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종훈)는 지난 9일 ‘과거로 가는 또 다른 문, 고인골’을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를 경주 스위트호텔에서 개최했다. ‘고인골’은 옛사람의 뼈를 말하며, 개인의 체질적 특징뿐만 아니라 영양 상태를 포함한 식생활, 행위 유형 등의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 과거 사회문화를 복원하는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15년 경주 동궁과 월지 동편 연접지역의 3호 우물에서 출토된 고인골 4구를 대상으로 과거인의 체질, 식생활, 생김새, 문화적 특성 등을 밝히고자 학제 간 연구 교류를 진행했다. 우물의 층위는 우물 폐기층(통일신라시대 말 폐기)과 우물 폐기 후 퇴적층으로 구분되는데, 4구의 인골은 우물 폐기 후 퇴적층에서 댜량의 동물·식물유체와 함께 출토됐다. 이 층위는 탄소연대측정결과 고려 초기에 해당된다. 4구의 인골은 성인, 소아, 유아, 영아로 연령대가 다양하며 발굴 당시 물속에 잠겨져 공기와 접촉이 되지 않았던 성인은 잔존상태가 양호한 편이고 소아, 유아, 영아는 두개골과 신체 일부가 수습됐다. 함께 출토된 척추와 다리뼈를 통해 성인의 신장은 약 165cm로 추정되며, 30대 남성으로 분석됐다. 이 인골들의 매장 맥락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는 이들의 매장 맥락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체질인류학적 분석, 친연관계를 밝히기 위한 DNA분석, 당시 사람들의 식생활을 알기 위한 탄소·질소 동위원서 분석을 진행했다. 또 출토된 성인 남성 인골의 생전 모습을 짐작할 수 있도록 3차원 입체(3D) 그래픽으로 복원하는 과정과 복원된 얼굴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신지영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탄소 안정동위원소 분석 결과 모든 연령에서 벼, 보리, 콩 등 C₃식물군 위주의 섭취를 한 것 같다”며 “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 결과 3호 우물에서 출토된 유아 연령까지 모유수유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1991년 알프스 산맥에서 독일 등산객에 의해 발견된 아이스맨이 5300년 전에 살았던 일상의 의복을 갖춘 가장 오래된 선사시대 사람이라는 것을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으로 밝혀낸 사례가 있다”며 “사람이 죽어 더 이상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호흡이 일어나지 않는 순간부터는 방사성 붕괴가 일어난다. 방사성 탄소는 5730년 반감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지금부터 5만년전까지는 연대 추정 측정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사람의 뼈에 있는 스트론튬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그 사람이 있었던 마지막 지역이 어디인지 찾고자 하는 연구도 진행됐다”며 “안정동위원소 분석은 옛 사람이 언제 살았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어디에서 거주했고 이동했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방법이다”고 덧붙였다. 이원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발표를 통해 “고인골 연구는 당대 인간의 삶과 죽음, 주변 환경을 한 발짝 더 나아가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역할이다”며 “고인골 머리뼈를 이용한 얼굴복원은 하나의 얼굴재현에 머물지 않는 당시 시대와 인간의 삶을 복원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얼굴복원은 인문학 영역의 성과를 시각화 해 종합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 생각되며 과거 우리나라 얼굴복원 연구와 더불어 고고학 분야에서도 얼굴 복원의 효용성을 증명하고 있다”며 “인문학과 자연과학 간 공동연구의 지속적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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