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새 사옥을 지어 이사를 했다고 한다. 2011년 급히 경주로 이전해 오느라 구 경주여중 건물을 임시로 수리해 사용하고 있었는데 여러 가지로 불편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모습에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새 건물을 지어 이전해 근무여건이 좋아졌다고 하니 다행이다. 또한 방폐장을 유치하는데 앞장서서 추진한 사람으로서 공단은 우리 경주시의 대표 공공기관인 만큼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응당 축하하고 함께 기뻐할 일이다. 우리 선조들은 좋은 조건을 갖춘 집을 찾아 이사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었다. 조선 후기 영조대왕 때 실학자 이중환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얻은 조사자료를 기초로 저술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문지리서인 택리지(擇里志)를 보면 좋은 터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대저 살 터를 잡을 때에는 첫째 지리가 좋아야하고 다음에는 생리가 좋아야 하며 다음은 인심이 좋아야 하며 다음은 아름다운 산과 물이 있어야 한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새롭게 자리 잡은 서악동 터는 여기에서 말하는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를 모두 갖춘 곳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동해로 흘러드는 강 가운데 가장 큰 강인 형산강이 바로 앞을 흐르고 있고 예로부터 서라벌의 서쪽을 지킨다고 중요하게 여기던 서악산이 두르고 있는 형세다. 경주에서 출타하기 위해 반드시 거치게 되는 신경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 그리고 고속도로와도 인접하니 생업에 유리한 위치를 뜻하는 생리에도 딱 들어맞는 곳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네 가지 가운데 지리, 생리, 산수는 자연환경이 만들어준 것이지만 인심만큼은 사람에 관한 것이다. 택리지에서는 인심을 세 번째로 꼽고 있지만 필자는 그를 가장 으뜸으로 치고 싶다. 과학문명과 기술의 발달로 다른 조건들은 해결이 가능하거나 극복할 수 있지만 인심은 대체불가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우리 경주시민의 몫인 셈이다. 사실 방폐장은 쇠락해가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역발전을 이뤄내기 위해 우리 경주가 원해서 유치했다. 그에 따른 성과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조금씩은 다르겠으나 대체로 방폐장 유치가 경주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는 크게 의견을 달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투자, 세수확대, 일자리 창출 등 직접적인 경제효과 뿐만 아니라 공단이 이전하면서 함께 옮겨온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경주시민이 된 사실도 매우 중요하다. 이제 겨우 6년 밖에 되지 않은 신출내기 경주사람이지만 이들은 앞으로 경주를 터전으로 삼고 살아갈 것이다. 공단 직원들의 자식들도 경주에서 학교를 다니고 자라날 것이다. 앞서 말한 경주 시민들의 몫인 인심을 이들에게 듬뿍 퍼주자. 그리고 원자력환경공단을 경주의 대표 공공기관으로 키워 나가자. 경주와 공단은 둘이 아니며 또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 둘이 성장의 동반자로서 그 역할에 충실하고 값진 열매를 맺을때 경주 방폐장 유치의 결단이 후대에 부끄럽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