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희옹(自喜翁) 최치덕(崔致德,1699~1770)은 산수 좋은 곳에 손수 종오정을 짓고 꽃과 나무를 가꾸고 처사적 삶을 살며 평생을 학문정진과 후학양성에 힘쓴 경주 토박이 유학자이다. 양동의 매호(梅湖) 손덕승(孫德升,1659~1725)과 중리의 송국재(松菊齋) 이순상(李舜相,1659~1729)의 문하에서 사상과 학문을 전수받았고 양동출신의 문인 이범중·손승구·이헌유·이정중 그리고 최제한·남용만·경주부윤 홍양호 등과 두터운 교분이 있었다. 제자 경주이씨 이시철(李時喆)은 1744년(영조20) 식년시에 순와(順窩) 이헌유(李憲儒,1733~1804)는 1763년(영조39) 증광사마시에 진사에 올라 스승의 이름을 빛냈으며 경주 및 포항 오천 등 여러 문인들이 찾아와 배웠고 많은 후학을 길러 경주지방의 학문발전에도 일조했다. 특히 이계(耳溪) 홍양호(洪良浩)가 1760년(영조36) 7월에 경주부윤으로 부임하고 어느 해에 종오정을 찾아 「종오정기」와 편액을 써 주고 함께 시를 짓고 차를 마시며 교유하였고 「화이계홍명부양호반구대운(和耳溪洪明府良浩盤龜臺韻)」,「화홍명부성문수리운(和洪明府城門修理韻)」등 시가 남아있다. 못 위에 우뚝 선 종오정 有亭池上起 손님을 맞아 함께 올랐네 邀客共登臨 난간에 기대니 물결이 작게 일고 憑檻波紋細 창문을 여니 냉기가 스며져드네 開牕冷氣侵 소나무와 매화가 좌우에 가득하고 松梅森左右 물고기와 새들은 자연의 모습이라 魚鳥戱飛沈 밤늦도록 글 논함을 좋아해서 最愛論文夜 은근히 밝은 달을 찾아보았네 慇懃霽月尋 연당과 종오정의 풍경을 읊은 「지정(池亭)」이란 시다. 연당 위에 종오정을 짓고 문사를 맞아 주변 산수의 경치를 즐겼으며 주변에는 손수 심은 소나무와 매화가 가득하고 못과 허공에는 새와 물고기들이 연비어약(鳶飛魚躍)의 뜻에 따라 자유스럽다. 이러한 자연스러움에 손님과 밤늦도록 시를 짓고 경전을 문답하는 시간이 더욱 좋았으며 조금이라도 더 달빛을 찾아 밤이 가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가 남긴 작품 가운데 한가로운 생활을 가장 잘 표현한 흡족할 만한 모습이며 문사와 종오정 그리고 문장과 달빛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 자연의 한 모습처럼 동화됐다. 경주토박이 유학자 최치덕은 가학을 바탕으로 곧은 성품과 청빈(淸貧)을 자손들에게 계승했고 평생을 학자로써 과거공부를 멀리하고 학문에 심취해 은인자적(隱人自適)하며 산림처사(山林處士)로 평생을 살았다. 그는 부귀를 애써 구하는 것이 아니라 천명에 있어서 가히 구할 방도가 없기 때문에 도리어 자기가 좋아하는 산수와 벗 삼고 남의 이목을 개의치 않으며 자연의 상태로 살아가길 원한 진정한 학자였다. 비록 크게 이름난 학자는 아니었지만 그가 남긴 효행의 정신과 종오정의 옛 일은 길이 전해져야할 것이다. 본 글은 [오상욱,「自喜翁 崔致德의 處士的 삶과 從吾亭의 位相」,『동양예학회』 36집, 2017.]에 실린 논문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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