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통해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원전 백지화를 공식화하면서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또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한 법적근거 등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4일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제45회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정책권고에 따른 정부방침을 확정하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와 보완대책을 심의·의결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중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와 월성1호기는 전력수급 안전성 등을 고려해 조기폐쇄하기로 했다. 현재 계획된 신규원전 건설계획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계속운전 결정이 내려진 월성1호기가 에너지로드맵 발표 후 첫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공론화로 신고리5·6호기 건설 관련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월성1호기가 신고리 5·6호기를 대신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공약에 대한 출구전략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또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방침에 따르면 국내 원전은 2017년 24기에서 2022년 28기, 2031년 18기, 2038년 14기 등으로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주지역에는 월성2~4호기도 순차적으로 폐로 절차를 밟게 된다. 당장 현실로 다가온 월성1호기 폐쇄를 두고 동경주지역(감포읍, 양남면, 양북면) 등 경주시민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월성1호기 가동에 따른 세수와 각종 지원 사업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월성1호기 계속운전 중단 시 지역자원시설세는 2017년부터 계속운전 허가기간인 2022년 11월까지 총 292억원. 또 사업자지원사업 등 법정지원금은 약 148억원으로 총 440억원 상당의 지원이 중단된다. 또 한수원과 협력업체에서 매년 300명씩 5년간 1500명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이 막대한 세수와 일자리 감소 등이 예상되고 있지만 이번 정부 로드맵에는 이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어 주민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감포읍·양남면발전협의회 등은 월성1호기 폐쇄 등 정부 방침에 대해 ‘지원 대책 없는 월성1호기 폐쇄 반대’를 촉구하는 성명을 준비하는 등 반발이 구체화되고 있다. 신수철 감포읍발전협의회장은 “정부 에너지정책 로드맵과 공론화위원회 권고는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와 노후원전 폐쇄 등 탈원전정책에 맞춘 짜여진 각본 같다”면서 “세수 및 일자리 감소 등 월성1호기 폐쇄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대책 없이 폐로 절차를 밟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백민석 양남면발전협의회장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안전하다고 결정해 재가동 중인 월성1호기가 정권이 교체되면서 폐쇄한다는 것은 원전 안전에 대한 주민 불안감만 높이는 것”이라며 “정치적 논리에 의해 급변하는 원전정책으로 주민들이 동요하고 있다. 향후 대책마련을 위한 회의를 열고 대응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월성1호기 폐쇄 법적근거 논란 일듯 이번 정부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월성1호기가 조기폐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조기 폐로’의 법적근거 등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안전에 문제없다며 수명을 연장한 월성1호기를 안전과는 무관한 다른 이유로 조기 폐로시킨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사고나 정비 이외의 다른 이유로 계속 운영 중인 원전을 가동 중단한 사례가 없어 법적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24일 “월성 1호기는 전력수급 안정성 등을 고려해 조기 폐쇄하겠다”면서 “이를 포함한 원전의 단계적 감축방안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월성1호기 영구폐쇄를 위해서는 한수원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직접 폐로를 신청하고, 원안위의 안전성 진단이 있어야 한다. 또 현재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 무효처분확인 항소심이 진행 중이어서, 재판 결과에 따라 또 다른 논란이 일수도 있다. 폐로 절차와 관련해서는 만약 이사회가 가동 중단을 결정하면 신고리5·6호기 공사 중단 결정 당시처럼 ‘이사회의 거수기 역할’에 대한 비판과 한수원 노조의 반발 및 배임 소송 등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또 원안위가 안전성 재진단을 통해 폐로를 결정하게 되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이미 결정된 수명연장을 뒤집는 것으로, 이 또한 비판이 따를 수 있다. 이에 따라 수명연장 허가 무효처분확인 항소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법원이 수명연장을 결정한 원안위와 한수원의 손을 들어주면 원전 가동을 중단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원장을 포함해 위원 9명 중 7명이 정부와 여당이 추천하는 원안위가 정부 탈원전정책에 반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여론이다. 