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지장보살로 추앙받고 있는 신라왕자 출신 교각스님이 잔잔한 감동과 전통의 멋이 담긴 뜻깊은 공연으로 오는 9일(목) 오후 6시 경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 찾아온다. 등신불로 승화된 김교각스님(696~794)의 일대기와 그가 남긴 한시가 명창 김영리 선생에 의해 영제시창·시조창 창작소리극으로 공연될 예정.
경주에는 불국사 무설전에 김교각 상이 있다. 김교각 입적 1300년을 기념해 지난 1997년 중국 안후이성 불교협회와 안후이인민대외우호협회가 불국사에 기증했다. 교각스님은 한시에도 조예가 깊다. ≪전당시≫에 ‘수혜미’와 ‘송동자하산’ 등 2편의 시가 전해지고 있다.
‘原身自是酋王子(이 몸은 원래 서쪽 나라 성덕왕의 아들) 慕道相逢吳用之(도에 정진하다 오용지란 이를 만났네)’ -≪전당시≫ 수혜미 中
‘漆甁澗底休招月(단지 속의 물엔 밝은 달 찾아올 일 없겠고) 烹茗遼中罷弄花(차 달인 단지에는 향긋한 꽃 필 일 없겠네)’ -≪전당시≫ 송동자하산 中
두편의 시를 통해 교각스님이 신라왕자였고, 중국차문화사에 중요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는 구화산에서 99세까지 수행하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육신이 3년이 지나도 썩지 않아 대중은 그를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보고 육신탑을 세워 공양했다. 이로 인해 구화산은 지장보살의 성지로 알려지고, 아미산(보현보살), 오대산(문수보살), 보타산(관세음보살)과 더불어 중국 4대 보살 성지 중 하나로 찾는 이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김영리 선생((사)아당 채숙자류 영제시창·영제시조 보존회장)은 “이번 공연은 교각스님의 일대기를 담은 창작 소리극이다. 역사적인 고증을 근거로 극을 만들었고, 그가 남긴 한시에 경주에서 전승·발전된 영제 곡조를 얹었다”고 말했다.
시조창은 한글 시조에 곡조를 얹어 부르는 것이고, 시창은 한시 절구나 율시에 일정한 장단과 한배 없이 음률을 얹어 부르는 것으로 곡조가 생겨나면서 시조창은 지역적 특징을 지니게 된다. 서울·경기 지역의 경제시조와 지방의 향제시조로 나뉘고, 향제시조는 전라도의 완제 , 경상도의 영제, 충청도의 내포제 등으로 나눠져 지역별 선율과 시김새, 창법 등의 특색을 갖는다.
구한 말 경주의 명기 아당 채숙자 선생(1908~1995)은 경상도를 대표하는 고조영제원형의 유일한 기능보유자이며 바로 김영리 선생의 스승이다.
김영리 선생은 “수많은 중국인들에게 추앙 받고 있는 김교각 스님이 우리나라 승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인물이라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며 “영제시창·시조창으로 재현된 이번 공연을 통해 교각스님의 소중한 가치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미약하지만 교각스님 고향인 경주에서 첫 출발한 이번공연에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 전국투어로 확대되길 기대해본다”며 덧붙였다.
경주의 명기 아당 선생의 영제시조를 그대로 전수받은 김영리 선생은 고운 최치원 선생, 회재 이언적 선생에 이어 올해로 세 번째 창작 소리극을 선보이며 영제시조를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김지장선차회 경주지회(지회장 정연자)에서는 이날 공연장 밖 로비에서 오후 4시에서 6시까지 교각스님이 신라를 떠나 구법 길에 오를 때 가져갔던 금지차 시연 및 시음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즈넉한 가을저녁, 금지차 한잔과 함께 교각스님과 교감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주최하고 (사)아당 채숙자류 영제시창·영제시조 보존회와 대한불교조계종 능화사가 주관하는 이번공연은 무료 공연으로 진행되며 초등학생 이상 관람이 가능하다. 티켓 문의나 공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010-3527-2153으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