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원전5·6호기 공사 일시중단 결정에 따른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주지역은 향후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여부를 결정하게 될 법원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리 1호기 폐쇄,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에 이어 다음 순서로 수명연장 중인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여부를 결정할 차례가 다가오고 있는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 폐쇄 기념식에서 월성1호기 폐쇄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가운데 지역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주민 간 갈등 초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 14일 신고리5·6호기 공사 일시중단과 관련해 한수원 이사회의 기습적인 결정 과정을 보면서 시민들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가 기정사실화 되는 쪽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원전 안전성을 고려해 노후된 월성1호기를 폐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환영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동경주(양남, 양북, 감포) 일부 주민 등은 월성1호기 가동에 따라 지원되고 있는 세수와 각종 사업이 중단될 것을 염려하며 정부의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할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동경주 일부 주민단체가 월성1호기 중단에 따른 정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반발은 월성1호기 발전량에 따라 지원받아오던 지역자원시설세와 주변지역사업자지원사업 등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시와 한수원 등에 따르면 월성1호기 계속운전 중단 시 지역자원시설세는 2017년부터 계속운전 허가기간인 2022년 11월 20일까지 총 292억원. 또 사업자지원사업 등 법정지원금은 148억5000만원으로 총 440억5000만원 상당의 지원이 없어지게 된다.
여기에다 월성 1호기 계속운전에 따른 지역지원 사업비 1310억원(원전 주변지역 786억원, 이외지역 524억원)의 집행여부도 불투명해지면서 향후 논란의 단초가 되고 있다.
감포읍 주민 A(65) 씨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은 공사비 등에 막대한 손해가 예상되면서도 한수원 이사회에서 중단을 결정했다. 이는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폐쇄에 따라 사라지는 지역자원시설세 등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조기폐쇄를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 “동경주 일부 주민들을 중심으로 월성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정부 지원 대책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면서 “향후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현명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월성 1호기 항소심 어디까지 왔나?
월성 1호기 수명연장과 관련해 지난 2월 7일 서울행정법원이 ‘수명연장 처분을 취소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 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항소한 재판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서울고법에 따르면 항소심은 지난 5월 23일, 7월 18일 1·2차 심리에 이어 오는 8월 29일 오전 11시 30분 제1별관 제303호 대법정에서 3차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1심에서는 서울행정법원이 환경단체 및 원전 인근 주민들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낸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수명연장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또한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국민소송원고단이 소송 판결 확정 전 원전 가동을 즉시 중단시켜 달라며 서울고등법원에 신청한 ‘월성1호기 가동 즉시중단 가처분 신청’은 지난 3일 기각됐다.
-월성 1호기 재가동 관련 지역지원사업은?
월성 1호기가 조기 폐쇄될 경우 지역자원시설세와 주변지역사업자지원사업은 사라지게 된다. 또 다른 우려는 월성1호기 재가동과 관련한 보상금으로 진행 중인 지역지원사업의 추진 여부다.
월성1호기 재가동 지역지원 사업비는 지난 2015년 6월 8일 한수원과 동경주대책위원회, 경주시가 월성1호기 계속운전 관련 보상금 1310억원 중 동경주지역 786억원(60%), 그 외 기타지역 524억원(40%)으로 배분하기로 확정했다. 이중 기타지역 524억원은 경주시가 총 11개 사업을 선정해 상수도 노후관로 개량사업 100억원 등 9개 사업 494억원이 이미 교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국립음성서 건립 계획을 변경해 추진하고 있는 제2동궁원 조성 10억원, 서악지구 공정청사 및 문화원 건립 20억원 등 30억원은 추경 예산에 반영할 예정이다. 기타지역으로 배분된 지원금은 대부분 사업이 추진 중에 있어 월성1호기가 조기 폐쇄되더라도 사업 완료에는 차질이 없다는 것이 경주시의 설명이다.
문제는 동경주지역에 배분된 786억원.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배분금 786억원 중 171억9000만원을 사용한 뒤 잔액은 614억1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포읍, 양북면, 양남면 등 3개 읍면과 원전 최인접 지역인 나아리, 나산리, 봉길리에 배정된 사업비는 현재 각 읍·면 및 마을별로 지원 사업을 선정 중에 있다.
