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연휴에 교통체증으로 짜증이 날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경주를 방문했다. 이번 연휴에 경주지역 곳곳에서 도로가 혼잡한 현상이 일어났지만, 동부사적지 일원을 비롯한 주요 사적지와 보문관광단지에는 주말마다 겪는 일이다.
연휴기간 동안에 몰려든 관광객들을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일상생활에 방해를 받아 푸념을 늘어놓는 주민들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관광객들의 소비지출에 의해 경제적 혜택을 받는 사람들과 관광객들 방문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주민들 사이에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인식의 차이에서 나온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정주인구가 늘어나지 않는 지방 소도시에서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주는 것이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관광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며 지방자치단체는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을 맞이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않을 경우 지역사회의 수용력(carrying capacity)을 초과하게 되어 많은 부작용이 일어난다. 최근 들어 유럽의 주요 관광도시에서 늘어난 관광객으로 인한 소음과 쓰레기 투기, 주차문제, 도로혼잡 등과 같은 관광공해에 의해 반(反)관광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또한 지역의 수용여건을 초과하는 관광객 증가는 해당 지역의 월세와 임차료를 인상시켜 원주민들이 거주지에서 쫓겨나게 되는 투어리스트피케이션(touristfication) 현상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관광객 증가에 대비한 수용력을 갖추지 못하면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고, 그 결과 주민들은 관광객들을 혐오하거나 배척하는 현상을 초래한다.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되면 관광객들은 그 지역을 다시 찾지 않게 마련이다. 수용여건을 충분하게 갖추지 못한 관광도시는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불편을 준다.
관광객을 맞이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혼잡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혼잡으로 인한 관광객의 불만족은 해당 관광지를 기피하게 되어 지역경제가 침체되는 원인이 된다. 경주지역은 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어 개발에 제약을 받고 있는 반면에 문화유산을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은 것을 고려할 때 관광산업은 지역경제에서 소홀하게 취급될 수 없다.
관광산업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도록 수용태세를 갖추는 것이 과제다. 문화유산 탐방이 중심이 되는 유산관광도시에서 혼잡정도를 줄이기 위해 생태경관보전지역처럼 방문객 수를 제한하거나 통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방문객 수에 민감한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도 탐방로에 목재데크(deck)를 설치하여 방문객에 대한 수용력을 높이고 있다. 이번 연휴동안에 나타난 것처럼 경주지역에서 발생하는 혼잡의 문제는 특정 유적지에 대한 이용밀도 증가에 의한 것보다 일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교통 체증이다.
최근 개통된 상주, 영천간 고속도로를 비롯해 동해남부선과 중앙선 복선화, 동해안지역의 동해중부선 개설과 같은 광역교통망체계 개선으로 경주지역에 대한 접근성은 점점 더 향상되고 있다. 광역교통망체계 개선에 의한 접근성 향상과 유산관광 수요 증가는 경주지역 교통 혼잡을 가중시킬 것이다.
지속적으로 가중되고 있는 교통 혼잡 문제를 해결하여 주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수용여건 개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경주지역에서 발생하는 교통 혼잡 문제는 특정 시간과 공간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대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관광도시 교통 혼잡 해결은 주말과 같이 집중되는 시간대에는 차 없는 거리를 지정하여 운영하고, 자동차보다 도보나 자전거 등을 이용하여 유적지를 탐방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관광수용 여건 개선에는 현재 경주역 폐쇄가 확정된 상황에서 도심지역에 관광객 접근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동해남부선과 도심, 보문관광단지를 연결하는 대체교통수단 도입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시점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