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 제18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주시협의회가 출범했다. 이 자문회의는 통일에 관한 국내외 여론 수렴과 국민적 합의 도출, 범민족적 의지와 역량 결집, 평화통일정책을 대통령에게 자문과 건의하는 기구로 1981년 6월 5일에 처음 만들어졌다.
헌법 제92조에 설립근거를 두고 있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으로 9월 1일자로 새롭게 출발한 자문회의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기반 조성이라는 활동목표를 정하고 있다.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 방향은 열린 정책건의, 소통과 공감, 국민통합, 공공외교 등이다. 지역, 직능 및 해외 대표로 구성된 18기 전국 민주평통자문위원은 모두 1만9710명이고 경주지역은 71명이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와 지역을 대표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문회의에 관여하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평통자문회의가 활동목표와 방향을 실천하는데 많은 제약과 한계를 지니고 있다. 최근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남북관계가 경직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에 의해 대화와 교류가 단절된 상황에서 평화통일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분단극복을 위한 내부적 합의를 유도하는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가 경직된 상황에서 분단극복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거나 잠재되어 있는 사회적 갈등 해결이 선결과제다.
사회적 갈등 해소에 대한 과제는 평통자문회의에서 활동방향으로 정하고 있는 국민통합을 실현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만연된 지역과 계층, 이념적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가 없다.
국민통합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남북의 평화통일을 바라는 것은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다. 평화통일의 밑거름을 놓기 위한 국민통합의 구체적인 실현 방법은 역사적인 이야기와 흔적을 재조명해 그 길을 찾을 수 있다.
국민통합의 교훈은 신라의 삼국통일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포용과 관용의 정책으로 가야 유민을 받아들였고, 백제와 고구려 유민을 끌어안았던 사실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삼국통일을 완수한 문무대왕의 업적을 탐색하고 재해석해 국민통합과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에 대해 일제는 1915년 발간한 「조선반도사」에서 한반도 통일을 부정하고 있다.
북한이 식민사관에서 제시한 남북국론과 후기신라론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신라가 이룩한 통일의 의미를 재조명할 필요성이 높은 것이다. 통일국가를 이룩해 최초로 단일민족 국가체제를 이룩한 문화유산이 경주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지만 통일과 국민통합을 위한 역사적 교훈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977년 9월에 건립된 통일전이 있지만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취약하여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삼국통일과 관련된 문화원형을 발굴하고 현재 시각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문화유산을 재해석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통일방법과 국민통합에 참여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다.
통일문제를 다루고 있는 통일부에서 통일교육원과 한반도통일미래센터 등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기관과 다르게 통일전은 삼국통일을 이룩한 터전에 자리 잡고 있어 관련된 유적과 연계가 가능하고, 현재 상황에서 통일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통일전에 삼국통일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 이야기, 전설, 인물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ICT기술을 이용한 전시기능을 보완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역사적 사실을 재조명하여 분단극복과 국민통합의 터전을 만들어가는 것은 전국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 경주시협의회가 주도할 수 있다고 보아 제안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