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 8년 차, 이제는 한국이름까지 가지며 어엿한 한국사람이 된 전지해(28) 씨. 베트남 신발공장에서 일을 하며 친구의 소개로 만난 남편을 따라 한국으로 온 지해 씨의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은 ‘추운 나라, 어려운 나라’였다. 따뜻한 베트남에서 사계절이 있는 한국으로 와 처음으로 겪은 ‘겨울’과 ‘눈’은 지해 씨에게 견디기 힘든 계절이었다.
“정말 추웠던 기억만 나요. 눈이 얼마나 많이 쌓였는지 발이 푹푹 잠길 정도였어요. 두꺼운 점퍼를 입었는데도 너무 추웠던 것이 한국에서의 첫 이미지였어요”, “그래도 처음 본 눈은 너무 이쁘고 신기했습니다”
한국생활이 힘들었던 것은 추위뿐만이 아니었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조금씩 달랐던 베트남과 한국의 문화는 지해씨가 한국생활을 하는데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그중 ‘식사문화’와 ‘요리문화(조미료)’는 특히나 어려웠다고 했다.
“식사문화에서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베트남에서는 젓가락만 사용해서 밥그릇을 들고 먹는데 한국에서는 숟가락을 사용하고 밥그릇을 들고 먹으면 예절에 어긋나니까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그리고 요리를 할 때도 조금 힘들었어요. 베트남은 요리를 할 때 들어가는 조미료가 몇가지 없어요. 그런데 한국은 된장, 고추장, 간장, 소금, 설탕 등 다양한 조미료들이 있어서 조미료를 구분하는 것도 저에게는 일이었답니다. 물론 지금은 능숙하게 사용하고 한국요리들도 만들줄 알아요”
지해 씨는 한국생활은 힘도 들지만 힘든 만큼 좋은 점도 너무나 많은 나라라고 했다. 특히 대중교통과 병원이나 은행 등을 이용할 때 순서를 지키는 질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고 인상적이라고 했다.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를 많이 타고 다녀요. 버스가 많지 않아요. 그런데 한국은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어서 편하고 좋아요. 질서 있고, 무언가 안정되고 보호받는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도 한국으로 이민을 와서 경주에서 가깝게 지내고 있어요. 편하고 안전한 생활에 부모님들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할 정도예요”
8년의 한국생활 동안 한 번도 타 지역으로 여행을 가보지 못했지만, 지내고 있는 경주만큼은 다 돌아다녀본 지해 씨. 자연스레 경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흥미가 생겼고 한국어 공부와 함께 경주에 대한 것들을 공부하고 있다. 목표는 ‘문화해설 통역사’ 쉽지는 않지만 열심히 공부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경주를 소개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경주는 한국에서 유명한 곳이잖아요. 이곳의 문화와 역사는 외국인들에게는 좋은 관광아이템이에요. 그런데 한국어를 몰라 제대로 즐기지 못하면 아쉽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경주를 더 자세하게 알리고 싶어요. 제대로 즐기게 해주고 싶어요”
문화해설 통역사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중인 지해 씨는 현재 경주시외국인도움센터에서 통역도우미, 외국인자율방범대원으로 지역사회에서 활약 중이다. 지역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은 물론, 현지인들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생활이 유지되지 못하고 깨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이주여성들에 대한 편견이 생긴 것 같아요. 우선 결혼을 해서 한국으로 왔다면 집안일과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그리고 남편은 아내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것이 다문화에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