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은 한국인에게 아주 각별하다. 이제 갓 애를 낳은 산모에게 미역국은, 친정어머니의 정성 가득한 소울(soul) 푸드다. 미역국은 모유의 양을 늘리고 빈혈과 자궁 수축 등 산모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산모 대부분은 출산 후 2~3주 동안 반드시 미역국을 먹는다. 내 누이도 예전에 그랬고 근래 처남댁도 조카 낳고는 그랬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호주 보건부는 최근 “미역국에는 요오드가 과도하게 포함돼 있어 산모와 신생아에게 해롭다”는 권고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산모들이 미역국을 먹는 문화도 없는 나라에서 미역국은 산후 조리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없지만 해로울 수 있다는 의학적 증거는 있다면서, 과도한 미역국 섭취를 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호주 산모들은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어놓고는 병원 측에서 축하 선물로 받은 와인을 홀짝인다고 필자가 어디서 들은 기억도 있다. 그저 문화적 시각 차이로 봐야 할지, ‘적당하게’ 먹으란 걸 굳이 감정적으로 이해한 건 아닌지 두고 볼 문제다.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배추나 무 등에는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s)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이 물질은 위암·간암·유방암 세포가 증식하는 걸 억제한다. 같은 맥락인지 배추김치나 열무김치가 위암세포와 결장암 세포 등 다양한 암세포의 성장을 막는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역학조사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란다. 김치를 많이 먹는 사람이 위암과 대장암 발병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아마 김치에 들어 있는 나트륨이 원인이 아닐까 추정한다. 몸에 좋은 게 언제 어디서나 좋은 건 아닌 모양이다.
한때 적(赤)포도주가 유행한 적도 있다. 전립선암을 예방한다는 뉴스 때문이다. 적포도주에 들어있는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라는 물질이 생쥐의 전립선암 진행을 억제한다고 논문이 발표된 후 생긴 현상이란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은 생쥐에게 효과가 있을 정도의 레스베라트롤 양을 사람(70kg 성인 기준)에게 적용을 해보면, 자그마치 하루 8750리터의 와인을 마셔야 한단다. 포도주로 채운 수영장에서 수영하다 마시다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살충제 계란도 마찬가지다. 온 나라가 독성이 든 계란으로 난리를 치더니 어제 신문에는 하루에 계란을 4개 이상 섭취해도 괜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시 포도주 이야기로 돌아오면, 사실 이런 넌센스 중심에는 마케팅이 숨어 있다. 레드와인이 우수해서라기보다(물론 그런 점도 있지만) 그렇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건 비즈니스 덕분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유럽 어느 나라보다 느끼하고 살찌는 음식을 많이 먹는데 유독 심혈관계 질환이 적다고 한다. 그 이유를 찾던 중 프랑스인의 유별난 포도주 사랑에까지 미치게 된 것이다. 가령 프랑스인들의 레드와인 소비량(2011년 기준, 연평균 45리터)은 미국(10리터)의 4배가 넘는 사실 하나만 봐도 상당히 논리적인 추측이다.
급기야 이 내용을 미국의 인기 시사프로그램 《60분》에서 다루게 된다. ‘혹시나’가 ‘확실히’로 바뀌는 순간이다. 근거 없는 믿음이 사실이 되어서일까. 방송이 나간 다음 미국의 레드와인 소비량은 44%나 치솟는다. 기회다 싶었던지 대형 와인 회사들은 와인의 유익성에 대한 연구에 집중 지원을 했고, 포도주에 폴리페놀 같은 물질이 건강에 매우 유익하다는 연구들도 속속 발표된다. 그렇담 미국도 포도주를 마시고 심근경색 같은 병이 줄었을까? 미안하지만 미국인 사망 원인 1위는 여전히 심혈관계 질환이란다.
레드와인의 건강 마케팅이 성공하자, 맥주회사도 맥주의 주재료인 홉(hop)에서 암을 예방하는 잔토휴몰(xanthohumol)을 밝혀내고, 일본에서는 청주 속에 있는 아미노산이 암을 예방한다고 선전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막걸리에서 항암성분인 파르네솔(farnesol)을 검출했다고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마치 이제라도 술을 마셔야 암을 고칠 수 있을 기세다.
하지만 술은 1군 발암물질에 속한다는 사실, 잊지 마시길 바란다. 알코올이 대사(代謝)되어 만들어지는 아세트알데히드도 발암 물질이고…. 이쯤 되면 뭐가 좋고 뭐가 위험한지 정말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좋은 게 항상 그런 건 아니라는 사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