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이 그 흔적을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신라의 숨결을 가슴에 담아 보겠다는 심정으로 그 왕들이 걸어온 길을 걷는 작가가 있다. 경주시 배반동 효공왕릉 앞 한적한 동산 자락에 ‘수오재’라는 한옥 고택에 살고 있는 이재호 선생이 그러하다. 그가 최근 공들여 ‘왕의 길을 걷는 즐거움-이재호와 함께 신라 왕릉 가는 11길(힐링아트, 359쪽)’을 펴냈다. ‘천년고도를 걷는 즐거움’, ‘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 시리즈를 통해 경주 남산을 비롯한 문화유산 구석구석을 친절하면서도 가슴 따뜻한 문장으로 소개해온 필자가 이번엔 신라 왕릉을 11코스로 답사하는 여행을 안내하고 있다. 걷는 즐거움 시리즈 3편인 것. 이 답사서에는 역사문화적 시각을 통한 통찰과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 들려주는 서늘한 일갈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깊은 사유에서 우러나오는 문장은 가슴에 스며드는 진한 여운도 안겨주고 있다. 학술적인 해석은 물론 인문학적 감성을 토대로 해 문학적 지식성이 빛을 발하고 있는 이 신간은 기존의 역사서와는 사뭇 다른 사회적 공감을 유발한다. ‘현장’을 걸어서 체험하고 느낀 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술한 이번 저서에서는 신라 왕들의 갖가지 사연들을 조근조근 이야기 해주면서 오늘날 대통령과 지도자들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 그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제1장 ‘신라의 건국과 패망’에서 덕스럽고 아름다운 왕릉: 1길 박혁거세왕릉에서 지마왕릉, 문화의 절정과 마지막 구원 투수들: 2길 삼릉에서 경덕왕릉을, 제2장 ‘불국토의 염원, 경주 남산’에서는 쓸쓸히 누워있는 동남산의 왕릉들: 3길 오릉에서 헌강왕릉, 정강왕릉, 경주 남산 종주의 핵심: 4길 경애왕릉에서 서출지를, 제3장 ‘통일의 기운은 싹트고’에서는 강 따라 길 따라: 5길 서천에서 신문왕릉, 사모하는 마음은 하늘을 울리고: 6길 신문왕릉에서 괘릉, 오늘날 가장 신라적인 분위기: 7길 효공왕릉에서 진평왕릉을, 제4장 ‘찬란한 신라의 꿈’에서는 금관 품은 고분들의 침묵: 8길 반월성에서 봉황대, 통일의 대업이 시작되고: 9길 태종무열왕릉에서 민애왕릉, 길은 멀어도 마음을 울리는 왕릉: 10길 김유신 묘에서 흥덕왕릉, 산 넘고 물 건너 왕이 갔던 길: 11길 반월성에서 문무왕릉 등을 싣고 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명지대학교 석좌 교수)은 “이 책은 그간 갈고 닦은 탁월한 혜안으로 현장에 사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서정이 스며있어 이제까지 보아 온 어떤 왕릉 안내서 보다 살갑게 다가온다. 수오재 이재호는 이제 경주를 넘어 한국의 보배로운 존재가 되었다”고 평했다. 박재동 시사 만화가(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는 “그의 맑고 착하고 애정어린 눈길은 실낱같은 오솔길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서라벌에 대한 사랑, 지치지 않는 열정, 깊은 고뇌 속에서도 따뜻하고 다정다감한 가슴으로 풀어냈다. 신라 왕들의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 미래에 접목시켜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평했다. 이재호 작가는 경주의 여러 문화 유적 중에서도 가장 큰 여운과 쓸쓸함을 주는 고즈넉한 절터와 고요한 왕릉들을 수없이 거닐었다고 한다. 특히 지척에 있는 효공왕릉과 신문왕릉, 선덕여왕릉 , 진평왕릉, 헌강왕릉 등은 ‘내 집 드나 들 듯’ 자주 찾아가 머물렀다고. 그는 “지금껏 안내서나 논문연구는 있었으나 왕릉에 대해 정리한 저서가 없었다. 일종의 사명감으로 이 책을 냈다. 전체 신라 왕릉 연구서라 볼 수 있겠다. 왕릉길을 걸으면서 왕릉 주변의 문화유적과 연관지어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현대사의 방향도 제시하면서 총체적으로 다뤄 보았다”면서 “역사적 사실이나 기록들을 바탕으로 했음은 물론, 제 개인적 사관도 녹여 쉽게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재호 선생은 수오재의 주인장으로 기행작가이면서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 동국대 인문대 객원교수, 울산문화재연구원 이사, 신라 왕릉 이발하기 축제 위원장, 경주 길(왕의 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여러 언론에 우리 문화유적과 관련한 글을 연재하기도 하면서 생생한 문화 현장의 감동을 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천년고도를 걷는 즐거움’, ‘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 등을 펴냈으며 공저로 황금의 나라 신라, 아름다운 경주’ 등이 있다. 그는 1987년부터 유홍준 교수와 전국의 문화유산을 30년간 한결같이 답사했다. 그러던 중 1995년 사라져 가는 문화유산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경주에 터전을 마련했다. 자연과 인간, 문화유산의 감동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그 후 22년간 경주에서 살고 있는 것. 전국의 사라져가는 고택 13채를 경주로 옮겨왔고 그중 5채에 고택 수오재를 지어 살고 있으면서 파괴되고 사라져가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살리고 대안을 만드는 문화 운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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