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내년 5개 출연기관에 지원해야 될 출연금이 총 63억7800여 만원으로 나타나 ‘돈 먹는 하마’라는 지적이다. 이중 (재)경주시장학회 장학기금 출연금 4억2500만원은 경주시 금고지정에 관한 규칙에 의한 협력사업(장학기금 지원)에 따라 행정절차상으로만 예산이 집행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경주시가 내년 4개 출연기관에 시비 59억5300여 만원을 지원해야 하는 것으로 집계돼 재정악화의 주원인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출연기관은 문화, 예술, 장학, 체육 등의 분야에서 주민 복리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업추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출연해 설립한 재단법인을 말한다. 경주시의 경우 (재)경주문화재단, (재)경주시장학회, (재)경주화백컨벤션뷰로,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 (재)스마트미디어센터 등 5개 기관이 해당된다. 경주시가 지난달 30일 개회한 제228회 경주시의회 임시회에 상정한 내년도 5개 출연기관 출연동의(안)에 따르면 (재)경주문화재단이 25억300여 만원으로 출연금액이 가장 많았다. 이어 (재)화백컨벤션뷰로 25억원, (재)경주스마트미디어센터 6억원,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 3억50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기관 운영을 위한 출연금이 매년 감소하지 않고, 일부 기관은 오히려 증가하면서 개혁과 구조조정, 경영합리화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문화행정위원회 안건 심의에서 이 같은 지적과 요구가 동시에 쏟아진 것. 5개 출자기관 운영에 따른 출연 동의(안)은 이날 심의에서 모두 ‘원안 가결’로 통과됐지만, 오는 12월 열릴 2018년도 세입·세출 예산안 심의에서 예산낭비 논란은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경주문화재단, 한수원 기부금 상응해 운영비 줄여야 (재)경주문화재단에 대한 이날 문화행정위원회 심의에서는 지난해부터 한수원 문화후원사업의 일환으로 지원받는 기부금 11억원에 상응해 시 출연금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경주문화재단 2018년도 운영계획에 따르면 내년 경주시 출연금은 25억300여 만원. 또 시 보조금 47억2400여 만원, 한수원 기부금 11억원 등 총 83억2700여 만원으로 재단과 예술의전당 관리·운영, 시립예술관, 봉황대 뮤직스퀘어, 신라문화제 등 경주시 각종 행사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올해 경주시 출연금 22억8700만원보다 2억1000여 만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 및 예술의전당 관리와 인건비 등 운영비 증가에 따라 불가피한 인상이라는 것. 이에 대해 의원들은 한수원 기부금이 들어오는 만큼 운영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주 의원은 “당초 없던 예산에서 한수원 기부금 11억원이 포함되면 재단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시의 출연금 등은 감소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비가 그대로 지출된다면 시민 공감을 얻기 어렵다. 운영비를 줄이고 독립기관으로 나아갈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경익 의원도 “한수원 기부금이 들어오는 만큼 그에 상응해 경주시 출연금을 줄여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덕규 의원은 “문화적 욕구를 바라는 경주시민에 대비해 재단 운영비 등 투자되는 예산이 너무 많다. 출연금을 줄이고 공감되는 합리적인 경영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정환 문화예술과장은 “한수원 문화후원사업 기부금이 들어오면서 경주서 접하기 어려운 공연을 시민들이 저렴하게 관람하는 이점이 있다”면서 “이 예산은 문화예술사업에 한정돼 있어 앞으로 한수원과 협의를 거쳐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답변했다. -경주화백컨벤션뷰로 경영개선 노력 시급 (재)경주화백컨벤션뷰로는 내년 경주시 출연금을 25억원으로 예상하고 동의(안)을 상정했다. 경주시에 따르면 내년 (재)경주화백컨벤션뷰로 예산규모는 수입에 경주시 출연금 25억원, 국비보조금 1억5700만원, 대관료 수입 13억5000만원, 케이터링 수입 2억5000만원, 마이스 사업 수입 3억20000만원, 기타 수입 5억5000만원 등 총 51억2700만원으로 추산했다. 