 역사적 실체를 밝히고 고분문화의 전개 과정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