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쥔펑(30) 씨는 중국 산동성 출신이다. 중국의 명문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해양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엘리트였다. 2009년에 유학생이었던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2011년까지 중국에서 생활, 2012년 한국에 정착해 벌써 한국생활 5년 차다.
“남편과는 나이차이가 좀 많이 났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남편을 소개 할 때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죠. 어디 사람인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나이는 몇 인지, 부모님이 궁금해 했는데, ‘그냥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했어요. 남편이 한국 사람인 것을 알고 나서는 결혼을 많이 반대했어요” “반대가 심했지만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다고 계속 설득했고, 부모님도 ‘네가 행복한 것을 선택해라’고 말해주면서 결혼을 승낙해줬어요”
중국에서의 생활을 뒤로하고 선택한 한국생활에 적응하기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경주는 그가 지냈던 곳과 너무 비슷한 도시였다. 도시 곳곳에 있는 문화유산들과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 조용한 도시라는 점이 그의 고향과 닮아있어서 적응하기 쉬웠다고.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경주는 역사 관광도시인데 외국어 안내가 잘 안되어 있는 곳이어서 경주에서 지내며 혼자 다녀 본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했다.
“생활자체가 어렵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어요. 이곳은 고향과도 너무 비슷해서 금방 적응했어요. 그런데 제가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았고 경주는 관광도시라고 들었는데 혼자서 어딜 다녀보려고 해도 외국어 안내가 잘 안되어 있어서 쉽지가 않았어요. 처음엔 자전거를 타고 안압지 인근을 다녀본 것이 전부 였어요”
그는 다문화가정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에서 한국어를 공부했다. 언어가 가능해진 지금은 통역을 통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재미있어요. 비록 봉사활동이지만 이곳에서 친구들도 사귀었고,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워요”
대학에서 전공한 특기를 살리지는 못했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에 적응해서 지내는 것이 즐겁다는 양쥔펑 씨. 최근 그에겐 고민이 생겼다. 큰 아이가 학교에 입학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 아빠가 한국어랑 중국어로 대화하니 한 번은 혼란이 온 것 같았어요. 지금은 중국어에 관심이 생겼는지 먼저 물어보곤 하는데,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최근에 뉴스에서 아이들이 같은 한국인 친구를 괴롭히는 일들이 자주 나오고 있어서 걱정이에요”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제가 옆에서 잘 도와줘야죠. 한국의 교육은 수준이 높고, 의무교육과정도 잘되어 있다는 점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요. 사실 걱정은 되지만 이곳 사람들이 좋고 친절하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너무 큰 걱정은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정붙이고 살면 그곳이 고향이잖아요. 이곳 경주는 고향이나 마찬가지죠. 고향사람들하고 잘 지내는 것도 다문화가정의 숙제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