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사는 결혼이주여성이 있다. 크리스티나 바우티스타(30) 씨다. 한국생활이 9년차인 그는 바리스타, 아동요리지도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며 자기계발에 열심이다.
필리핀에서 언니의 소개로 알게 된 남편과 만나 2010년 결혼과 동시에 한국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다른 결혼이주여성들과 크게 다를 것 없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아이를 갖게 되면서 조금씩 해결됐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집에서 살림만 했고 한국어 공부도 크게 신경안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생기니 생활이 달라졌어요. 병원에 데리고 갔을 때 말이 안통하면 안되니 한국어를 공부했고 한국문화에 대해서 공부했어요”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남편과 아이와 함께하는 생활은 행복했다. 한국에서의 생활도 익숙해지면서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해 건강의 악화로 남편을 잃으며 그의 생활은 변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가장으로 바뀐 것.
“많이 힘들었습니다. 아직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하는 게 제일 신경 쓰였습니다. 하지만 멈춰있을 순 없었어요. 계속해서 움직여야 했어요. 사람들을 만나고, 일자리를 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만큼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자기계발이었다. 스스로의 능력치를 높이는 것이 난관을 해쳐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고향의 가족들도 이곳의 지인들도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권유했어요. 하지만 이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었고 저는 아직 젊고 ‘할 수 있다’는 마음이 강했어요”
강한 모성애 덕분에 공부는 잘됐고 큰 수입은 아니지만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게 영어와 한국어 공부를 도와주는 일도 시작했다. 다문화 합창단 활동도 겸하면서 생활이 바빠졌다.
“이제는 다니는 곳도 많아졌고 만나는 사람도 늘고, 많이 바빠졌어요. 생활이 바빠지니 삶에 활력도 생기고 좋은 것 같아요”
새로운 생활에 정신없이 바쁘지만 그는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해서 도전을 시작했다.
“새로운 목표가 있어요. 우선은 한국국적취득이에요. 이 목표를 가지고 나서 ‘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놓지 않았나’하고 후회가 많이 됐어요.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해서 꼭 한국국적을 취득할거에요” “한국으로 오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저처럼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어를 빨리 배우고, 문화에 익숙해져야 그때부터 이곳에서의 생활이 시작되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