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청와대 내에 있는 ‘석불좌상’(서울시 유형문화재 24호·일명 미남석불·작은사진)을 고향인 경주로 옮겨 와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일제강점기 경주에서 불법반출 된 이 석불은 1913년 조선총독부관저로 옮겨졌으며 1927년 총독부관저가 경복궁의 지금 청와대에 자리에 신축되자 석불도 함께 옮겼다. 이후 1989년 대통령 관저가 신축되자 다시 100m가량 뒤쪽으로 물려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문화재제자리찾기운동본부와 지방분권단체, 경주문화원, 경북정책연구원 등 경주지역문화시민단체는 지난 23일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석불좌상 경주모시기 촉구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들은 “미남석불은 일제강점기인 1913년 제자리를 벗어나 무려 105년이나 흘렀다. 해방된 지도 72년이 됐으나 제대로 된 평가조차 이뤄지지 않은 비운의 문화재의 상징”이라며 “이 석불은 조성경위와 출처가 분명한데다 미학적 가치가 높고 일제강점기 초기 약탈에 따른 반출 경위도 드러난 만큼 언제라도 제자리 찾기가 가능하다. 이 석불을 경주박물관으로 옮겨 원형을 완벽히 복구하고 재평가를 거쳐 국보급 국가지정을 받아야 할 당위성과 명분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내에 있는 ‘석불좌상’(일명 미남석불)은 경주에 있었다.
청와대 내에 있는 ‘석불좌상’은 청와대 직원들도 쉽게 들어 갈 수 없는 보안구역에 있다. 이 석불의 높이는 110cm로 석굴암본존불을 1/3의 크기로 축소한 듯이 판박이로 닮았으며 8세기 중후반 통일신라전성기 만든 국보급 불상으로 ‘미남석불’이란 별칭까지 갖고 있다고 문화재계는 밝혔다.
박임관 경주학연구원장은 “이 석불은 통일신라시대의 대표적인 불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빼어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석불은 일제강점기 초대 조선총독인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경주를 방문했을 때 마음에 들어 하자 오하라란 일본 상인이 진상한 것으로 1913년 서울 남산 왜성대(옛 안기부 자리)에 있던 총독관저로 불상을 옮겨졌다.
이후 1927년 총독부관저가 경복궁의 지금 청와대에 자리에 신축되자 불상도 함께 옮겼다.
이후 1989년 대통령 관저가 신축되자 다시 100m 뒤쪽으로 옮겼다. 이곳은 청와대 직원들도 쉽게 들어 갈 수 없는 보안구역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고적도보(1917년)에 따르면 이 불상은 당초 경주시 남산에서 옮겨 왔다는 기록이 있으나, 남산인근 ‘이거사(移車寺)’에 있었다는 게 문화재계의 주장이다.
문화재계는 “1939년 이 불상 좌대를 찾기 위해 오가와가 출장조사 후 남긴 복명서에 따르면 경주 도지동에서 옮겨 왔다고 기록돼있다. 이곳은 ‘이거사’가 있었던 곳이다. 지금도 현장에는 석탑재와 초석 등이 도괴된 채 흩어져 있다”고 전했다.
#‘석불좌상’ 경주 옮기기 운동 본격화
그동안 청와대 내에 있던 ‘석불좌상’을 본래 있었던 경주로 옮겨와야 한다는 주장이 몇 차례 제기되어 왔지만 탄력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나 민간단체에서 반출 문화재의 되찾기 운동을 본격화하면서 현재 청와대 내에 있는 ‘석불좌상’을 경주로 옮겨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석불좌상’ 경주 옮기기를 추진하고 있는 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경남도와 익산시 등에서도 국립박물관이나 대학박물관, 발굴기관 등 타지의 기관에 소장된 문화재 찾아오기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경북도도 우리문화재찾기운동본부를 설립해 환수운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고향 경주를 떠난 대표적인 문화재, 청와대의 ‘미남석불’을 고향의 품으로 하루빨리 옮겨 와야 한다. 우선 경주박물관에 옮기고 ‘이거사터’를 발굴하고 정비한 뒤 원래 있던 자리에 두는 것이 문화인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또 “일제강점기인 1915년 9월 경복궁에서 개최된 조선물산공진회(朝鮮物産共進會)라는 박람회 전시용으로 옮겨간 ‘감산사 석조미륵보살입상(국보 제81호)’과 ‘감산사 석조아미타여래입상(국보 제82호)’, 국보급인 ‘경주남산 삼릉계 석조약사여래좌상’도 고향으로 돌아와야 한다”면서 “‘황남대총 북분 금관(국보 제191호’) ‘금령총 금관(국보 제338호)’을 비롯한 수많은 반출 문화재도 경주로 가져오는 범시민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국보와 국보급 문화재는 현재 모두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윤근 경주문화원장은 “일제 강점기를 지나 전쟁을 겪으며 지역에 있던 문화재가 많이 소실됐다. 지역의 문화재가 제자리를 찾기 위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문화재제자리찾기운동본부에서 ‘미남불상’ 경주 반환을 위해 청와대, 국회 등에 진정서를 낸 것이 시발점이 됐다. 앞으로 경주에서 유출된 문화재를 시작으로 시에 산재한 문화재도 제자리를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석불좌상’, 청와대에 있을 명분이 없다
현재 청와대 내에 있는 이 석불은 1974년 1월 서울시 유형문화재 24호로 지정됐다. 이 석불을 경주로 옮겨오기 위해선 무엇보다 청와대의 결심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박임관 원장은 “이 석불이 청와대 내에 있었기 때문에 전혀 연구가 되지 않았다. 먼저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을 해제하고 경주로 옮겨와 연구 등을 거쳐 국보나 보물로 지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불국사 회주 성타 스님은 “모든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빛을 발하게 된다. 권력에 의해 옮겨간 것은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가져와서도 박물관 등이 아닌 원 자리에 돌려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 자리가 어디인지 확인하고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락 경북도의원은 “시의원을 할 때 건의했지만 문화재청은 발굴조사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청와대에서 경주로 주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경주로 오는 것은 어렵지 않다”면서 “미남석불은 석불 중에는 최고의 유물이다. 가져오면 일단 경주박물관에 가져오면 된다. 석탑을 복원하면 옮기면 된다”고 말했다.
또 “문화재 보호법 생기기 전에는 소유자 원칙이다. 부당하게 가져갔다면 반납해야 한다. 또한 선의의 소유자가 소유하지 않으면 반환할 수 있다. 불법으로 가져갔기 때문에 반환하라는 것이다. 경주로 가져 오는 것이 맞다. 청와대가 선의의 소유자이지만 갖고 있을 이유와 명분이 없다. 그것을 반납하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는 것보다는 경주로 오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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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 기자 solmelee@hanmail.net / 이필혁 기자 dlvlfgu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