이 예산은 인건비 15억원, 일반운영비 3억1000만원, 마이스 사업비 1억3600만원, 시설관리운영비 27억3000만원, 마케팅 사업비 4억5100만원 등으로 지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마이스 사업팀 신설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으로 출연금이 증가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경주화백컨벤션뷰로는 개관이후 다양한 분야의 국제행사 등을 성공적으로 유치·개최해 역사 문화 등 차별화된 도시기반으로 마이스 산업 관계자로부터 각광받고 있다”면서 “앞으로 많은 대규모 국제회의 등을 적극 유치해 국제회의도시 경주를 홍보하고 관광산업 발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토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6년 20억원, 2017년 23억원 등 경주시 출연금 부담이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주화백컨벤션센터 개관 전 경주시가 2016년부터 예산 지원 없이 센터 자체 운영이 가능하다는 비용추계서를 제출했지만, 이와는 달리 2016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에 따라 이날 의원들은 경영 개선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서호대 의원은 “수없이 반복된 얘기지만 센터 자체 수익과 지출을 제로베이스로 간다는 경주시의 용역결과를 믿은 사람은 전혀 없었다”며 “센터의 회의 유치로 지역경제와 관광 활성화에 기여도 하지만, 매년 운영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것은 이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현주 의원은 화백컨벤션센터의 대관 등 기본 수익 창출을 높여 운영 및 관리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또 엄순섭 부의장은 “이 같은 추세로 출연금이 계속 증가한다면 열악한 경주시 재정으로는 앞으로 해결할 방안이 없다”면서 “한수원이 당시 기부 채납을 통해 경주시에 기증한 시설인만큼 지원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미디어센터 재단 유지 검토해야 내년 (재)경주스마트미디어센터 운영에 따른 출연 동의(안) 심의에서는 현재 불거지고 있는 전 센터장 등과의 소송 등 문제가 거론됐다. 센터는 당초 경주시가 2016년부터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비용추계서를 작성했다가 지난 3월 운영비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당시 시는 올해 운영비 7억2300만원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2018년 6억원, 2019년 3억원, 2020년 1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시의회에 보고했고, 이 계획에 따라 내년 운영비 6억원에 대한 출연 동의(안)을 상정한 것. 그러나 재단 유지에 대해 심각히 검토할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현주 의원은 “경주시가 현재 소송과 관련해 규정을 어기고 연구원 등을 위촉했다고 하지만 노동위원회로 가면 이들이 약자로 판정돼 결국 시가 책임지게 된다”면서 “이 같은 논란 속에서 센터 운영이 제대로 될 수 없는 만큼 경주시가 직영하는 등 운영방식을 변경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안 심사 ‘가시밭길’ 예고 이처럼 경주시 출연기관의 운영 적자에 대한 질타가 이어진 가운데, 5개 재단법인 운영에 따른 출연 동의(안)은 이날 모두 원안 가결됐다. 시의회 문화행정위원회가 (재)경주문화재단 등 경주시가 출연한 일부 재단의 적자 운영에 따가운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안건을 가결시킨 것. 이들 동의(안)은 오는 12월 열릴 2018년도 세입·세출 예산에 상정하기 위해 ‘지방재정법’에 따라 경주시가 시의회의 의결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시의회는 이번 동의(안) 심의 결과와는 달리 예산안 심사에서는 경영합리화 등을 통한 개선방안 등을 따질 방침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경주시의회의 한 의원은 “경주시 출연기관의 출연동의(안) 의결은 내년도 사업을 위해 거쳐야 할 절차일 뿐”이라며 “경주시가 제출한 동의(안)의 핵심인 내년 사업 예산과 경영합리화 등의 노력 등은 12월 예산안 심사에서 철저히 가려내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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