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원전(原典)자료가 번역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경주의 자료는 중앙의 자료에 밀려 더욱 뒷전이죠. 지역의 문화를 글로써 옮기는 지역학을 하는 이가 늘어난다면 경주학을 연구하는 영역이 훨씬 넓어질 것입니다” ‘훈장’이라는 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무슨 시대착오적인 직업일까?라며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겠다. 남다른 소명의식으로 고군분투하며, 연구자로서 묵묵하게 경주지역학 연구와 발전에 일조하고 있는 이가 있다. 일신서당 고전번역원 원장(日新書堂&古典飜譯院 院長)인 오상욱 훈장(42)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젊은 훈장이면서 경주토박이 한학자로서, ‘소당 조철제 선생을 거치지 않으면 지금 경주에선 한문학은 거의 공백상황’이라며 절박한 풍토를 안타깝게 여기고 있는 그를 만났다. 지방 자료나 발굴할 수 있는 내용이 아직 무궁무진하다는 그는 신생의‘경주학’연구자다. 지역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아가 경주지역학의 수준을 격상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옛 글을 통해 새로운 경주의 면모를 바라 볼 수 있는 작업을 꾸준하게 하고 있는 그는 소위, ‘먹고 살기 바쁘고’인문학이 침체된 시절에‘한문은 비전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헌 발굴하고 고전 번역하다보면 기존의 문화에 대한 통념이 새롭게 바뀌는 경우도 많아 오 훈장은 지난해부터 ‘경주학’을 하기 위한 방향 설정을 했다. “조선의 경주 모습 전반에 대한 문화를 다룰 생각입니다. 경주 최씨, 월성 이씨, 여강 이씨, 경주 손씨 등의 집안 사람들이 수많은 인물들을 배출하고 경주를 거점으로 생활했습니다. 그들에 대한 입지를 드러내고자 함이지요. 경주학은 신라학도 되지만 조선시대 선비 문화도 경주학의 하나의 범주로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경주에서 최장기 유람을 하면서 시와 기문을 남긴 당주 박종의 유기(遊記)에 ‘17~8세기 신라십무’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남아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이것이 정확하게 연구되고 밝혀지면, 경주의 중요한 컨텐츠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기존 번역본이 있지만 재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또, “경주 유기 19편을 논문 작업 하고 있고 ‘경주 유기’라는 저서로 남길 계획입니다. 경주 유기는, 당시 선비들이 옛 신라 천년의 수도였던 경주를 유람을 통해 학문을 더욱 갈고 닦으며 쓴 글입니다. 망한 신라의 옛 땅인 경주를 바라보는 다양한 인식과 회한을 담은 수많은 글을 남겼지요. 경주에 대한 새로운 면모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글들을 일컸습니다”라고 하면서 경주 문화를 드러낼 논문이나 저서를 많이 쓸 계획이라 밝혔다. 문헌을 발굴하고 고전을 번역하다보면 기존의 문화에 대한 통념이 새롭게 바뀌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문학자들이 인물 발굴이나 문헌 조사에 대한 사료적 접근 통해 보다 정확한 자료 분석해 놓아야 오 훈장은 경주 전역에 산재해 있는 문화유적을 중심으로 인물과 사건의 정보 등을 비교분석해 그 의미를 찾고 있다. 조선시대 경주의 다양한 면모와 선비들의 일상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격변하는 시대의 큰 사조 속에 지역의 작은 경주가 처한 상황 등을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하고 있다. 사실, 한 가문의 인물을 드러낼 경비가 부족하다보니 경주 굴지의 인사들이 계속해서 잊혀지고 사장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 훈장은 “경주에 드러내야 할 인물이 많습니다. 우리같은 한문학자들이 인물 발굴이나 문헌 조사에 대한 사료적 접근을 통해 보다 정확한 자료를 분석해 놓아야 합니다. 이에 전폭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이 절실하고요”라고 했다. 소당 조철제 선생이 방대한 양의 ‘경주문집해제’를 집필했다. 집대성해서 연구해놨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집에 대한 연구가 안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선생이 자료를 발굴했음에도 뒤를 이을 연구자가 없고 특히 경주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경주 학자가 부재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 -오류가 드러난채,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재인용이 돼 온 것을 재번역 통해 바로 잡아야 오 훈장은 우리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글을 읽을 수 있어야하고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예컨대, 17, 8세기 누군가의 글은 당시의 시대상황에 맞는 논문이었다. 