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는 당연히 지구가 돌면서 내는 소리입니다. 지구와 대기(大氣)의 마찰로 만들어 내는 가장 경이로운 소리일 겁니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그 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우리의 가청주파수 영역을 벗어나기 때문에 그 큰 소리가 안 들린다면 가령 “넌 이마가 너무 넓어”라는 슬픈 진실(!)의 소리가 가장 크고, “옆집 아저씨 차 바꾸었던데?” 하는 자존심 긁는 소리가 더 큽니다. 소리가 너무 커서 오히려 들을 수 없다면, 객관적 영역은 이제 인식 주관적 영역으로 그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장가를 가보니 아내의 잔소리가 참 크고 무섭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와이프가 저를 등지고 차분한 목소리로 “여보, 나랑 이야기 좀 해요” 하는 소리는 또 어떻고요. 그러나 마누라 잔소리는 자장가이지 싶은 때가 있으니 그건 바로 더운 여름밤, 귀 주변에서 왱~ 거리는 모기 소리일 겁니다. 그 소리는 정말이지 견디기 힘듭니다. 그 소리는 사실 들려도 무섭고, 안 들려도 무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내 몸 어디에선가 피를 빨아먹느라 조용한 거겠지 하는 의심이 모기 소리를 더욱 두렵게 만드니까요.
잘 아시다시피 모기는 지구상에 온갖 병균을 옮기는 대표적인 해충입니다.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을 나열해 보면 고열, 구토, 두통에서 말라리아, 황열(yellow fever), 뎅기열을 거쳐 내출혈, 쇼크, 혼수상태, 죽음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명시된 피해 사례만 보더라도 정말로 지구에 백해무익한 몇 안 되는 해충 중 하나일 겁니다.
하지만 그 사실 아세요? 전혀 필요 없는 존재일 것 같은 모기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모기가 없으면 큰일 난다는 말입니다. 모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건 바로 에*킬라 같은 살충제 회사입니다. 모기가 극성이면 회사 주가도 덩달아 뜁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사실입니까! 누구한테는 해로운 존재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오히려 고마운 존재라는 거죠. 그것이 모기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자, 그럼 우리는 여기서 불성(佛性)과 모기를 한번 연결해 보고자 합니다. 사실 이 이야기 해보려고 가청주파수니 세계보건기구니 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낸 거거든요. 불성이라고 하면 모기랑은 전~혀 상관없는 불교 용어입니다. 주지하시다시피 불성의 성(性)은 가능성이니까 부처(佛)가 될 가능성이란 말이죠. 그 가능성이 충족되면 성이 자연스레 떨어지고 부처(佛)가 완성되는 구조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이 부처로 환골탈태한다는 말입니다.
가능성만 놓고 보면 누구나 가지고 있고 또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에서 불성은 핑크빛인데, 현실은 녹록치 않기에 분명 회색빛입니다. 가능성이야 단 1%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불성의 구현이나 완성은 단 1%로만 모자라도 완성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 아무리 온도를 높인다 해도 100도가 되지 않으면 물이 안 끓는 것처럼요. 이런 불성을 모기하고 도대체 어떻게 연결시키며, 또 그런다고 또 무슨 실익이 있을까요?
맞는 말입니다. 인정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시도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 화학적 결합을 제안하는 입장에서 볼 때 그 결론은 사실 아주 단호하거든요. ‘불성은 가능성이 없어 보여도 결코 버려서는 안 될 희망’이라는 점에서 불성은 모기와 똑 같거든요.
시험에서 빵점 맞으려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겁니다. 열심히 준비를 했지만 낮은 점수를 받을 수는 있지만요. 하지만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점수가 낮을, 그 가능성을 철석같이 믿고 공부를 안 하는 사람은 결코 없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 그랬다는 등 다른 이유로 시험을 망칠 수는 있어도 말입니다.
어째 주장하기에 찝찝하지만, 살충제 직원들이 모기를 쳐다보는 그 간절한 눈빛(?)처럼 불성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희망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희망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만이 손에 쥐는 보상(reward)이니까요. 인정하기 힘드시겠지만 ‘불성은 곧 모기’라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모기한테 물려 뻘건 자국이 선명한, 아들 허벅지에 물파스를 바르다가 해본 엉뚱한 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