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9일 문재인 정부가 향후 5년 동안의 국정운영 계획을 그려놓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헌법정신과 촛불정신에 따른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겠다는 국정의 비전을 제시했다.
100대 국정과제 속에는 ‘친환경 미래 에너지 발굴ㆍ육성’과 ‘탈원전 정책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전환’이라는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정책이라는 확실한 국정과제를 발표한바 있다.
고리 1호기가 영구폐쇄 되었고,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중단하고 3개월간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신규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검토해도 23~24기의 원자력발전소가 대한민국에 가동 중에 있다는 엄연한 현실이고, 문제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는 탈원전과 관계없이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국정현안이다.
“똥은 이미 싸 놓았고, 분명 어딘가에 치워야 하는데 아무도 받아주는 이가 없다”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는 이처럼 화장실 없는 맨션아파트 꼴이다. 고준위핵폐기물은 엄청나게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이 나오기 때문에 철저한 안전관리가 요구된다. 1만년의 인류역사를 지닌 인간 사회가 10만년 이상 영구 격리해야 하는 고준위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은 인류가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사용후핵연료는 약 14,000톤이 발생했다. 사용후핵연료는 25기(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 포함) 원전에서 매년 약 750톤이 발생하며, 경수로(21기)약 350톤, 경주에 있는 중수로(4기)에서 약 400톤이 발생된다.
이처럼 캐나다 캔두형 중수로 원자력발전소 특성상 많은 고준위핵폐기물이 나오는 것이 우리 경주의 현실이다. 2016년까지 임시저장된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를 경주 밖으로 빼주겠다고 정부가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믿고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89.5%의 찬성으로 유치했는데 정부는 12년 동안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도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공론화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2013년 10월 출범해 20개월 동안 약 40억원을 들여 운영된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의 모든 권고 사항이 물거품이 되고 작년 정부가 발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른 고준위핵폐기물을 처리할 부지를 2028년까지 확정하고 영구처분시설을 지어 2053년 가동을 시작하겠다는 것이 지난 정부의 목표였다. 이 계획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다. 이러한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정부가 바뀌어도 좋은 정책이나 결과물은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국민이나 새로운 정부 입장에서도 예산과 시간 절감뿐만 아니라 대국민 원전의 신뢰도 측면에서도 괜찮은데 무조건 백지화하고 중단하고, 공론화하면 국민의 혈세만 죽어난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공약을 실현하면 사용후핵연료 약 1만1,528톤이 발생하지 않게 돼 기존 정책 변경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미 공론화를 거쳐 관련 정책을 수립했는데, 재공론화를 하겠다는 건 예산 낭비다. 광범위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反)원전 인사나 원자력 전문가가 충분히 참여해 부분적인(지역 여론 수렴, 기술적 검토 등) 공론화가 필요할 뿐이다.
경주 월성1, 2, 3, 4호기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6년 이상 습식저장조에서 냉각을 시킨 후 건식저장시설로 운반해 저장하여 관리하는데 1992년 4월 17일에 캐니스터 건식저장시설에 사용후핵연료를 최초에 저장하기 시작하여 2010년 4월 14일에 300기의 캐니스터 저장시설이 100% 완료하였고, 현재 조밀건식저장시설인 맥스터가 2010년 4월 17일 최초에 저장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83.1%(2017. 6월 기준)저장율을 보이고 있다.
경주 월성에 저장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는 2018년에 포화가 된다. 그래서 한수원과 정부(산자부)는 조밀건식저장시설인 맥스터 7모듈(16만 8000다발 저장)을 건설하기 위해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운영변경허가 신청과 안전성평가 심사를 받고 있다. 그리고 경주시에 공작물 축조신고(건축법)를 거쳐 수용성을 확보한 다음 본 공사를 2018년 2월부터 시작해서 2019년 8월에 완공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양남을 비롯한 감포, 양북 지역 주민들이 건식저장시설의 추가 건설 계획에 반대하고 산자부에 항의 방문을 하며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만은 감포, 양북, 특히 양남 주민들이 돈으로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데모를 위한 데모를 하지 말기를 바란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지역의 원전안전성을 빌미로 돈으로 수용성과 안전성을 타협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경주시민 모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동참하자. 물론 경주시나 경상북도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세수와 일자리에 타격을 입겠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양산활성단층 지진대가 지나는 월성, 영덕, 울진 이 쪽 지역에 추가적인 원자력발전소와 제2원자력연구단지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를 상대로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처리 문제만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경주시민 모두가 단합하고 똘똘 뭉치면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보다 정부를 압박할 더 좋은 이슈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