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수백 억대 자금 지원이라는 당근책을 꺼내들며 지역 농협 합병을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농협의 합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18일 규모의 경제가 농가실익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합병이 강소 농축협 이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농촌인구 감소 및 고령화 등 농업 농촌의 환경변화는 영세한 농축협의 경영위기로 이어지고 있으며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과 시너지 창출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회는 “농축협 존립의 궁극적 목적은 농가실익 증대다. 경제와 신용사업을 충실히 수행해 농가실익을 뒷받침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하지만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 고갈로 사업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사업을 통한 성장 유지가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어 합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협의 합병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 강원 횡성농협과 서원농협이 지난 7월 12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내년 3월 중 합병하기로 확정했으며 이에 앞서 전남 순천농협과 별량농협이 합병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합병안을 통과 시켰다. 이외에도 경북 구미의 선산농협과 옥성농협, 전북 진안의 백운농협과 성수농협이 합병계약을 체결하고 조합원 투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지역 농협의 합병이 이뤄지고 있는 데는 농협중앙회의 자금 지원이라는 당근책이 한몫하고 있다. 중앙회는 자율적으로 합병을 추진하는 농협에 대해서는 40억에서 100억원 가량의 무이자 자금을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또한 올해말까지 농축협 합병특별추진기간으로 정하고 해당 기간 중 합병의결을 완료하는 농축협에 대해서는 기존 자금에 50~100억 원의 무이자 자금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농협중앙회는 “무이 자자금 수혜이익을 통해 경영안정과 조합원 실익지원 사업 수행이 가능해질 것이다. 합병을 추진하고자 하는 농축협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농협 관계자는 “합병이 된다면 200억 이상의 자금이 무이자로 지원돼 이자 수익만으로도 농협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면서 “지역에 합병된 농협의 선례가 있다. 합병된 농협의 선례를 보면서 실익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농협 합병으로 동경주, 신경주 농협 탄생
경주에는 지역 농협의 부실 등의 이유로 2번의 합병이 이뤄졌다. 1999년 2월 1일 양북 농협이 감포 농협을 흡수 합병해 동경주 농협이 탄생했으며 2006년 7월 1일 건천 농협이 아화 농협을 흡수 합병해 신경주 농협이 탄생하게 된다.
이들 농협의 합병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합병을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두 조합원이 모두 농협을 탈퇴하고 새로운 농협에 가입하는 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던 것.
통합된 농협 관계자는 “그 당시 합병 과정도 굉장히 힘들었지만 통합 이후에도 경영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흡수된 농협 조합원들이 사라진 농협을 다시 만들자는 논의를 하는 등 경제적으로나 조합원들 화합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 A 농협, 합병 거론
농협 합병과 관련해 지역 농협 가운데 한 곳의 농협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신중한 모습이다. 농협 입장에서는 경제적 이득이 생길 수 있지만 차기 조합장을 준비하는 조합원과 ‘우리농협’이 사라지는 것을 꺼리는 조합원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A 농협의 경우 농업 분야가 취약하고 고령화 등으로 신규 투자에 어려움이 크다”면서 “특히 신용부분에서 수익이 나지 않아 경제부분 지원도 어려운 상태로 이 상황이 지속되면 인건비 감소로 직원 유출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병되면 인건비는 감소하게 되고 중복 경비도 줄어 경영 효율성이 증가와 규모의 경제도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통합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농협 간 강제적 합병은 있을 수 없으며 경제적 지원 등을 통해 통합을 권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농협 통합은 순전히 조합원들의 결정으로 이뤄지며 중앙회가 강제할 수 없다”면서 “흡수 합병은 조합원의 몫이다”고 말했다.
-합병, 상대적 박탈감과 애착심 부족으로 이어지기도
농협중앙회는 합병이 되면 무이자 지원 등 대폭적인 지원으로 경영에 도움이 되고 규모의 경제 달성으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회에 따르면 실제 합병 시 200억 이상의 자금 유입으로 단순 이자 수익 수억 원이 발생해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또한 규모도 증가해 농협 성장 가능성이 커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농협과 농협의 조합이 무조건 ‘1+1=2’가 될 수는 없다.
지역 농협의 조합원들은 농협의 애착심이 강한 편이다. 조합원들은 ‘우리농협, 우리농협’이라며 예·적금과 대출의 신용사업과 마트 등의 경제 사업에 높은 관심과 참여도를 보인다. 하지만 합병으로 기존 농협이 사라지고 통합 농협이 생겨나면 우리 농협이란 강한 소속감이 사라지는 경우도 생긴다.
실제 신경주 농협의 경우 아화 농협이 건천 농협으로 흡수돼 신경주 농협으로 재탄생된 과정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통합 초기 신경주 농협 신용사업은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나타났다. 농협 관계자는 “통합 후 아화 지역 신용사업이 통합 전 보다 실적이 저조했다”면서 “아화 지역 조합원들이 흡수 합병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애착심이 결여로 이어져 다른 은행을 이용하는 조합원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합병이 능사는 아냐
흡수 합병되는 조합원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합병을 찬성하지 않는다면 합병을 주도하는 농협도 무조건 찬성 분위기는 아니다.
흡수를 주도하는 규모가 큰 농협이 규모가 작은 농협 흡수로 경영 불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B농협 관계자는 “경영 규모가 100인 농협과 50인 농협이 통합되면 150이 되는 것이 아니라 150 이하가 될수 있다는 것을 조합원들이 경험했다”면서 “현재 통합 농협이 경영 상황이 좋아진 것은 통합으로 인한 규모의 경제 증대 측면이 아닌 다른 외적이 부분이 크다”고 말하며 무조건 찬성입장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영 어려움을 합병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면서 “인근 지역 농협이 아닌 다른 지역 규모가 큰 농협과의 협업 등 자구책을 통해 경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합병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