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연(45) 씨는 1995년 필리핀에서 교회를 통해 남편을 만나 결혼해 한국으로 왔다. 당시 다니던 교회에서 한국남성과 1:1로 매칭을 해주며 결혼을 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수연 씨는 그 프로그램에서 남편을 만났다고 했다. 사진으로만 봤기 때문에 얼굴 말고는 남편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었던 수연 씨는 남편을 처음 봤을 때 많이 놀랐다고 했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는 조금 놀랐죠, 남편의 건강이 좋지는 않았어요. 사진으로는 건강을 확인할 수 없었으니 조금 놀라긴 했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국제결혼이란 것이 전문 업체를 통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지 못하고 결혼하는 일들이 많았어요” 남편과 결혼 후 1995년 11월 수연 씨는 한국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남편이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지만 몸이 불편했던 터라 수연 씨는 남편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경제활동을 시작했다. 영어강사,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문화해설사 등을 하면서 조금이지만 돈을 벌었다. 이후 아들도 3명이나 낳았다. 힘든 생활이 이어졌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자식과 남편 때문이라고 했다. “많이 힘들었어요. 한국은 필리핀보다 경제가 좋은 나라지만 돈을 벌 수 없다면 그것은 아무 의미 없었어요.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으니 좋은 생활을 기대할 수는 없었죠. 몇 번이나 필리핀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남편과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교회에서 맺어준 인연이었기 때문에 더 그럴 수 없었어요. 내가 남편을 만난 것은 다 이유가 있었기에 만난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수연 씨는 이후 2006년 시골생활을 접고 경주로 이사를 왔다. 한국의 많은 도시 중에서 경주로 이사를 온 이유도 낭만적이었다. ‘남편과 처음으로 데이트를 한 곳’이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남편과 처음으로 한국에서 데이트를 한 곳이 경주였어요. 다른 도시보다 익숙했죠. 처음에 무덤을 보고 언덕이라고 생각했어요. 무덤이 도시에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경주는 시골같이 조용하면서도 도시 같은 편리함이 있어 좋아요” 수연 씨가 지역에서 지내온 시간이 벌써 10년이나 됐다. 아직도 생활은 어렵고 힘든 점도 많지만 수연 씨는 지역에서 봉사활동도 하며 지내고 있다. “이곳에서 지낸지 벌써 10년이나 됐어요. 큰아들은 이제 곧 대학을 가야 하는데 대학을 보내줄 형편은 아니고 둘째 아이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 때도 있어 많이 힘들어하고 남편의 건강이 더 나빠지는 것도 그렇고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닥쳐와 많이 힘들어요” 힘든 생활이 끊임없이 계속되지만 수연 씨는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솔직히 주변 도움을 바란 적도 있어요. 너무 힘드니까. 그렇다고 생활이 바뀔 정도의 도움을 바란 것은 아니에요. 너무 힘든 생활이 오래 되어 그런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도 남들에게 아쉬운 이야기 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착하게 자라준 아들들 때문이에요”, “언젠가 큰 아이 학교에서 선생님이 전화가 왔었어요. ‘아들 참 착하게 잘 키우셨다’고 이야기 해주시는데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몰라요. 한국은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다문화 가정에 혜택이 늘어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아직도 편견의 시선이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기만 하면 더 바랄게 없는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다문화에 대한 편견의 시선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