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최초의 예술학교인 ‘경주예술학교’ 마지막 학생으로 아름다운 옛 향리를 되새기면서 오늘의 눈에 비치는 자연의 진실을 형상화해 제작했던 서양화가 고(故) 김종휘 작가(1928~2001)화백의 ‘참된 풍경’ 展이 경주솔거미술관에서 열린다. 경주시가 주최하고 (재) 문화엑스포, (사)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가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12일~11월12일까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내 솔거미술관에서 평면 작품 등 20여 점이 제 1, 2 기획실에서 전시된다. 경주솔거미술관은 개관전 이후, 꾸준하게 경주미술사를 구축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경주미술사 연구회는 경주솔거미술관 개관전인 ‘경주미술의 뿌리와 맥’ 이후 지난 3년 간 경주예술학교에 대한 자료를 발굴해 연구를 꾸준히 해오던 중, 지난 5월 서양화가 김종휘 화백 유족과의 만남을 성사시킨다. 김 화백의 1950년대 작들과 주요작품들을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것과 국립현대미술관, 홍익대박물관에도 소장된 20여 점을 선정해 전시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또한 이번 전시와 함께 경주미술사 상설자료를 경주예술학교 아카이브전으로 새롭게 단장해 초대전과 연계해 진행한다. 한편 경주솔거미술관에서 23일(토) 오후 3시에는 유족 및 지역예술인 및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주예술학교 및 김종휘 연구’라는 주제로 워크숍 및 스탠딩 리셉션이 열릴 예정이다. 김종휘 화백은 1951년 경주예술학교에 입학한다. 당시 경주미술은 해방 후 어느 지역보다도 뚜렷한 활기를 보여주며 미술문화부흥을 위한 활동이 활발했다. 이는 남한 최초의 예술학교인 경주예술학교가 탄생하는 배경이 되었고 이후 경주예술학교의 교수와 제자들은 경북미술계를 선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김종휘 화가는 경주예술학교의 마지막 학생으로 재학 중, 폐교된 경주예술학교에서 홍익대학교로 편입, 졸업하고 이후 홍익대교수를 역임한다. 1928년 경주에서 태어난 김종휘 화가는 유년시절 부친의 사업으로 함경남도 신흥군 원평면 풍서리에서 어린시절을 보낸다. 화가는 이러한 성장 배경으로 함경도의 험준한 산세를 좋아하게 되고 그것은 이후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신의 삶이 담겨있던 마을을 작품속에 표현해 고향 마을에 대한 마음 깊은 애정을 담고 있다. 작가의 작품 대부분이 ‘향리(鄕里)’ 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종휘 화백이 생애를 통해 애착 깊게 다루어왔던 소재는 다름 아닌 고향의 이미지였다. 고향의 이미지를 다루었을 뿐 아니라 서양화의 매체로 수묵 산수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화풍을 추구했다. 김 화백은 1983년 당시의 전시를 앞두고 “뒷산에서 나무하던 일손을 멈추고 하염없이 내려다보던 마을, 옹기종기 기와집과 초가집이 이마를 맞대고 소곤소곤 이야기를 주고받는 마을, 오랫동안의 전설이 고여 있고 일가친척들의 애증의 생활이 얽혀있는 마을. 여러 산들과 이제 우리의 현실에서는 자꾸만 없어져 가는 마음속의 마을들을 한데 묶어 나름대로의 풍경을 만들어 보는 것”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이경성, 오광수 등의 미술평론가는 “김종휘 화가는 우리의 산천이라는 한국적 주제를 한국적인 화법으로 처리해 민화에서 보이는 소박한 표현과 토속적인 정감으로 다가온다. 힘있는 붓의 움직임은 경쾌한 운동감을 자아내며 유동적인 형태감을 표출한다”고 하면서 “커다란 움직임으로 가득찬 화면은 동양화의 일필휘지 정신을 드러내는가하면 운필의 묘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또한 자연이 가진 독특한 색, 즉 황갈색을 기조로 한 고유의 색감을 창조해 강렬한 향토색의 담백한 색조가 뭉클한 흙냄새를 전달한다. 이처럼 그의 전 작품에는 한국인의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기억이 자리 잡고 있다”고 평한 바 있다. 자연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단 한 번도 자연형태를 부정한 적이 없는 선천적인 구상적 체질로, 그러한 체질에 맞지 않는 것을 그는 용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전시 김종휘 ‘참된 풍경’ 展은 경주예술학교에 대한 지난 3년간의 연구를 통해 발굴한 성과다. 또한 경주미술사의 유용한 자료가 될 뿐 만 아니라 지역의 미술교육 활용방안, 아카데미 개설 등에 유용한 자료로써 지역의 미술사적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