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의 추석연휴 기간 동안 수많은 귀성객과 관광객들이 경주를 찾은 가운데 도심 곳곳에 내걸린 ‘정치용 현수막’이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주 시내를 비롯해 읍·면의 주요 길목이 ‘추석 인사’ 문구를 담은 현수막으로 도배된 것. 지역 정치인의 명절 현수막 정치는 의례적이지만 특히 올해는 내년 6·13 지방선거를 겨냥한 출마 예정자까지 가세하면서 치열한 자리경쟁까지 벌어졌다.
추석 덕담용 인사에다 자신의 대표 이력과 이름을 기재하거나, 해당 정당을 표시하는 등 각각 다양한 형태의 현수막이 추석연휴 시작 시점인 지난달 30일을 전후해 앞 다퉈 내걸린 것.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최양식 시장과 관련, 이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현수막까지 100여 장 넘게 내걸리면서 시민들과 고향을 찾은 출향인들 조차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현수막 게시자 대부분은 내년 지방선거 출마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들로 추석명절을 맞아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활동의 하나라는 것. 이에 따라 덕담용이라도 불법현수막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일자 경주시는 지난 9일경에서야 뒤늦게 이들 현수막을 대부분 철거했다.
특히 경주시가 추석 연휴가 끝나는 시점에 철거하면서 늑장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플래카드 등 현수막 홍보물은 지자체에 신고 등 절차를 거쳐 지정된 게시대에만 설치할 수 있다. 이를 어기면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웃음과 행복이 가득한 한가위 되세요’라는 글귀가 쓰인 현수막이 이번 추석연휴 시작 전부터 일제히 내걸렸다. 현수막 귀퉁이에는 어김없이 내년 출마예상자의 이름과 경력이 큼지막하게 함께 보였다.
또 30일부터는 ‘최양식 시장님의 불출마선언 철회를 희망합니다’, ‘최양식 시장님의 불출마 선언! 결사반대!’, ‘경주의 미래를 위해 최양식 시장님이 필요합니다’ 등 최양식 시장 불출마 선언 철회를 촉구하는 여러 단체의 현수막도 가세했다. 이처럼 시내 교차로와 도로변에 마구잡이식으로 현수막을 내걸다 보니 도시 미관을 훼손하고 외지 사람들에게는 불쾌감을 주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주시 황성동 박모(47) 씨는 “연휴 기간 동안 정치용 현수막이 안 걸린 도로변이 없을 정도였다.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인지도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관광도시 경주 이미지를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행 공직선거법상 단순한 거리 현수막은 불법이 아니지만, 지정게시대 외에 설치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내년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들이 시민들에게 하는 첫 인사가 불법현수막이어서 실망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