이에 따라 원안위가 월성1호기 가동 중단을 결정하거나 현재 진행 중인 항소를 철회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한편 월성1호기는 국내 최초의 가압중수로형 원전으로 1983년 4월 22일 준공해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당초 설계수명 30년에 따라 2012년 11월 20일 허가가 종료됐지만, 한수원이 계속 운전을 신청했다. 3년간의 찬반 논란 끝에 2015년 2월 원안위가 2022년까지 10년 수명 연장을 승인해 발전을 재개했다.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일부 주민과 환경단체가 수명연장 허가 무효처분확인 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월 1심에서 주민들의 손을 들어 줬다. 곧바로 원안위가 항소했고, 현재 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 5월 시민단체 등이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기각한 바 있다. -원해연 유치 경쟁 치열한데 경주는···? 정부의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이하 원해연) 유치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로드맵을 통해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해외 원전해체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동남권 원해연 설립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해연 입지로 거론한 동남권은 현재 원전이 가동 중인 경주와 울진, 부산 기장, 울산 고리가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경주시는 탈원전정책으로 월성1호기가 조기폐쇄 될 경우 지역에 미치는 경제 파장을 줄이고, 주민들의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원해연을 반드시 경주로 유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향후 원전해체 시대에 대비해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월성원자력, 방폐장 등이 있는 경주를 원해연의 최적지임을 강조하며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발표 내용 중 원해연 설립 입지를 ‘동남권’으로 명시한 것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대부분의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들은 영남지역을 대경권과 동남권으로 구분하고 있고, 여기서 대경권은 대구·경북을, 동남권은 부산·울산·경남으로 구분하고 있어 원해연 입지에 경주를 배제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 산자부 관계자는 “원해연 설립과 관련해 현재 입지선정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며, 아무 것도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이 제기되면서 더 이상 오해와 의혹이 쌓이지 않도록 정부차원의 빠른 해명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지난 3월 체결한 경주시, 울주군, 기장군이 방사능 방재체계 구축 및 방재업무 협업을 위한 실무협약서에 3개 시·군을 ‘동남권역’으로 명시했다”면서 “이 같은 공문서상에 동남권으로 명시한만큼 정부가 원해연 입지에 경주를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탈원전정책이 구체화된 가운데 경주시가 추진 중인 국제원자력안전연구단지(이하 연구단지) 유치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는 원자력 산업의 기술역량 확보로 관리·운영의 안전성 향상과 국가 에너지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발전 기반 마련을 위한 연구단지는 경주가 최적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방폐장 유치지역지원 사업의 하나인 에너지박물관 건립(2000억원) 대체 사업으로, 감포읍 대본리와 나정리 일대 감포관광단지 부지 300만㎡를 매입해 연구단지 유치 기반을 선점하기 위해 추진 중에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이곳 부지 확보를 통해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미래부가 사업비 약 8조2000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연구단지를 유치하게 되면 제2원자력연구원 연구시설, 원자력수소생산시스템,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원자력안전종합연구시설 등 원전 관련 기관이 온다는 것. 또 이들 기관에서 종사하는 인원은 5000여 명으로 경주지역 발전에 큰 파급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단지 유치를 위한 추진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경주시가 상정한 연구단지 경주유치 추진을 위한 홍보비 등 예산 4410만원이 지난달 9월 경주시의회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전액 삭감되는 등 시의회의 반대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시는 이 예산으로 원자력연구단지 경주유치 추진을 위한 전략홍보, 유치설명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이로 인해 향후 고리1호기를 비롯해 국내원전 해체가 잇따라 진행될 전망인 가운데 일찌감치 유치전에 재돌입한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에 비해 경주시가 뒤처지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월성1호기부터 4호기까지 순차적으로 폐쇄되면 향후 발전량에 따른 세수 등이 없어져 지역 경제에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경주시와 경주시의회가 원해연 및 연구단지 유치와 관련해 심도 있는 토의를 거쳐 정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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