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八佾 5
子曰 夷狄之有君 不如諸夏之亡也.
자왈 이적지 유군이 불여제하지망야니라.
<주석>
夷狄 : 오랑캐의 나라. 異邦을 가리킨다.
諸夏 : 중국을 가리킨다. 각국 제후를 말한다.
<해석>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오랑캐 나라에도 오히려 임금이 있거늘 중국의 제후들은 참람하여 도리어 군신의 명분이 없어졌다.
<묵상>
이 장은 그 해석에서 좀 논란이 있다. 위의 말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오랑캐의 나라에 임금이 있어도 제하의 나라에 임금이 없음만 못하다.” 가 되어 오랑캐 나라를 아주 폄하하는 말이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공자의 말은 제후의 참람함을 개탄하였으므로 이런 맥락에서 보면 위와 같은 해석이 되어 정 반대로 오랑캐 나라를 오히려 추켜세우는 듯 하면서 제후를 꾸짖는 결과가 된다. 아무래도 전체 공자의 사상으로 보아 후자의 해석이 맞는 듯하다.
중국은 예로부터 자기들은 세계의 중심으로 天子의 나라이고 그 주위는 모두 오랑캐라 여기었다. 그래서 東夷, 西戎, 南蠻, 北狄이라 부르며 업신여기었다. 그러므로 공자의 위의 말씀도 해석을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오랑캐를 얕보는 생각은 그 기저에 있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도 엄연히 존재하는 중화민족의 유전자이다.
-八佾 6
季氏旅於泰山 子謂冉有曰 女弗能救與? 對曰 不能 子曰 嗚乎 曾謂泰山不如林放乎?
계씨 려어태산이어늘 자위염유왈 여불능구여아? 대왈 불능이로소이다. 자왈 오호라, 증위 태산이 불여임방호아?
<주석>
旅於泰山 : 旅는 제사의 이름이다. 태산은 산의 이름으로 노나라에 있다. 옛날 천자라야 비로소 능히 태산에서 제사할 수 있었다. 계씨의 제사는 참람한 것이다.
冉有 : 공자의 제자. 이름은 求, 때에 계씨의 宰上이었다.
救 : 말려 구함, 저지
<해석>
계씨가 태산에서 제사를 여제를 지내려 하였다. 공자께서 염유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만류할 수 없는가?’ 대답하기를 ‘없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오호라, 태산의 신이 임방이 아는 예만큼도 몰라서 이 불합리한 제사를 받을까보냐?
<묵상>
공자의 탄식이 가슴을 친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의 분수가 있거늘 왕도 못되는 주재에 천자만이 행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고 울분을 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의 아픔이다. 일반인은 모른다. 혹 알아도 모른 척 한다. 그러나 참다운 지성인은 그럴 수 없는 것이다. 불의를 차마 눈감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말릴 방법도 없으니 긴 탄식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오기가 나서 “그래 보자. 그 제사를 태산의 신이 받는가 보아라.” 하는 것이다. 그래도 공자는 태산의 신이 영험이 있어 그 제사를 받지 않을 것이라 하였다.
오늘날의 대다수 지성인은 이 마지막 보루마저 없으니 더욱 처량하다고 할까? 그래도 소수의 지성인은 이 마지막 보루, 신을 의지하여 위안을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