그 자체가 읽을거린데 그 글을 오늘날, 제대로 읽지 못하니 현대의 재해석에 있어 자의적 판단으로 인한 오류적 부분이 생긴다는 것을 지적했다. “한 예로써, 현재 국책사업으로 조선왕조실록 등을 재번역 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오류가 적나라하게 드러난채,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재인용이 돼 왔음을 바로 잡는 것이지요. 한문을 잘 모르는 다른 선행 연구자의 오류를 채우기위해 재번역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작업에 투입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한문이야말로 우리 문화를 제대로 다지기 위한 초석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제가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라 여기면서 서당운영과 고전번역연구를 동시에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비록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고 이러한 성과들은 논문이나 저서 등으로 나타납니다. 지금까지 등재지 논문 10편, 저서 3권을 출판한 것이 그것입니다” 한문 번역을 전담으로 한 뒤, 저서로 출판하고 연구를 해서 연구 논문으로 싣고 그 연구가 깊어지면 번역 저서로 내는 식이다. -‘서당’은 선현들의 글을 배우고 읽는, 글 공부하는 곳 “서당 운영은 한문학을 꾸준하게 배울 수 있는 장이 필요해서입니다. 차제에 서당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강조하고 싶군요. 서당은 한자 급수 등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선현들의 글을 배우는, 즉 글 공부하는 곳입니다. 사서삼경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선조들이 남기신 글을 볼 줄 아는 또, 읽기 위해 서당이 활성화 돼야 한다고 봅니다. 선조의 글인데도 읽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서당에서 그런 역량을 갖춘 이들을 양성하고 한문의 맥을 이으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경주 유기(유람기)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더욱 연구하고 발굴해서 경주 유기를 시민들이 읽을 수 있는 저서의 형태로 드러내고 널리 보급해 경주 관광 자료에도 실렸으면 합니다. 그런 자료를 지금껏, 누구도 수집하려고 하지 않았고 시도치 않았던 것이지요. 경주와 관련된 문화 산업을 일으키려면 경주가 포함된 옛 글을 발굴하고 드러내야 합니다” 이로써 경주 문화의 폭이 더욱 넓어지고 이를 한문학을 하는 기초 번역자들이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문에 관한 경주학을 새롭게 구축해볼까 합니다. 경주학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문화 해설 위주로 경주 문화를 설명하고 있는 것에서 연유합니다. 연구자 중심, 즉 고고학과 고고미술, 사학자 중심의 해설도 중요하지만 원전을 활용한 한학자가 풀이하는 경주의 시각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 훈장은 지역학을 연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최근, 한문학을 배운 입장에서 경주학에 대해 깊이있게 공부하고 누구도 하려하지않는 경주학을 신념으로써 기여하고 이바지하고 있다. 한편, 오 원장은 오는 31일 목요일 저녁 7시, 신라문화동인회 주최로 특강을 가진다. 경주문화원 대강당에서 가지는 이번 특강에서 그는‘남산의 공간인식과 인산서원’이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오상욱 훈장은 동국대 한문학과를 졸업 후 경북대 한문교육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부산대 한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부산대 강사로 활동 중이며 고향 경주에서 일신서당을 운영하면서 경주한학자로 지역학을 연구하고 있다. 또, 경북대 동양고전연구회 책임연구원, 부산대 고전연구회 회장, 경북고전번역연구원 책임연구원이기도 하다. 2013년부터 각종 학술회의에 참가해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있으며 특히 조선후기 유기(遊記)문학과 산문을 중심으로 집중 연구 중에 있다. 지난해부터는 경주지역학 논문으로 학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저서로는‘國譯『龜巖先生文集』,『慵齋叢話』: 최고의 만물박사 성현이 쓴 조선 전기 온갖 것에 관한 기록, 國譯『鶴樵小集』등이 있으며 연구논문과 기타 번역 성과물(단편 원문 그리고 한시와 기문) 등을 다수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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