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덥던 여름이 멈추고 이젠 가을이 달릴 차례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것도 좋지만 곧 맞이하게 될 추석 연휴에 기분은 이미 맑은 가을하늘마냥 높다. 올해는 무려 열흘이나 쉴 수 있어 몇 년 전부터 직장인들은 달력만 쳐다보고 있다는 말도,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려고 올 초에 이미 티켓팅을 마쳤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에서 멀리 유럽에 이르기까지, 매체에 따르면 이번 추석 황금연휴 기간 해외여행 수요는 작년에 비해 많게는 97%나 증가했다고 한다. 혹시나 해서 중저가의 호텔 몇 군데를 살펴보니 역시나 웬만한 데는 모두 예약이 끝난 상태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해외여행 할 때 주로 활용하는, 싸지만 추억에 남을 방법 하나 추천한다. 바로 에어비앤비(airbnb)라는 온라인 공유 숙박업 사이트다. 여기에 접속하면 첫 화면에 ‘독특한 숙소를 예약하고, 현지인처럼 살아보세요.’라는 멘트 바로 밑에 목적지, 날짜, 여행 인원을 집어넣으라고 뜬다. 유명 맛집이 많다고 들은 적 있는 ‘오사카 도톤보리’라고 넣고, 추석 연휴 기간으로 아들과 집사람 세 명을 체크해 봤더니, 306군데(직접 세어봤다)에서 놀러오라고 유혹하는 사진들이 쭉 뜬다. 사진 속 풍경들은 죄다 일본인이 실제 살고 있는 자기네 안방, 건넌방 그리고 사랑방이다. 어떤 데는 집을 통째로 빌려주기도 하고 어떤 데는 아들이 쓰던 방 한 칸을 빌려주고 원하면 주인이 직접 흔히 먹는 일본식 조식을 제공하겠단다. 방문하는 외국인은 한 번씩은 꼭 입어본다는 유카타(浴衣: 일본의 전통 의상)를 들고 있는 일본 아저씨 얼굴이 선해 보인다. 호텔이 아닌 일반 가정집에 머물러 보는 색다른 경험이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는데 에어비앤비의 공이 크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인터네셔널(Marriott Int’l)의 CEO인 안 소렌슨(Arne Sorenson)은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젠 여행객들의 요구가 완전히 변했다. 카이로에서 아침에 눈을 뜨면 지금 여기가 이집트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지, 미국에 있는 자기 방과 똑같이 생긴 방에서 눈을 뜨고 싶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라고 말했다. 마치 고급스럽게 차린 코스요리보다 된장국이나 막걸리를 경험해 보고, 환상적인 뷰를 자랑하는 고급호텔의 룸보다는 실제 사람 사는 건넛방이나 사랑방 같은 데를 체험해 보는 식이다. 그 나라 사람들이 먹는 소울(soul)푸드가 궁금해진 여행객의 요구를 잘 충족해낸 에어비앤비도 초창기에는 캠핑 때 쓰는 에어 매트리스 달랑 세 장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 산업디자인 컨퍼런스에 참여하려고 미국 전역에서 모여든 수천 명의 디자이너들이 머물 호텔이 없어 발을 동동거리는 모습을 보고는 아파트에 남는 빈방들도 경쟁력이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현지 가이드가 든 깃발만 졸졸 따라다니는 여행에 지친 사람에게 현지인처럼 먹고 자고 시장 보는 경험을 추천한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라고 항상 옳은 건 아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연결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부작용, 예를 들어 방문객이 호스트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거나 각종 폭력사태, 인종차별적 댓글, 특히 성추행 등은 분명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번 여름 일본에서 벌어진 ‘한국인 몰카 사건’은 공유숙박 비즈니스가 지닌 명백한 그림자다. 인터넷 사이트에 이런 피해 사례가 올라오고 있으니 여행 전에 꼭 참고 바란다. 에어비앤비 측도 문제에 따른 개선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법적인 보완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는 있으니 두고 볼 일이다. 그래도 혹시 아는가? 에어비앤비를 자주 이용한다는 미 여배우 기네스 펠트로(Gwyneth Paltrow)나 가수 비욘세(Beyonce)같은 유명 연예인이 옆방에서 자고 있을지 말이다. 나훈아를 좋아한다면 그다지 구미가 당기는 뉴스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해외여행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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