이처럼 사업 선정이 늦어지면서 지역지원사업비 집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사업자인 한수원 측에서 별다른 의사표시가 없고, 서둘러 사업을 선정해 추진하게 되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13일, 긴박하게 돌아갔던 한수원 경주본사
지난 13일 한수원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던 한수원 경주본사는 하루 종일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날 오후 3시 한수원 경주본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사회는 노조와 울주군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러나 한수원 이사회가 다음날인 14일 보문관광단지 스위트호텔 지하 2층 회의실에서 신고리원전5·6호기 공사 일시중단을 기습결정하며 이사회는 일단락됐지만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13일 한수원 본사 경주 이전 후 가장 많은 1000여 명의 경찰병력이 투입된 가운데 한수원 정문 앞에서는 울주군 주민 380여 명이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 반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또 한수원 노조원 150여 명은 본관 지하주차장을 원천봉쇄했고, 1층 정문 쪽 로비와 옆문, 후문 등 출입구 3곳을 막아 저지선을 구축했다.
이사회장이 마련된 광명이세관(본관) 11층에는 한수원 중앙노조 산하 발전지부 간부 10여 명이 지키고 있었으며, 한수원 특수경비도 배치된 상태였다. 말 그대로 전운이 감돌았다.
이어 오후 3시 4분경 이사회 비상임이사 6명이 본관 앞에 들어서자 한수원 노조는 이사들을 막아서며 이사회 개최를 원천봉쇄했다. 진입을 시도하려는 이사들은 노조와 약 10여 분간 몸싸움에 이어 서로의 입장을 전달한 뒤 돌아섰다. 또 오후 4시 35분경 이사진이 재차 본관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입구를 차단한 노조에 막혀 들어가지 못하고, 이사회도 무산됐다.
이날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탈원전 정책 정말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법적 근거 없는 초탈법적인 국가정책에 반대한다 △대안 없는 탈원전 정책 반대한다 △사라지는 일자리를 애써 외면하는 정부의 무신경에 분노한다 △전력수급 및 전기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등의 노조의 입장을 이사진에게 전달했다.
-14일, 신고리5·6호 공사 일시중단 기습결정
한수원 이사회는 지난 14일 오전 8시 30분 보문관광단지 내 스위트호텔 지하 2층 스위트포럼 A실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신고리 5·6호 건설 일시중단을 결정했다.
회의실의 문을 잠그고, 출입문에 난 창문까지 밀봉한 채 회의를 진행했다. 이관섭 사장을 포함해 한수원 소속인 상임이사 6명과 교수, 전문가 등 외부인사인 비상임이사 7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이날 전원 참석해 표결 결과 찬성 12, 반대 1로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공사 일시중단을 확정지었다.
한수원 이사들은 전날 한수원 본사에서 하려던 이사회가 무산되자 다음 날 비공개로 이사회를 열자는 데 전원 동의했고, 이날 아침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개최했다.
-한수원 노조 ‘이사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경주법원 제출
상황이 이러자 한수원 노조 등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지난 19일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 결정에 반발, ‘이사회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대구지법 경주지원에 제출했다. 또 이사회에 대해 배임이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도 지역주민, 협력업체 등과 공동으로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사회가 건설 일시 중단을 결정한 14일에는 성명을 내고 이사회의 기습 의결을 ‘도둑이사회’로 규정하고, 이사진들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신고리5·6호기 3개월 건설 중단은 원천무효임을 선언하고, 무효 또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을 천명했다. 또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지역주민, 원전종사자 모두 결집하는 대규모 집회를 강력하게 전개키로 했다.
노조는 또 “한수원의 희망과 국가 에너지 안보를 훔친 이사진에 대해 지역주민, 시공사와 연대해 이사진 개개인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모든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로 국무회의 결정과 산업부 공문으로 이사들을 압박한 정부에 대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 이사회 결정 후 공식입장 밝혀
한수원은 14일 이사회의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 결정에 따라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공사 일시중단 기간은 정부의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발족 시점부터 3개월간이며 3개월 내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시 이사회를 열어 추후 방침을 재결정하기로 했다.
또 공사 일시중단 기간 중 기자재 보관, 건설현장 유지관리, 협력사 손실비용 보전 등에 약 1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구체적인 손실비용 보전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협력사와 강구할 예정이라는 것.
한수원은 공사가 일시 중단되더라도 향후 공사재개 시 품질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노무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공사현장 점검, 기자재 세척, 방청 및 포장 등 특별 안전조치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